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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알바하는 20대를 보는 관점은 보통 두 가지다. 무시하거나, 무시당한다는 이유로 불쌍하게 생각하거나. 어차피 잠깐 하다 마는 것이니 그 정도 대우도 괜찮다거나, 아니면 불쌍한 알바들이 이토록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식.

그동안, 그 누구도 아르바이트 노동 그 자체에 주목하지 않았다. 어떤 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었고, 어떤 프랜차이즈 매장의 수가 몇천 개에 달하고, 편의점이 몇십 미터 단위로 줄지어 있다는 보도 뒤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있었다. 만약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없었다면, 그 모든 게 가능하기나 했을까.

<일하는 청춘, 꿈꾸는 노동>이라는 연재를 통해 우리는, 아르바이트 노동과 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보다 더 깊이 다뤄보고자 한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서. 또 자극을 위한 소재로 삼지 않으면서. - 기자 말

[기사 수정 : 5월 10일 오전 9시 5분]

'민증검사'하는 클럽 보안요원은 95년생?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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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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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3일에 만난 알바 노동자는 전공이 철학과라고 했다. 키 183cm에 몸무게 91kg의 건장한 청년은 자신을 소개하며 수줍게 웃었다. 올해 스물한 살인 그는 막내 동생처럼 풋풋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작 한두 살 많은 기자에겐 인터뷰 내내 말을 높였다. 예의 바른 이 청년은 주말마다 '밤일'을 한다. 그가 하는 일은 '클럽 보안' 알바. 이른바 '클럽 가드'라고도 불린다.

"야간 최저시급? 주는 데 없지 않나?"

- 이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여기 지원하려면 신체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키 180cm 이상, 몸무게 80kg 이상' 같이. 선발하는 기본조건의 평균치가 대략 그 정도다. 많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돈을 많이 주지 않나. 또 해보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태어난 게 내가 원해서도 아니니까, 태어난 김에 이런 데 써보자 싶었다(웃음)."

- 임금은 얼마나 주나?
"오후 9시 반부터 새벽인 오전 5시 반까지 하루 8시간 일하고, 일당 7만 원이다. 밥은 햄버거를 사준다."

- 따져보면 최저 시급도 안 되는데?
"야간 최저시급? 주는 데 거의 없지 않나. 그래도 여긴 많이 주는 편이다. 9천 얼마(2016년 야간 최저시급 9045원) 지키는 데는 거의 없다고 봐야지. 주는 곳은 직영점 정도? 돈을 많이 벌려고 야간을 선택한 면도 있다. 그런데 편의점 직영점 같은 곳은 알바 공고가 잘 안 뜬다. 방학 때는 특히 잘 안 뽑아주고. 주말 알바도 찾기 어렵고. 그런 데 자리가 있으면 당장 하고 싶다."

-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주로 주민등록증 검사를 한다. 92년생부터 (클럽에) 입장할 수 있다. 사실 지금 내가 95년생이다. 날 고용한 용역회사에서는 내가 95년생인 걸 아는데, 클럽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 클럽에 직접 고용된 게 아닌가?
"용역이다. 아웃소싱이라고 한다. '***코리아'인가.,, 회사 이름은 잘 모르겠다. 나야 돈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클럽에서 대략 10만 원 받으면, 7만 원만 나한테 주는 것 같다. '해맑은' 2016년이 됐으니까(최저시급이 올랐다는 뜻), 요즘은 8만 원 주는 곳도 있더라(웃음)."

- '민증 검사'를 하면 실제로 '걸리는' 사람이 있나?
"형식적이긴 하다. 다만 위압감을 주는 거다. '나 같은 사람 있으니까 사고 치지 마라', 이런 거."

- '민증 검사' 말고 다른 일도 하나?
"클럽 내부 순찰을 한다. 손님 입장이 뜸할 때 가끔 한 바퀴씩, 주로 싸움이 났는지 보러 다닌다. 근데 굳이 순찰을 안 나가도 일이 생기면 알아서 나를 부른다."

하룻밤 200~300명 찾는 클럽에 '나 홀로' 보안요원
클럽 보안요원은 주로 민증 검사를 한다고. "형식적이긴 하다. 다만 위압감을 주는 거다. '나 같은 사람 있으니까 사고 치지 마라', 이런 거."
 클럽 보안요원은 주로 민증 검사를 한다고. "형식적이긴 하다. 다만 위압감을 주는 거다. '나 같은 사람 있으니까 사고 치지 마라', 이런 거."
ⓒ 아이엠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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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한 지는 얼마나 됐나?
"지난 1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3개월 정도 됐다."

- 일주일에 며칠 정도 일을 출근하나?
"주말에만 일한다. 평일에는 클럽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 공휴일인 날 저녁에는 꼭 나간다. 그런 일까지 끼면 한 달에 60만 원 정도 받는다."

- 주말 일과가 어떻게 되나?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일 나갈 준비를 한다. 토요일은 일어나면 TV 보면서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일할 시간 되면 나가고. 일 끝나고 오면 바로 잔다. 졸리니까. 일요일 오전 6시쯤 집에 오면 그 다음 날 학교도 가야 하니까 꼭 바로 잔다."

- 일하는 클럽은 어디에 있나?
"용역 업체에서 배정해준 클럽으로 옮겨 다닌다. 주로 홍대, 이태원, 수유에 있는 클럽에 간다. 일을 오랫동안 하면 집에서 가까운 클럽으로 배정해준다. 나 같은 경우는 홍대 근처에 살아서 홍대나 이태원 클럽에 자주 간다."

