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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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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2005년 60주년 광복절 경축사 준비 당시를 설명하며 "광복절 연설문 준비는 1년 중 가장 큰 전투"라고 밝힌 바 있다. 서너 개 버전의 연설문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대통령과 함께 하는 검토 과정도 일고여덟 차례 이어졌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만큼 광복절 경축사는 연례행사지만 가장 주목받는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다. 북한과 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외교적 메시지는 물론, 대통령의 국정구상을 반영한 대국민 메시지도 담기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는 임기 반환점을 앞둔 박 대통령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하반기 국정운영의 주제가 될 핵심 아젠다를 설명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재 청와대 각 분야 수석들은 경축사 초안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손 볼 예정이라 '완성본'은 광복절 당일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박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크게 대북·대일·대국민 메시지로 나눠질 광복 70주년 경축사는 간략하게나마 예상 가능하다.

북한과 일본에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국민들을 향해서는 경제활성화 의지와 함께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뢰 도발' 강경 메시지 내놓을 듯

군 당국이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 국방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군 당국이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했다고 10일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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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그동안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유화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취임 첫 해인 201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창하며 ▲ 이산가족 상봉 ▲ 비무장지대 세계평화 공원 조성 등을 제안했다.

다음 해인 2014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 남북 환경협력 통로 개설 ▲ 하천·산림 공동관리사업 ▲ 이산가족 상봉 ▲ 문화유산 공동 발굴·보존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는 '변수'가 생겼다. 당초 정부는 광복 70주년·분단 70주년인 올해 광복절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고위급 회담 제안 등의 내용을 담은 전통문을 북한에 보냈고, 박 대통령은 같은 날 강원 철원군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남북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은 냉담했다. 정부가 보낸 전통문은 접수조차 거부됐고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인 2명이 크게 다치는 '변수'까지 발생했다. 특히 청와대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는 역풍마저 불고 있는 형편이다(관련 기사 : 지뢰 터진 다음날 일어난 '이상한' 일들).

이와 관련,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지뢰사건이 발생한) 4일 현지부대 조사에서 이미 북한의 목함지뢰를 의심했는데 통일부는 대북회담을 제안한 건가, 이거 정신 나간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에 아무런 경고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연히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는 이 같은 입장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는 지난 11일 "(이번 지뢰 도발은)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협의를 전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북한은) 사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도 이날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한 오찬 자리에서도 "북한은 남북 대화에는 계속 응하지 않으면서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의 지뢰 매설로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라며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해나가고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표준시 변경 방침을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남북 간 문화·체육 교류 방안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북한, 대화 제안엔 반응 안 하면서...").

[일본] 아베 총리 담화 이후 막판 조정 가능성 커... '마지막 경고' 내놓나

7월 29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 겨레하나, 평화나비,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전국대학생 600명이 과거사 반성없는 '전쟁범죄국 일본' 부활 반대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7월 29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 겨레하나, 평화나비,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전국대학생 600명이 과거사 반성없는 '전쟁범죄국 일본' 부활 반대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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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메시지는 막판까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예정된 전후 70년 담화에서 한일 양국의 최대 쟁점 현안인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사과를 분명하게 요구해왔다. 취임 첫해인 2013년 경축사에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를 주문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 정부는) 특히 군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그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를 요구해 왔다"라며 "이런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할 때 한일 관계가 건실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주문을 무시했다. 오히려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강행, 자위대 강화 등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일만 이어졌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원하는 미국의 '압박'으로 양국이 겉으로나마 유화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상황이 된 셈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양국에서 따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 한일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자는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국이 보는 방향은 판이하다.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자문하는 '21세기 구상 간담회'가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침략과 식민지배는 인정하면서도 사죄는 권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해결을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카다 가츠야 일 민주당 대표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과거와의 화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재확인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미래로 향하는데 큰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금년 들어서만 피해자 할머니 7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48분밖에 남지 않았다"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균연령이 90세에 가까운 고령인 점을 감안, 시급성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아베 총리가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서 충분히 이 같은 내용을 담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 역시 이번 경축사에서 전년과 같은 메시지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래 지속된 한일 양국의 냉각기를 깰 수 있는 기회를 일본의 선택으로 인해 놓친 것이란 점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창조경제 성과 강조하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동참 주문할 듯

7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결의대회 7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한국노총 전국 단위노조 대표자 및 간부 결의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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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밝힐 '대국민 메시지' 중 일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살짝 엿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70주년을 맞는 올해 광복절은 국민 사기를 높이고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활성화 의지도 다지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가 70년 만에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발전의 기적을 이룬 것은 우리 민족의 피 속에 그런 기적을 이뤄낼 만한 DNA가 흐르고 있고, 우리의 선비정신이나 전통문화 같은 것들이 기적을 이뤄내는데 함께 작용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한다"라고 거론했다.

즉, 광복 70년 만에 이룩한 나라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최근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격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내용은 경축사에도 그대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 사기를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 속에서 2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복절 특별사면 얘기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박 대통령은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 국민 사기진작이라는 사면의 원칙과 의미가 잘 조화되도록 고심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박 대통령이 밝힐 하반기 국정 아젠다다. 전임 대통령들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고 향후 추진할 핵심 아젠다를 밝혀왔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3년 차인 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과 '공정사회' 기치에 따른 정책적 성과를 강조한 뒤 핵심 정책브랜드였던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은 임기 5년간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무려 25회나 사용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그간 매진해 온 '창조경제'와 '규제개혁' 등을 강조하면서 경제활성화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대 부문 구조개혁 중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에서도 "노동개혁은 일자리다, 노동개혁 없이는 청년들의 절망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통도 해결할 수 없다"라며 노동시장 구조개혁 문제를 강조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노동개혁은 일자리, 기성세대 기득권 양보해야"). 그러나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폭 넓은 지지가 필요하다"라며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던 지난 7월 국무회의 발언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축사를 통해 재차 강조해야 할 아젠다로 보인다.

반면, 대국민사과 요구가 있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나 논란이 커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경축사에서는 세월호 참사나 윤일병 집단폭행·사망 사건 등 현안에 대해 짧게 거론한 바 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박근혜, #위안부, #북한 지뢰, #노동시장 구조개혁,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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