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모한 여행은 우연히 들은 암자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모습이 허름하기 짝이 없고 뭐 하나 정돈 되지도 않고 쓸만한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그런 골동품 시장에나 나가야 할 것 같은 절이었다.
경북 문경 산북면 김룡리. 화장암. 그곳에 불휴당스님이 산다.
5월 12일 두번째 그 절에 갔다.
지난번엔 스님이 안 계셔 사진만 찍고 기웃거리다 왔다. 우리 선생님은 가고 또 가고 안 계셔도 가고 그런다. 스님은 핸드폰이 없다. 집에 전화해도 산으로 들로 무엇이 그리 바쁜지 받지도 않는다. 점점 스님이 궁금해졌다.
화장암에는 불휴당 스님이 계시지요.몹시수줍음 타시는 그곳 하늘 아래 별하나..별똥하나..와오손 도손 사시지요.이런 부질없는 상상을 하면서...
이런 풍광들을 보고 왜 안 궁금하겠는가?
지난 4월 화장암 모습이다. 깊은 산 골짜기마다 진달래가 숨어 있었는데 어느새 산자락은 초록으로 뒤덮여 있었다. 초여름 날씨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꼬불꼬불 산길을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스님과 마주했다. 스님은 쑥스러워 "무슨 여자들을 이리 많이 데리고 다니는가?
이 선생은" 그 말만 하셨다.
스님은 중학교 때 불교 서적에 심취해 절을 찾아다니다 이리 되었다고 했다. 벼락맞은 이야기며 도둑들과 한판 붙은 무용담. 아무것도 마음에 품지 않으면 부러울 것도 걱정도 없다 했다. 나도 그리 되고 싶다. 우리 선생님이 왜 자꾸 여기를 오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그러다 머리 깎고 아주 눌러 앉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들만큼. 이건 머핀의 생각이다.
작약이 피면 가기로 했다. 앞으로 선생님 올 때마다 계속 와야지 하고 생각했다. 스님처럼 먹는데도 욕심을 부리지 말아서 날씬해지고 싶다. 이젠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예쁜 옷도 사지 말아야지. 과연, 이게 가능할까?
덧붙이는 글 | 닮고 싶은 보석같은 스님을 만나서 기쁨을 전하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