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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잖아. 정자는 어떻게 암컷의 몸속에 들어가?"
"어머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 줄 거야!!"
- <중학 性(성) 일기2> 45쪽

<중학 性(성) 일기> '하세가와의 성교육' 중 일부다. 중학생을 둔 엄마와 아이라면 한번쯤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 나도 이런 대답 밖에 못하겠지.

<중학 性(성) 일기> 책표지.
 <중학 性(성) 일기> 책표지.
ⓒ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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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학교 1학년의 관심사 중 가장 핫한 '성(性)'을 주제로 한 만화다. 원작자 시모다 아사미는 사춘기 청소년의 고민과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소개한다. 다소 엉뚱하고, 발랄한 그들의 성(性) 고민은 때론 바보스럽지만 나름 진지하다.

주인공들의 사연을 따라가다보니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큰아들이 보인다. 키가 172cm인 아들은 제법 어른 티가 난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 여드름도 생겼고, 겨드랑이에 털도 살짝 삐져 나왔다. 마냥 아이같을 줄 알았는데.

괜히 지나가는 아들의 엉덩이를 '툭' 치니 바라보는 눈초리가 심상치않다. 더이상 '터치'하지 말라는 경계의 눈빛이다. 벌써 사춘기가 왔나? 앞으로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 밀려온다. 이 책 주인공들도 엉뚱하고 바보같은 고민으로 황당한 일을 많이 겪는다.

포르노 통해 성지식 얻게 된 아이

<중학 性(성) 일기> 한장면.
 <중학 性(성) 일기> 한장면.
ⓒ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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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정에서 비둘기 한 쌍의 교미를 본 하세가와. 그녀는 인간은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지 궁금하다. 선생님, 엄마 등 주변 어른에게 물어보지만 그 과정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른들과 달리 또래친구 에구치는 하세가와가 궁금해 하는 걸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다. 에구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인, 포르노 DVD를 하세가와에게 보여준다. 음란 행위로 가득한 포르노를 보고 충격에 빠지는 하세가와. 음란행위로 아기가 나온다니, 그녀는 모든 어른들에 대한 불신으로 혼란에 빠지고.

<중학 性(성) 일기>는 일본 잡지 월간 <액션>에 수록된 만화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1, 2권으로 곧 3권이 나온다. 목차는 총 10교시로 1권은 5교시까지, 2권은 6교시부터 10교시다. 5교시까지는 '제2차 성징'으로 신체 변화가 생겨 고민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권 5교시까지의 일들을 살펴보면 이제 막 가슴이 나온 친구의 브래지어를 직접 골라주는 것이 마냥 신나는 스기타, 체모가 발달해서 대중목욕탕에 못가는 여학생 하나마키, 반대로 미성숙한 체모 때문에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체모를 달라고 쫓아다니는 모리타 등 다양한 주인공들의 갖가지 웃지 못 할 고민들이 펼쳐진다.

주인공들을 보니, 나의 사춘기 때를 되돌아보게 된다. 또래보다 생리를 늦게 시작한 요시카와처럼 나도 생리가 늦었다. 가슴도 나오지 않고, 머리카락도 짧아서 오히려 여자 친구들에 인기가 많았다. 그때 난 여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바보 같은 고민이었지만 그땐 꽤 심각했다.

사랑이란 감정 알아가는 귀여운 아이들

<중학 性(성) 일기> 한장면.
 <중학 性(성) 일기> 한장면.
ⓒ 애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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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6교시 이후로는 자신만의 취향으로 생기는 '내적' 갈등을 다뤘다. 마음과 이성이 성장하는 중학생의 일상이 더 잘 나타난다. 엉뚱하고 생뚱맞은 사랑 고백은 사랑이란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또래 여자아이들은 어리다며 열 살의 연상녀를 좋아하는 마츠모토, 반면 한눈에 반한 초등학생을 좋아하지만 '초등학생을 좋아하면 범죄'라는 친구의 말에 세상을 잃은 듯 자괴감에 빠지는 히노. 오카모토는 체육시간에 갑자기 그곳이 불끈불끈해지고…. 그런 자신이 당황스럽지만 자기 몸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몰라 더 괴롭다.

사춘기 고민은 다양하다. 다양한 고민만큼 겪는 상황도 가지각색. 일본의 시모다 아사미가 수집한 아이들 사례도 이렇게 다양한데, 실제로 아이들 고민은 얼마나 더 많을까.

키만 크고 아직 아이 같은 아들도 사춘기 고민이 생기겠지? 어쩌면 벌써 고민이 있을지도. 난 어떤 모습으로 아이의 고민을 들어줄까. 그때, 넌지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친구들의 고민을 읽다보면 자기 고민도 해결하고 답을 얻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덧붙이는 글 | 중학성性일기 1,2 | 시모다 아사미 (지은이) | 고현진 (옮긴이) | 애니북스



중학성性일기 1

시모다 아사미 지음,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2016)


태그:# <중학 性(성) 일기>, #시모다 아사미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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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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