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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북스타'는 출판계 이슈와 함께 출판계 인물을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입니다.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는 계간 <창작과비평> 50주년을 맞아 편집 담당자인 강영규 편집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기자 말

계간 '창작과비평'(아래 창비)이 50주년을 맞았다. 1966년 창간한 계간 <창비>는 민족문학의 산실로서, 한국사회 담론의 장으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다. 출판사 창비는 1월 20일 '창간 50주년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간 50주년 기념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젊은 문예지'의 창간. 올 하반기에 계간지 형태로 창간될 새 문예지를 통해 "발랄하되 시대 현실과 삶의 현장에 깊은 관심을 지닌 젊은 작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계간 <창비>는 새 편집진을 구성했다. 한기욱 인제대 교수가 신임 주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부주간을 맡았고, 문학평론가 한영인씨와 김태우 서울대 HK연구교수가 비상임 편집위원으로 합류했다.

출판사 창비 계간지출판부의 강영규(41, 남) 차장은 편집 책임자로서 계간 <창비>의 50주년을 함께하게 됐다. 출판사 창비에서만 10년 동안 일한 베테랑 편집자인 그는 그중 7년의 세월을 계간 <창비>를 편집하며 보냈다.

1월 27일 서면 인터뷰로 이야기를 나눈 그는 "창비의 출현은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평가하며, "50주년의 현장을 곁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으니 적지 않은 보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독서 문화를 진작하는 '더 큰 출판'을 하는 것이 출판사 창비의 역할이라고 자임하는 강영규 차장. 그에게 계간 <창비> 50주년의 의미와 50주년 기념 사업의 내용, 그리고 계간지 편집자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강영규 창비 계간지출판부 차장
 강영규 창비 계간지출판부 차장
ⓒ 강영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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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창비> 5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은 '젊은 문예지 창간'인 것 같다. 어떤 배경에서 결정된 건가.
"큰 방향은 '창비'의 문학지적 성격 강화 그리고 운동성·현장성 강화이다. 전자는 '창비'의 뿌리가 문학인 만큼 초심을 환기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 가운데도 '문학주의'에 갇히지 않는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에게 더 주목하겠다, 동시에 창작현장·독서현장에 밀착하겠다는 뜻이다. '창비'의 창간 이래 편집 방침이 문예지와 정론지의 결합인데, 현재의 다양한 문학 조류와 경향을 포괄하기에 기존 계간지로 한계가 있어 별도의 젊은 문예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다른 문학지 '문학과사회'나 '문학동네' 등은 편집진을 영화나 미디어 등 문학 외부로 확장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문학지적 성격의 강화"을 내세운 창비의 길은 달라 보인다.
"앞서 '문학주의'에 갇히지 않는다고 했는데, 달리 말하면 '더 큰 문학' 또는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문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창비가 추구해온 문학은 창조적 상상력과 과학적 인식의 결합, 개인의 내면과 시대현실과의 만남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문학을 더 깊게 파고들겠다는 뜻으로 봐달라."

-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대담론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새겨서 개별성과 개체성에 주목하는 소수자 기획 등을 적극적으로 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가까운 2016년 봄호에서 기획되는 것은 어떤 주제인가.
"그간의 인문사회적 논의가 거대담론을 위주로 했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되, 거대담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설파하고 실현해갈지에 대한 중간 담론까지 내놓지 못했다는 것으로 새기려 한다.

당장은 한국사회의 보수세력에 대한 점검, 그리고 소수자 담론/운동에 대한 조명으로 시작하려 한다. 전자가 지배계층의 기득권 작동구조를 전방위적으로 탐사·분석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담론과 정책 차원에서 이제 익숙해진 '소수자'라는 개념이 과연 현실에서 얼마나 '시민권'을 획득했는지 따져보는 기획이다."


"창비 출현은 하나의 사건... 50주년 현장 체험할 수 있어 보람"

- 계간 <창비> 50주년, 한국 문단과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개인적인 의미도 궁금하다.
"1966년 전후는 4·19혁명으로 확 살아났던 자유의 기운이 다시 가라앉는 때였다. 시대현실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많은 작가와 지식인, 독자 대중에게 '창비'의 출현은 하나의 사건과도 같은 것이었다. 70, 80년대 폐간과 등록취소 등 탄압을 이겨내고 '민족문학의 산실'로 기능해오다, 90년대 이후 세계사적 격변 속에서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고투해왔다. 요약하자면, 우리 역사와 현실에 뿌리박힌 주체적 문학/담론을 생산하려 한다는 점, 그 성과로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체제의 변화에 기여하려 한다는 점이다. 편집 담당자로서 그 중간결산과도 같은 50주년의 현장을 곁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으니 적지 않은 보람이다."

- 단행본 편집과는 다른 계간지 편집의 매력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계간지는 (반년간지나 연간지를 제외하면) 정기간행물과 단행본 사이에 존재하는 매체다. 그런 면에서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의 프로토타입 또는 시제품에 비유할 수 있을까? 잠재적인 단행본 또는 그 저자 후보를 책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미리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 하겠다."

- 계간 <창비> 편집자로 일해온 7년여 세월 동안 여러 가지 기획들을 진행했을 텐데,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무엇인가.
"한 계절 한 계절 책 한 권에 집중하다보니 돌아보면 몇 년이 뭉쳐서 휙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2014년 겨울호 정혜신·진은영 대화 '세월호 트라우마, 어떻게 극복할까' 기획이 기억에 남는다. 누구도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때 안산에서 유가족 및 지역사회 치유상담을 담당하는 정혜신 선생과 시인이자 문학예술치유 교육을 하는 진은영 시인의 대화를 지면에 옮기며, 얼굴 모르는 수많은 독자들의 분노와 절망을 조금이나마 다독이고 슬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인가, 최근호인 2015년 겨울호에서도 정우영·백무산 대담 '우리의 페허를 직시하라'를 인상깊게 읽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이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이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이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이했다
ⓒ 강영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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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뼈아픈 이야기이지만, 계간지의 영향력이 분명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과 돌파구를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나.
"크게는 활자매체가 전반적으로 위축하는 가운데 그 대체제가 다양하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큰 차원의 대응이라면 일단 독서문화를 진작하는 일이다. 종이신문이든 블로그이든, 단행본이든 SNS이든 읽기-쓰기-생각하기를 사회적으로 북돋는 일이다. 좋은 책을 만들고, 그것으로 독자들을 찾아가 읽도록 권하는 데까지 일감이 늘어난 셈이다.

규모가 작은 곳이라면 책 만드는 일만 해도 힘에 부친다. 창비를 포함해 그나마 현재의 불경기를 견딜 여력이 있는 곳들이 그러한 일에 나서야 한다. 창비는 서교동에 새로운 사옥을 세우고 그같은 다양한 활동을 펼치려 준비하고 있다. 그러한 활동을 '더 큰 출판'으로 이름 붙이려 한다. 계간지로서는 어떤 면에서는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는 덕분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 SNS나 일간지, 주간지에는 담기 어려운 호흡의 성찰과 분석을 해내는 매체로서 살길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마디 해달라.
"갈수록 공공장소에서 책 읽는 모습을 찾기 어려워진다. 나처럼 소극적인 사람이라면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꺼내는 게 눈치 보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용기 내시고 떳떳이 꺼내 읽고, 좋으면 주변에 권하시라. '이 책 좋더라, 한번 읽어봐'라고 얘기하는 순간, 당신을 바라보는 상대의 눈길이 달라졌음을 느끼실 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www.bookdb.co.kr)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창비, #창작과비평, #강영규,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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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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