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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연설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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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특유의 유머 감각을 과시하며 큰 화제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한국시각)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을 주최했다. 1921년부터 매년 열리는 미국 언론계의 최대 행사로써 대통령이 기자단을 비롯해 사회 각계 유명 인사를 초청해 유머를 곁들여 연설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올해 행사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녔다는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어 의미가 더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유쾌하고도 '뼈있는' 농담을 쏟아내며 청중을 즐겁게 했다.

오바마 "백악관의 다음 주인은 그녀"?

CNN 방송이 생중계한 이날 연설의 첫 희생양은 역시 공화당이었다. 그는 만찬에 참석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가리켜 "공화당 경선이 너무 성공해서 축하한다"라며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공화당 인사들은 (고기와 생선 중에서 선택하라는) 희망 메뉴에 폴 라이언을 적었다"라고 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공화당 지도부가 경선에 출마도 하지 않은 라이언 하원의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하려는 계획을 풍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유머에는 같은 편인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오늘 연설이 성공적이면 퇴임 후 골드만삭스 강연에서 써먹어야겠다"라며 대형 금융사 골드만삭스에서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 논란이 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적했다.

또한 "클린턴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 막 페이스북 계정을 처음 만든 친척 할머니를 보는 것 같다"라고 하자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내년 이 자리에는 다른 대통령이 서겠지만 '그녀(She)'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며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인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암시하면서 확실한 지지 의사를 빼먹지 않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도 "27달러짜리 기부금을 3만7000번 정도 받은 것 같다"라며 대기업이 아닌 일반 유권자의 소액 기부로 치르는 샌더스의 '풀뿌리' 선거 운동을 치켜세워다. 이어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를 '동무'(comrade)라고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 세계 미녀들 다 만났다" 조롱



이날 연설의 백미는 트럼프 풍자였다. 5년 전 이 행사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공개 망신을 당했던 트럼프는 올해도 백악관의 초대를 받았으나 불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안 와서 슬프다"라며 "이렇게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가 있는데도 트럼프가 초대를 거절한 것을 보면 오늘 만찬 식사가 너무 싸구려라서 그런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공화당이 트럼프의 외교 경험 부족을 걱정한다는 것이 놀랍다"라며 "트럼프는 수많은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왔다.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이라고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동안 미스 유니버스, 미스 USA 등 수많은 미녀 대회를 개최해왔던 트럼프가 최근 동맹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한국·일본의 핵무장 용인, 거대한 국경 장벽 건설 등 과격한 외교 공약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을 조롱한 것이다.

'촌철살인' 유머의 마지막 희생양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는 "이제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사망 선고일이 떨어질 날만 기다리고 있다"라며 곧 퇴임을 앞둔 자신의 신세를 유머로 활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딱 두 마디만 하고 끝내겠다"라며 "오바마는 간다(Obama Out)"라고 말한 뒤 최신 가수들처럼 마이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청중은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태그:#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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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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