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은 다양한 나라로부터 온 패널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어우러질 때, 그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각국의 문화와 환경, 그리고 개인적인 가치관이 한데 모여 토론의 열기가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프로그램의 활기 역시 살아난다. <비정상회담> 제작진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다소 민감하고 심각할 수 있는 문제를 들고 나온다. 이를테면 17일 방영된 <비정상회담>의 주제는 '성 역할'이었다.

홍진경은 '조국이 외면한 얼굴'?

 17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홍진경

17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홍진경 ⓒ JTBC


하지만 <비정상회담>은 분명히 예능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자체가 '토론의 열기를 살려야 하되, 예능적인 재미도 놓지 못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17일 방송에서 프로그램이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홍진경은 "내 얼굴이 해외에서 먹히는 얼굴이다"라는 이야기를 꺼냈고, 그리스 출신 패널 안드레아스는 그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타 출연진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만 안 통하는 얼굴인가?"라는 MC 전현무의 말에 '조국이 외면한 얼굴'이라는 자막이 아무렇지도 않게 달렸으며, 또 다른 MC 성시경은 굳이 수지나 김태희 같은 스타들의 이름을 대며 "솔직히 그분들 보다는 못생겼죠?"라는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소위 '예쁘지 않은' 여성을 대할 때 나타내는 반응이다. 과학적으로 얼굴의 비율 등에 따라 미의 기준을 나눌 수는 있겠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아름답다'는 기준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름답다는 말에는 매력과 자신감, 그리고 그 사람의 분위기 등 다양한 부분이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날 <비정상회담>이 홍진경을 대하는 자세는 명백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누군가가 홍진경에게 그런 말을 던진 전현무나 성시경에게 '정우성이나 원빈과 비교해서 못생겼다'고 대놓고 말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외모지상주의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더니

'비정상회담', 벌써 1주년!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비정상회담>기자간담회에서 김희정 PD(왼쪽에서 두번째)와 출연진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세계청년들이 뜨거운 안건을 주제로 미래의 답을 제시하는 <비정상회담>은 1주년 개편을 맞아 기존 멤버인 타일러 라쉬(미국),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다니엘 린데만(독일), 장위안(중국), 기욤 패트리(캐나다), 샘 오취리(가나) 외에 카를로스 고리토(브라질), 니콜라이 욘센(노르웨이),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그리스), 프셰므스와브 크롬피에츠(폴란드), 새미(이집트), 나카모토 유타(일본)가 새 멤버로 합류했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 방송.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사옥에서 열린 <비정상회담>기자간담회에서 김희정 PD(왼쪽에서 두번째)와 출연진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앞서 <비정상회담>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안건으로 다룬 적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방송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은 '외모지상주의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맺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그들 스스로 해 놓고도 여전히 외모를 통해 누군가를 판단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정상회담>은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해 웃음을 넘어선 공익성을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 덕분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회담>에서조차 외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다면, 그 분위기를 과연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는 과거 <비정상회담>에서 기미가요를 틀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일는지도 모른다. 기미가요를 튼 것이야 제작진의 해명처럼 '한 순간의 실수'일 수 있지만, 17일 방송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모습은 전반적인 사회에 스며든 '인식 차원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쯤이면 아름다움의 기준이 다양해질 수 있을까. 물론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방송에서부터 자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ntertainforus.tistory.com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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