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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은 당신에게 최악의 하루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연히 도둑을 만난다면, 당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슬쩍 가져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둑은 주인이 엄연히 사는 방에 멋대로 침입해 당신의 보물을 훔쳐간다. 그렇게 당신의 하루를 완벽하게 망쳐버린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는 틈도 주지 않고 싹쓸이해가는 검은손이다. 항상 주위를 경계하는 태도를 잊지 마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떠한 계기를 통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알게 된 이들과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친목을 쌓고 유지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부딪히는 일에는 익숙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어느 정도 나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날이면 잠도 안 와서 베개 밑에 누워 조용히 생각의 늪에 빠진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믿어야 할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내가 정말 그런가?'하고 자신을 의심하고 자책하며 괴로움을 느낀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애써 꾹꾹 누르며 허공에 소리 없이 외친다. '네가 뭔데?' 이게 다, '자존감 도둑' 때문이다.

물건을 훔쳐야만 도둑? '자존감 도둑'도 있다

우리의 자존감을 훔치는 자존감 도둑 자존감 도둑이 당신의 자존감을 훔치고 있다.
▲ 우리의 자존감을 훔치는 자존감 도둑 자존감 도둑이 당신의 자존감을 훔치고 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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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도둑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훔치는 도둑도 있다. 이들은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단점을 부각하는 말로 타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곤 한다. 이러한 자존감 도둑은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으며 대개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자존감 도둑은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직장 상사 등 그 누구도 될 수 있으며 도둑질의 수법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들의 특징은 친밀도를 무기로 나의 행동이나 취향을 비난하는 말을 지나가듯 툭툭 내뱉는다는 것이다.

가령, 긴 생머리를 고수해 온 당신이 단발 파마를 한 다음 날 강의실에 갔다. 들어오자마자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하자. 모두들 파격적인 변신이라며 잘 어울린다고 찬사를 보낸다.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당신과 친한 사이지만 내심 당신을 질투하고 못마땅하게 여겼던 자존감 도둑은 그 옆에서 한 마디 거든다.

"근데 너 이제 보니 목이 짧네? 그래서 그런지 별로 안 어울린다."
"단발로 자르니까 못생겼네. 긴 머리가 훨씬 나은데 왜 잘랐어?"

그럼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씻으려고 들어간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다가, 가만히 누워서 눈을 감았다 뜨면서, 문득 후회한다. '괜히 단발로 잘랐나?'

자존감 도둑 1위는 '엄마', 공개수배 합니다!

1년 전, 취업·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735명을 대상으로 자존감 도둑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주변에 자존감을 갉아먹는 자존감 도둑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3%가 '있다'고 답했고, 그 중 '엄마'가 14.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동기(13.9%)', '알바 사장님·동료'(11.0%), '선후배'(10.6%), '아빠'(9.5%), '형제·자매'(9.4%)가 자존감 도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내가 아는 사람이자, 나를 아는 사람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나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자존감을 노리는 도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꼽은 최고의 자존감 도둑이 '엄마'라는 것도 놀랍지만 이에 '아빠'와 '형제·자매'까지 더하면 '가족'이 총 33%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사람일수록 내 자존감을 빼앗을 확률이 높으며, 이는 곧 일상생활에서 자존감 도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 또한 높다는 걸 뜻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나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내 단점과 실수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행위를 쉽게 저지르기 때문이다.

"창식이 아들이 이번에 대기업에 들어갔다던데…."
"얘, 네가 걸을 때마다 온 집안이 쿵쿵 울린다."
"너 보니까 답답하다, 살은 언제 뺄 거니?"

밖에서 내 자존감을 노리는 온갖 도둑들로부터 지켜낸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도 '걱정'의 탈을 쓴 언어폭력을 감당해내야 한다. 친구 아들 녀석이 그렇게 잘났고 똑똑하며, 옆집 딸내미가 그렇게 예쁘고 날씬하다며, 그들의 비교 대상이 되는 괴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즐거운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자존감 도둑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같은 설문에서 '타인의 말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가?'라는 항목에는 93.2%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가장 커다란 마음의 상처가 됐던 말은 "네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14.9%)였다.

우리는 조금 더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네가 제대로 하는 게 뭐 있니?"

누구나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을 것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발언을 하며 정신폭력을 행사하는 자존감 도둑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결과 우선주의에 빠져있다. 내가 노력해왔던 과정 자체를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실패라는 결과를 초래한 나를 질타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 분위기 또한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든다. 타인의 눈에 맞춰 사는 삶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 혹은 약간의 뻔뻔함이 필요하다.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는 자세가 당신을 자존감 도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찾으면, '자기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감정'이라고 나온다. 자존감 도둑은 자신보다 우월한 상대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 한다. 소중한 타인의 자존감을 훔쳐서 부족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높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자존감 도둑들은 상대에게 느낀 열등감 때문에 타인의 자존감을 훔치는 범죄를 저지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을 즐기며 스스로 덫에 갇히는 그들의 영혼이 참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이들 또한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희생양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공모 '도둑들'에 응모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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