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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죽어버린 경의선 숲길의 공원. 사람들이 밟거나 앉지 않은 표지판 주변에만 잔디가 살아남아 애처로움을 더한다.
▲ 사막화 되어버린 경의선 숲길 잔디가 죽어버린 경의선 숲길의 공원. 사람들이 밟거나 앉지 않은 표지판 주변에만 잔디가 살아남아 애처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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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한 모래밭이 되어버린, 경의선 숲길 공원의 잔디밭.
▲ 흉한 모래밭이 되어버린 공원 흉한 모래밭이 되어버린, 경의선 숲길 공원의 잔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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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트럴 파크'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에 사용하지 않는 경의선 철로가 지나가던 연남동과 가좌역 일대를 개발한 공원의 별명이다. 공원의 정식명칭은 '경의선 숲길 공원'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따온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넓게 깔린 잔디와 군데군데 심어진 초목, 잔잔하게 흐르는 인공 시냇물이 어우러져 공원은 무척 아름답다. 야간에는 길을 따라 설치된 고급스럽고 은은한 조명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경의선 숲길 공원 조성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 삭막한 철길 주변에 공원을 만든다고?'라며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차츰 블로그 등에서 유명세를 치르면서 어느덧 홍대 주변의, 나아가 서울 서북부의 명소가 되었다. 이 주변의 직장과 연고가 많은 필자의 경우, 홍대 정문 주변으로 몰렸던 젊은 방문객들이 이곳으로 몰려서 오히려 과거의 번화가들은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5월이 되고, 봄이 한층 무르익으면서 공원은 한창 그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5일 근처에 볼일이 있어 지나게 된 경의선 숲길 공원은 마치 '온난화로 인해 사막화된 초원'을 연상케 할 만큼 상해 있었다.

급격히 많아진 방문객들이 공원에서 장시간 돗자리를 깔고 음주와 여가를 즐기면서 잔디밭이 황폐화된 것이다. 경의선 숲길 공원이 완공된 것이 2015년 6월이고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화초가 자라나는 4월 초순 무렵부터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다. 불과 한두 달 만에 공원의 사막화가 진행된 것이다.

맨 땅이 되어버린 잔디밭... 공원의 사막화?

경의선 숲길 공원은 여러 아파트와 주택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야간에 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흥에 겨워 술을 마시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들이 근처 골목으로 숨어들어 담배를 피워,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또 길게 뻗은 산책로 때문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이나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즐긴다. '개 줄을 묶고 배설물을 치우세요'라는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개 줄을 묶지 않고 커다란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주가무에 담배 연기까지... 다같이 '연트럴 파크' 보호해야

급격히 죽어가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출입금지 선. 아름다운 공원 여기저기에 출입금지 선이 설치되어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출입금지 선 급격히 죽어가는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출입금지 선. 아름다운 공원 여기저기에 출입금지 선이 설치되어 있어 미관을 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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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니고, 누구라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인 것이 맞다. 하지만 공원은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이 사용해야 하는 곳이다. 공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공원을 청결하고 안전하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공원을 만든 주체인 정부 부처는 공원이 훼손되거나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성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일대의 상권들은 공원으로 인해 엄청난 특수를 맞고 있지만, 공원의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늘어나는 방문자와 그들이 만드는 소음, 음주로 인한 소란, 골목에서 피워대는 담배 연기로 고충을 겪고 있다. 아름다운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그 공원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만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잔디, 식물 위로 지나다니거나 장시간 돗자리를 깔고 음주를 하는 행위들을 자제하고, 주변 골목이나 길 위에서의 흡연은 더욱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 사는 어린이와 임산부, 노인도 많다. 관련 정부 부처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원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연트럴 파크'가 아름다운 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경의선숲길공원, #연트럴파크, #황폐화, #시민의식, #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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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고통을 수용하지만, 문제는 외면하면 더 커져서 우리를 덮친다. 길거리흡연은 언제쯤 사라질까? 죄의식이 없는 잘못이 가장 큰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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