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7월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아래 조정위)가 최종 조정권고안(아래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심성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대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 등 당사자 간에 의견을 모으지 못한 3개 부분 '보상, 대책, 사과'에 대한 해결방안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권고안을 둘러싸고 당사자들의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 이에 권고안과 각 당사자들의 입장을 살펴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만 '사과'와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은 모두 권고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여 논외로 한다.

질병과 업무관련성 밝히고 그에 따른 보상범위 정한 것은 성과

보상과 관련한 권고안의 내용과 당사자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조정 권고안 '보상'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조정 권고안 '보상'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 일과건강

관련사진보기


반도체 업체에서의 직업병은 화학물질 등 위험 인자 관련 자료와 학술 자료 부족으로 인해 질병과 업무관련성을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관련성의 근거를 밝히고 그에 따른 보상 범위와 내용을 정한 것은 조정위의 뚜렷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반올림, 가대위 의견처럼 '일부 노동자들이 배제될 수 있고, 보상금 수준이 피해 노동자들의 치료와 생계를 위해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업무상 질병에 대한 보상은 기본적으로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정위 권고안에서의 대상질환 3군의 경우 생계비 지원은 제외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책임과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업무 관련성의 정도에 따라 보상의 규모가 다른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치료비와 생계비 지원이라는 보상의 원칙을 살려, 대상질환 3군에도 생계비 지원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가 밝힌 생식기 질환 피해자, 퇴직 후 10년 이후의 발병자 등을 보상에서 배제하는 의견은 적절하지 않다. 보상에서 배제하려면 권고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삼성은 보상과 관련해 큰 틀에서 권고안에 동의한다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말고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

선진국형 영업비밀 제도 도입과 외부의 상호점검 필요

한국에서도 제․개정된 화학물질 관리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을 통해 화학물질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선진국에서 영업비밀제도는 사전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경미한 유해성을 가진 물질만 인정하고 있다.

또한 노출기준 제정물질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고, 영업비밀로 인해 노동자 안전과 건강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영업비밀이 인정되더라도 이후에 검토를 통해 취소할 수 있도록 엄격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의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조정위의 권고안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조정 권고안 '예방'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조정 권고안 '예방'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 일과건강

관련사진보기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기업답게 조정위 권고안을 뛰어넘어 선진국 수준의 영업비밀 기준을 만들고, 사용하고 있는 모든 화학물질을 공개하여야 한다. 한국 기업의 조직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진행되는 관리, 문제가 어떻게든 드러나지 않도록 관리, 주어진 환경에 민감하게 시간을 다투어 선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관리, 조직이 부여한 목표에 따라 수동적으로 본인을 통제하게 되는 관리' 등을 떠오르게 한다.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건강, 사업장에서의 안전보건의 문제는 이러한 조직 관리체계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성원의 소통과 참여를 통한 안전보건 내부 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외부의 상호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와의 상호점검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조정위의 권고안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를 제안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종합진단팀 구성을 보면, 삼성전자 내부의 관리체계에 둔다는 안에 불과하다. 자칫 외부 전문가 참여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지 충분히 의심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독립되고, 공공의 이해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외부감시시스템은 당사자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한 방안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안전보건에서도 초일류기업이 되는 데 필수조건이다.

공익법인 설립, 당사자들 참여 막은 것은 아쉬운 부분

조정위는 사회적 기구로서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제의 주요 부분을 해결하는 방안이다.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 등 당사자 간의 이해가 수용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이 공익법인 설립을 반대하면서 가장 큰 논란을 낳고 있는 부분이다.

 조정 권고안 '공익법인 설립'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조정 권고안 '공익법인 설립'과 관련된 내용과 당사자의 의견
ⓒ 일과건강

관련사진보기


'자체적으로 보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꾸리고 재발방지대책 관련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종합진단팀을 꾸리겠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2014년 5월 14일 권오현(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습니다"라며 "또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 보건 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발언과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그리고 삼성전자 내에 설립된 보상위원회와 종합진단팀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구가 아니라는 의심을 충분히 가능하다.

외국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노동조합과 협의 하에 기금을 조성하여 공적기구에 신탁한 경우가 많이 있다. 실례로 1999년 미국의 포드자동차 공장 내 발전소가 폭발하여 사상자를 낸 사건이 있었다. 포드 자동차와 미국 자동차 노조는 합의를 통해 사망하거나 다친 노동자를 보상하고, 예방 대책 수립 및 연구를 위한 기금을 만들어 공적 기구에 신탁했다.

공적 기구에 신탁은 기업이 문제의 해결을 기업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표현이다. 삼성전자도 공익법인 기부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모습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길 기대한다.

다만 이사회의 구성에서 가대위의 주장처럼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이 제외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사자들은 보상과 예방에 책임있는 주체이며, 공익법인 활동과 긴밀한 연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익법인에 참여하고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의 주장을 되돌아보게 될 수 있다. 이는 공익법인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 당사자 간의 이해가 수용될 수 있는 접점이 사회적 기구인 공익법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최소 수준의 권고안,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내용 수용해야

물론 조정위의 권고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권고안 자체가 이해 당사자 모두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당사자 요구에 대한 접점을 찾는 최소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삼성전자, 가대위, 반올림은 권고안에 담겨 있는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하길 기대한다. 작은 부분의 문제로 권고안을 부정한다면 이는 그동안의 인내와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조정위에서 제시한 내용은 요약하면, 공익법인을 통한 보상과 내부 안전보건관리 강화 및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확인시스템 운영이다. 이는 그동안 고통받아온 환자와 가족 및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고, 노동자 인권 보호에도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 계기가 될 것임을 믿는다.

아울러 삼성전자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조정위의 권고안은 최소 수준의 권고안이다. 이 권고안에 만족하지 말고, 권고안을 훨씬 뛰어넘는 내부 시스템의 강화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확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화학물질 저감을 위한 노력과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태도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환경노동위원장)의 글입니다. 이 글은 일과건강 웹진 232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노동자 건강과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