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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뭐 사줄 거야?"

아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내 대답은 이렇다.

"꼭, 뭐를 사 줘야 해?"

2016년 '어린이날'은 부모가 어린이에게 선물을 사 주는 것이 의무처럼 됐다.

돈 나갈 곳 많은 가정의 달인데 어린이날까지…. 한숨 쉬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곧 반성했다. 이유는 <오늘은 어린이날!>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이 책은 '방정환이 들려주는 어린이 인권 이야기'를 테마로 책속물고기 출판사에서 기획해 펴낸 작품이다.

"아들, 방정환 선생님 알아?"

'어린이날' 하면 당연히 '방정환'. 그렇게 배웠기에, 문뜩 궁금해서 아들에게 물었다. 다 아는 거 물어본다고 핀잔 받겠지. 하지만 아들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헐, 대박." 10년 동안 우리 아들은 어떤 어린이날을 보냈단 말인가. 아마 방정환 선생이 2016년 우리 집에 왔다면 '대실망'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미래 아이들을 만난 방정환

1931년 7월, 저승사자가 방정환에 나타나 미래 아이들을 만날 것을 제안한다. 시간여행을 하게 된 방정환은 그가 죽은 후 6년이 지난 시점에 와 있다. 시대는 일제 강점기이며, 그는 신문배달부 소년이다.

"전차가 다니는 큰길로 나오니 허리에 칼을 찬 일본 경찰들이 보였다. 조선 사람들은 전보다 더 지쳐 보였고,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방정환 얼굴에서도 점점 웃음이 사라졌다.
방정환은 서둘러 잡지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어린이날 행사를 앞둔 사무실답지 않게 썰렁했다. 그동안 펴낸 잡지가 궁금해 구석 책장을 살펴보는데 친구들이 들어왔다.


'어린이날 기념식을 하지 말라는 이유가 뭔가?'
'조선인들 여럿이 모이는 게 싫은 게지. 일본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는군.'
'그렇다고 어린이날까지 막을 줄 누가 알았나? 그날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들이 즐겁게 지내도록 하자는 건데.'"(본문 16쪽)


그는 어린이 잡지가 폐간되고, 어린이날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속상했지만 우연히, 오빠에게 이야기 해 달라는 어린 여자아이를 만났다. 방정환은 아이에게 친구들을 모아 오면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모인 아이들에게 방정환은 <만년샤쓰> 주인공 창남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늘은 어린이날!> 책 내용 중.
 <오늘은 어린이날!> 책 내용 중.
ⓒ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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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으로 보는 '어린이의 인권'을 주제로 썼다.

총 9장 구성 중 어린이의 인권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교육받을 권리, 일하지 않고 쉴 권리, 건강하게 자랄 권리, 폭력을 당하지 않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 보호와 의사 표현 권리 등으로 나뉜다.

각 어린이의 권리를 주제로 시간여행한 방정환 선생은 각 시대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어린이 인권이 잘 지켜지도록 조언한다.

누구보다 어린이 인권이 잘 지켜지기를 바랐을 방정환.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방정환의 정신은 있었다. 어린이날이 지금껏 잘 유지된 것도 그 이유인지도 모른다.

특히, 1970년 10월 청계천 평화시장 재단사 보조가 된 방정환이 근로기준법을 만들려던 전태일을 만나는 장면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했다. 비록, 상상 속 이야기지만 열다섯 살에 재봉틀을 붙잡고 있는 여공을 바라보고 안타까워하는 방정환 선생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태일이 형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작업 환경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써서 노동청에 제출한다고 했다. 그러면 신문사에서 기사를 실어 주기로 약속했단다. 방정환은 진정서 내용을 보다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영숙이 같은 아이들이 한 달에 네 번 일요일마다 쉴 수 있어야 해요. 골병이 들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여기에 이대로는 건강을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어 당국의 강력한 시정 조치가 요구된다라고 덧붙이면 어떨까요?'
'이야. 너 제법이다. 어려운 말도 척척 쓰고.'"(본문 56쪽)


"어린이를, 앞으로 어린이를 잘 부탁합니다."

1999년 방정환은 고등학생이다. 그는 혼자 빈집을 지키는 선재를 만난다. 이혼 가정 속 아이는 아빠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힘겨운 생활을 보내다가 엄마에게 왔다. 그러나 엄마도 생계를 위해 아이와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

하지만 선재는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긴다. 방정환은 아이를 그냥 방치하는 것 같아, 엄마에게 상황을 알리고 담임 선생님과 지역아동센터 상담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990년대 후반은 경제 악화로 많은 가정이 위기를 겪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 돌봄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아동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과거 어린이들은 일제 침략, 전쟁, 가난 등으로 어린이 권리를 못 누렸지만 요즘은 다르지 않나? 라고 생각할 즈음. 방정환은 2016년, 5학년 여자아이의 할머니가 됐다. 할머니의 손녀 예지는 꿈이 가수다. 하지만 예지 엄마는 가수를 꿈꾸는 예지를 나무라고 공부만 하도록 강요한다. 급기야, 엄마는 비밀 일기와 휴대 전화, SNS까지 통제한다.

 <오늘은 어린이날!> 책표지.
 <오늘은 어린이날!> 책표지.
ⓒ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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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방정환은 예지 엄마와 마주 앉았다.

'옛날에도 어린이끼리 모여 토론도 하고, 독립운동도 했어. 아무리 어린이지만 자기 생각이 있으니까.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노래 부르고 춤을 춰도 괜찮지 않겠니? 예지가 준비한 걸 엄마에게 꼭 보여 주고 싶다고 했으니 꼭 보려무나.'

엄마는 예지 블로그에서 동영상을 봤다."(본문 97쪽)

마지막 여행에서 방정환은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 은파리가 됐다. 그는 어린이날 축제에 아이들 사이사이를 날아다녔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덩달아 행복해하는 방정환은 상상 속 모습이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그 이유는 그의 마지막 유언을 보면 알 수 있다.

"방정환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기도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어린이를, 앞으로 어린이를 잘 부탁합니다.' 1931년 7월 23일이었다."(본문 107쪽)

아이들과 어떤 어린이날을 보내야 할지, 다시 고민해 본다. 나도 방정환이 될 수 있도록 다짐하면서.

덧붙이는 글 | 오늘은 어린이날! - 방정환이 들려주는 어린이 인권 이야기 l 생각을 더하면 9 | 오늘 (지은이) | 송진욱 (그림)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감수) | 책속물고기 | 2016-05-05



오늘은 어린이날! - 방정환이 들려주는 어린이 인권 이야기

오늘 지음, 송진욱 그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감수, 책속물고기(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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