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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지방에서 친척을 만났습니다. 각자 다양한 지역에 살아 중간 지점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은 20대 총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다가도, 꼭 선거로 마무리됩니다. 왜, 어른들은 모이기만 하면 정치 이야기를 할까요? 재밌는 이야기도 아닌데….

하지만 이들의 표정을 보니, 이번에는 꽤 재미있는 선거를 겪은 듯합니다. 의견도, 경험담도 다양합니다. 야권 텃밭이었던 호남지역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이는 결과에 대해 침을 튀어가며 지역 여론을 전합니다. 그 와중에 어떤 이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왜, 그럴까요?

<이제 모두 다 금지야!> 책표지.
 <이제 모두 다 금지야!> 책표지.
ⓒ 책속물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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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동화 <이제 모두 다 금지야!>를 통해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까요?

이 동화는 브라질 작가 아나 마리아 마샤두가 전하는 '자유'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의견과 생각, 색깔, 음악, 예술 활동을 통제하는 '독재자'가 나옵니다.

작가는 첫 소절에 "이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 머나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바로 며칠 전, 이곳에서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합니다"라고 썼습니다.

말이 됩니까? 오래 전이라더니 바로 며칠 전이라니요? 그러더니 두 번째 소절에 "또, 어디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입니까?

독재자의 첫 명령은 의견 금지

하지만 이 책을 덮고 나니, 나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시절 갑자기 나타난 독재자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힘으로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 방식이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고 느꼈습니다.

독재자는 첫 명령으로 모든 의견을 금지시켰습니다. 그 다음에는 다른 색을 금지했습니다. 오직 회색만 허용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와! 새로운 질서 덕분에 우리는 돈을 많이 벌게 될 거야! 새로운 나라는 정말이지 기적 같은 선물이야!"
정말 그래 보였어요.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 마법에 걸린 듯, 세상 모든 것은 회색빛이었고 말다툼은 없어졌습니다.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모든 것이 같지는 않았습니다. - 21쪽

독재자는 그 다음으로 모임을 금지하고, '통금시간'을 정했습니다. 그 후로 새로운 음악을 금지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루고, 글을 읽고 쓰기, 문서 보관하기, 생각하는 등 모든 일을 금지했습니다. 사람들은 회사에 가고 집에 돌아오고, 밥 먹고 자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곧 독재자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독재자의 나라에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 세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우연히 만났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었습니다. 날마다 어울려 놀다가 회색빛 세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날부터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사촌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많은 불만과 불평을 들었지요. 누구도 이 나라의 방식에 만족하지 않았어요. 행복하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생각과 기억,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요.' - 41쪽

힘으로 세상을 지배했던 독재자의 시대를 바꾼 것은 더 힘이 센 이가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자유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이 무엇일까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다양한 의견을 들었고, 그 의견을 나누었을 뿐입니다. 자유의 물결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독재자의 시대를 바꾼 것은 세 아이들

이 작가는 1980년대 브라질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또 책 속 이야기의 어떤 부분은 브라질 국민들의 기록일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이야기는 브라질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독재자는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이 책을 번역해 읽고, 연극으로 무대에 올리는지도 모르죠.

<이제 모두 다 금지야!> 빨강이가 무지개를 보여주는 장면.
 <이제 모두 다 금지야!> 빨강이가 무지개를 보여주는 장면.
ⓒ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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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빨강이가 유리 조각으로 햇빛을 모아 무지갯빛을 보여주었습니다. 빨강이는 회색 옷을 벗고 다양한 색 옷을 입었습니다. 파랑이는 악기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연주하며 음악을 온몸으로 표현했습니다. 독재자는 빨강이와 파랑이를 멈추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통금 시간이 시작되기를 바랐습니다.

독재자가 원하는 밤이 왔습니다. 하지만 노랑이도 밤을 기다렸습니다. 노랑이는 검은 밤에 빛을 쏘아 올렸습니다. 노랑이 할아버지는 화약을 만드는 기술자여서 불꽃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밝은 빛들이 독재자를 겁먹게 했다고 합니다." - 56쪽

여론의 힘은 무섭습니다. 독재자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선거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어떤 상황이 나왔을까요? 이번 총선 후에 많은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선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나도 재미없는 정치를, 때론 진지하게 때론 재미있게 말입니다.

어른들이 왜 열변을 토하며 선거이야기를 하는지, 아이도 궁금해합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니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된 듯해 보입니다. 조금이마나 '자유'가 무엇인지 느낀 걸까요?

동화 마지막 구절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독재자의 시대를 겪었던 사람으로서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독재자는 자기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나라를 지금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더 똑똑해진 독재자가 우리 곁에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독재자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독재자가 더 똑똑해졌다면 주머니에 있는 무지개와 몸에 있는 음악과 별만으로는 내쫓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 57쪽

덧붙이는 글 | 이제 모두 다 금지야! l 곰곰어린이 45 l 아나 마리아 마샤두 (지은이) | 조제 카를루스 롤로 (그림) | 장지영 (옮긴이) | 책속물고기 | 2016-04-25



이제 모두 다 금지야!

아나 마리아 마샤두 지음, 조제 카를루스 롤로 그림, 책속물고기(2016)


태그:#이제 모두 다 금지야!, #아나 마리아 마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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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유를 꿈꾸는 철없는 남편과 듬직한 큰아들, 귀요미 막내 아들... 남자 셋과 사는 줌마. 늘, 건강한 감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수련하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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