- 한 클럽에서 몇 명이 일하나?
"200~300명 정도 오는 클럽이니까, 나 혼자 한다. 클럽치고는 작은 편이다. 강남에 있는 큰 클럽 같은 데는 하루에 500명 정도 온다. 그런 곳은 보안이 두 명도 있는 데도 있고 그렇다."

- 일할 때는 내내 서 있는 건가?
"8시간 내내 서 있는다. 알바 모집공고에는 '쉬는 시간이 보장된다'고 쓰여 있었는데, 알고 보니 눈치껏 알아서 쉬어야 하는 거더라."

- 그럼 어떻게 쉬나?
"괜히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는다. 대놓고 쉬는 게 좀 눈치 보이니까. 자리를 오래 비우면 안 돼서 10분 내로 돌아온다. 제일 졸린 시간인 오전 2~3시 정도에 눈 붙이고 나오고 그런다."

- 하필 '클럽알바'였던 이유가 있나?
"새로운 일을 해보는 걸 좋아한다. '63빌딩 창문 닦는 일' 같이, 나이 들면 못 할 것 같은 일들은 뭐든지 지금 해보고 싶다. 나중엔 몸 상하니까 못할 일 아닌가. 뭐 돈 안 받고도 하라고 했으면 했을 것 같긴 하다. 단, 오래는 안 되고. 일주일 정도라면(웃음)."

- 실제로 해보니 어땠나?
"첫 한 달은 재밌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사실 난 알바 하기 전에 클럽을 한 번도 안 가봤다. 주변 친구들이 다 착해서(?) 클럽에 가자고 해도 잘 안 간다. (웃음) 그래서 '일을 해봐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한 달 만에 바로 후회했다. 너무 힘들어서."

"손님에게 맞아도 참는다, 짤릴까 봐"

"진상 손님들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
 "진상 손님들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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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제일 힘든가?
"진상 손님들 상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 남자들은 그래도 힘으로 제압되는데, 여자들은 함부로 대응할 수 없으니까. 발로 내 엉덩이를 차더라. 그렇다고 나도 똑같이 할 수는 없지 않나. 원래 내 인생 철칙이 '함무라비'였는데(함무라비 법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선 안 된다. 짤릴까 봐."

- '진상' 손님이 많은가?
"술 먹으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 진상이다. 그래서 술을 너무 많이 먹은 사람은 그냥 내 재량으로 클럽에 못 들어가게 한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취한 사람들은 안에 들어가면 100% 사고 치니까."

-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
"'민증 검사' 말고는, 주로 진상(추태)부리는 사람들 끌어내는 일을 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시끄러워서 가보니까 남녀 여럿이 싸우고 있더라. 아마도 헌팅을 하다가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다. 그때 한 여자분이 많이 취해서 맥주병 두 개를 꺼내서 그 자리에서 깨버렸다. 그분을 끌고 힘들게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나중에 1층에서 보니까 서로 '하하호호' 하더라. 다들 취해서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 마찰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
"손으로 치면 경찰서 가야 하니까. 손님이 얼굴에 손을 대면 나는 몸으로 밀친다."

- 심야알바면 잠이 와서 힘들 것 같다.
"집에 오면 막상 안 피곤한데, 일할 때 정말 피곤하다. 그럴 땐 화장실에 가서 10분 정도 박혀 있는다. 오전 2시부터 3시 사이에 제일 피곤하다. 퇴근이 오전 5시 반이라고 생각하면 힘이 빠진다. 대신 5시가 되면 행복해진다. 추울 때도 정말 힘들고. 어제는 추워서 '죽을 뻔' 했다."

- 겨울에도 정장을 입고 일하나?
"여름에는 정장을 입는데, 겨울엔 '테러복'을 입는다. 학교에서 단체복으로 맞추는 바람막이 비슷한 두툼한 옷이다."

- 클럽 알바는 앞으로도 할 건가?
"5월까진 하려고 한다. 오래 할 건 아니다. 사람 성격 버린다. 클럽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된다. 맨날 술 먹은 사람들 끌어내는 게 일이다 보니. 오래 하면 내가 달라질 것 같다."

"토요일은 무의미한 날, 행복하게 살고 싶다"

-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 감정평가사를 준비하는 이유는 뭔가?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것 같아서. 중학생 때 우연히 알게 됐다.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는데, 직업으로도 괜찮은 것 같아서 준비해볼 생각이다."

- 왠지 운동 쪽으로도 관심이 있을 것 같다.
"태권도 3단이고, 복싱도 좀 배웠다. 대학 와서는 1년 동안 미식축구부 활동했다."

-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게 뭔가?
"직업을 떠나서,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일에 너무 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목표다."

- 굉장히 현실적이다.
"어릴 땐 하고 싶은 게 있었던 거 같은데, 커서 보니까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다양한 일을 해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있어서 칵테일 바에서도 잠시 일 해봤다. 할 거 없으면 칵테일 바나 태권도 사범을 할까 생각 중이다."

- 주말인데 인터뷰에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주말엔 그냥 하루 종일 이러~고 (손을 앞으로 모으면서) 누워 있는다. 서있으면 발이 아프니까. 오늘은 밖에 안 나가는 날이다. 몸 상태가 좋은 날은 헬스장에 가는데, 보통은 티비보면서 손가락만 까딱까딱 한다. (인터뷰 중 엄마에게 전화 옴) 엄마가 자고 있는 줄 알고 전화하셨네. 토요일은 나한테 무의미하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 나오는 게 나쁘지 않았다. 피곤해도 막상 나오면 뭘 하게 되긴 한다."


태그:#클럽알바, #알바 노동자, #알바, #청년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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