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MBC <무한도전>은 출연진들이 직접 기획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특집을 마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작년 장안의 화제였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무도 멤버들에게서 나온 만큼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이번에는 하하, 황광희가 제시한 기획안을 토대로 '바보 전쟁- 순수의 시대'가 제작됐다.

'바보 전쟁-순수의 시대' 주요 콘셉트는 대강 이러하다. 연예계 대표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가 모여 함께 상식을 공부하고, 자신들이 공부한 내용을 퀴즈로 확인하는 것. 뇌순남에는 특집 기획자 하하, 광희를 필두로 은지원, 김종민, 심형탁이 선정되었고, 홍진경, 채연, 간미연, 솔비, 박나래가 뇌순녀로 등장했다.

출연진들을 각각 '뇌순남', '뇌순녀'로 명명한 것을 제외하곤, 이번 특집은 복고 지향적이었다. 한 때 유행했던 게임 버라이어티 포맷을 적절히 차용했고, 선정된 게스트들 대부분이 당시 화제가 됐던 인물들이기도 했다.

뇌순남, 뇌순녀 특집답게 누가 가장 상식이 부족한가로 웃음 포인트가 맞춰진다. 하지만 프로그램 타이틀이 '바보 전쟁'이요, 설령 퀴즈를 많이 틀린다고 한들, 이 게스트들을 진짜 바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식'이라고 일컫는 정보들을 따로 알아보고 외우지 않았을 뿐이다.

과거 뇌순남, 뇌순녀들이 게임 버라이어티 프로에서 풍부하지 못한 상식을 드러낼 때, 일부에서는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희화화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많이 배운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대접받는 대한민국 사회다. 여전히 지식 부족은 노력 부족에서 비롯된 무식이요, 무식은 부끄러운 것으로 규정된다.

많이 배우고 알아야 세상사는 것이 조금 유리하다고 믿기에, 설령 잘 알지 못해도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 속에서 '바보전쟁-순수의 시대'는 일명 '바보 어벤져스'들이 뭉친 분위기 자체를 즐기고자 한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홍진경이 자신은 바보가 아니라며, 다른 이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지만, '히틀러', '빙고'로 가장 큰 웃음 핵폭탄을 선사하며 '바보 어벤져스' 리더로 우뚝 선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당당한 바보선언


'바보 어벤져스'를 공식적으로 창단하는 자리에서, <무한도전> 출연진들과 게스트들은 부족한 지식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면서도 일부로 아는 척 하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물어보고 최선을 다해 배우고,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비웃지 않겠다는 내용의 선서문을 낭독한다.

창단식에 임하는 이들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면 타인의 생활 방식 또한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 한 개인이 모든 것을 100% 정확하게 아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믿으며, 다른 이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요즘이다. 이런 때에 당당한 '바보선언'으로 신개념 예능 영웅으로 변신한 뇌순남, 뇌순녀의 활약이 더욱 뇌리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량음료를 마신 것 같은 시원한 웃음은 기본이다. 심형탁, 박나래 등 새로운 예능 유망주 활약까지 예고하는 사상 초유의 상식 대결 '빅매치'. 거기에 솔비가 남긴 몇몇 명언처럼 의도치 않은 인생철학까지. <무한도전>의 '바보전쟁-순수의 시대'는 또 하나의 대박 특집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