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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는 저출산 문제가 고착화 되고 육아·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탐사보도에 매진하고 있다. 아이와 부모를 위협하는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을 고발하는 기획기사를 다수 써왔다. 2011년 들어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 산모였다. 임산부들이 잇따라 숨지기 시작했고, 엄마들 사이에는 '임산부만 죽이는 신종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육아 정책 신문을 표방한 베이비뉴스는 이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고 지속해서 관련 보도를 이어나갔다. 베이비뉴스 탐사보도팀은 샴푸, 물티슈, 식기세척기에도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의 원료와 사용된다는 점을 파고들었고,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에 가습기살균제가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단독 보도하기도 했다. -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저자 프로필 중에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 3월 23일 밤 정기뉴스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릴레이 고발을 마무리했다'는 기사를 시작으로, 어제는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를 개발한 회사와 이를 판매한 회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JTBC)는 등, 요즘 며칠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육아전문지(2011년 창간)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추적보도 공로로 2012년 환경피해시민대회에서 환경보건 시민상을 수상(2012년)했다.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기 위해 '유모차는 가고 싶다', '바른 먹거리 먹고 바르게 자라요' 등과 같은 여러 관련 캠페인들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한편, '맘스 클래스'란 육아교실을 통해 임산부와 육아맘들이 꼭 알아야 할 육아 정보들을  전하고 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책표지.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 책표지.
ⓒ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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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나,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 어린 아이들과 접촉이 많은 물건에서 발암물질을 비롯한 인체에 매우 유해한 환경호르몬들이 허용치 이상으로 높게 검출됐다는 뉴스 등이 보도될 때 좀 더 깊이 알고 싶어 클릭해 관련 기사를 읽곤 했던 베이비뉴스였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고 갔음에도 기업이나 국가가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음에 분노하는 소비자로서 이런 매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탐사보도가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나무발전소 펴냄)는 이런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낸 책이다.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생활용품들이 도리어 살인무기가 될 수 있으며, 임산부와 어린 아이들이 첫 번째 피해자요, 가장 큰 피해자란 점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집중 취재한 결과물을 책으로 냈다고 한다.

입소문난 '안심' 물티슈? 태생적으로 불가

'시사전문지인 <시사저널>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했던 화학물질을 대체할 목적으로 물티슈에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EWG, 3등급)를 사용한 것을 보도하여 크게 논란이 일었다. 이 성분은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 화학물질보다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제품 겉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제조일로부터 짧게는 45일, 길게는 3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현재 물티슈 업체들이 지켜야 하는 유통기한 법적 기준도 최대 3년인데, 이를 다시 말하면 물티슈 속의 물은 최대 3년까지 썩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은 상온에서 24~48시간이 지나면 오염돼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다. 물속에 있는 칼륨, 마그네슘 등 다양한 미네랄 성분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박테리아(세균)와 곰팡이가 접근해 부패 현상이 일어난다. 걸레를 빨고 제대로 짜지 않고 놔두면 하루만 지나도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물티슈는 최대 3년까지도 썩지 않는다? 물티슈에 방부제가 들어갔기 때문에 썩지 않는 것이다. -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에서.

우리 가족은 어른들로만 구성됐다. 그럼에도 10개들이 물티슈를 박스로 주문해 쓴다. 이유는 그만큼 생활 중 다양하게 쓰이는 유용한 생활용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저가에 파는 물건들보다 물티슈를 만들어 먹고 사는 회사의 제품이 그나마 더 나을지 모른다는 지레짐작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물티슈를 가장 많이 쓰는 딸이 이 제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난 이른바 '안심 물티슈'라는 것. 성분들을 검색해보니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것들이라 우선 다행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물티슈의 독성과 그 폐해에 대해 읽은 터라 물티슈 그 자체가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특히나 'oo이가 물티슈를 좋아해 물티슈 한 장 쥐여줬더니 한참 동안  조물락거리며 잘 가지고 논다'와 같은 글과 함께, 이유식을 먹은 후 입과 식판을 닦는 모습이나, 아이가 물티슈 포장지 물티슈를 꺼내 쓰는 곳에 입을 대고 뽀뽀하는 사진 등이 첨부된, 어린 아기들 엄마들의 제품 사용 후기 글들을 보면 안타깝다.

책에 의하면 ▲물티슈는 태생적으로 방부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드시 소량이기는 하지만 살균제(방부제)가 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살균제라고 해서 인체에 무해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아이 얼굴이나 피부에는 쓰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권한다. ▲몇몇 물티슈 업체는 방부제를 첨가하지 않았다고 홍보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물티슈에 방부제를 넣지 않고 1~3년의 유통기한을 유지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한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도 방부제를 넣지 않은 물티슈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가 실패하고 말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제품이든 현재의 물티슈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쓰지 않는 방법 밖에는 없다. 물티슈의 독성을 차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 엄마들이 제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이상 독성 엄마가 되지 말고 해독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빨리 말이다.

몇 년 전 물티슈 논란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후배가 "물티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라 반문했었다. 그 후배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책에서 그 대안으로 소개하는 '필요할 때마다 물에 적셔 쓰는 건티슈'다. 알아보니, 현재 생산되는 제품들이 물티슈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쓰는 엄마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덧붙이면, 물티슈보다 사용 비중이 더 높은 생활용품인 일회용 기저귀도 천기저귀로 대체할 수 있단다. 천기저귀를 세탁해 주는 업체들도 있고, 심지어는 천기저귀 사용을 먼저 권하는 어린이집까지 있다. 책에는 물티슈와 일회용 기저귀를 쓰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사례와 어린이집이 먼저 발진이 심한 아이 부모에게 천기저귀를 권한 어린이집 사례가 소개된다.

어린이집에서 먼저 천기저귀를 권할 정도라면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일회용 기저귀나 다른 독성물질들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는 모두 4장. 유해논란 속에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물티슈의 독성을 파헤치는 한편 그 대안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회용 기저귀, 가습기 살균제, 타르(사탕이나 젤리 등의 식품첨가물), 베이비로션, 어린이 음료, 초코 맛 파이, 분유, 이유식, 어린이집의 공기, 그 독성들을 파헤친다.

이 책의 특히 장점은 건티슈나 천기저귀의 경우처럼 독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법들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는 것도 이 책이 유용한 이유. 특히 4장에서는 각각의 주제와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학물질 멀리하는 생활 속 실천법'이란 주제로 좀 더 자세하게 다룬다.

아울러 반드시 피해야 할 독성물질 목록을 비롯하여, 30여 권의 화학물질 관련 책들과 스마트폰에 깔면 도움이 많을 앱 등을 풍성하게 소개함으로써 책의 필요성을 높였다. 우리의 환경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까지 위협하는 독성물질을 단지 편리함만을 위해 계속 쓰는 독성엄마가 될 것인가, 아니면 해독엄마가 될 것인가?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을 책이다.

덧붙이는 글 |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베이비뉴스 편집국) | 나무발전소 | 2015-10-07 | 13,800



독성물질 잡는 해독 엄마 - 엄마도 모르는 육아용품 속 독성물질 심층 리포트

베이비뉴스 편집국 엮음, 나무발전소(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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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물티슈, #가습기살균제, #일회용 기저귀, #건티슈, #베이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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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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