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최형국 박사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무기인 '쌍검'
 최형국 박사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무기인 '쌍검'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아이돌이 일으키는 한류열풍이 대단하긴 하지만, 무예 24기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면 분명 그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최형국(역사학박사, 41세)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상임 연출 목소리는 '허풍이 좀 심한데!'라고 느낄 만큼 자신감 가득했다. 사극에서 방금 뛰쳐나온 듯한 그의 옷차림만큼이나 파격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우 '논리정연'해 듣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가장 강력한 한류 1호는 아이돌이 아니라 태권도인데, 무예 24기는 그 태권도를 능가할 수 있는 무술입니다. 원재료를 분석해보면 태권도는 맨몸만 쓰는 무술이라 분명 한계가 있어요. 미국 태권도 협회는 태권도에 쌍절곤을 넣기도 하는데, 이러면 정통 태권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에 비해 24기 무예는 권법부터 창·검술 마상무예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종합무술이라는 장점이 있죠. 또 이 무예가 수록된 무예도보통지는 세계최초 세계 유일 왕(정조)의 명령으로 편찬했고 왕이 직접 이름까지 지어준 무예서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는 책입니다. 즉 24기 자체가 우리 역사, 우리 문화일 정도로 원재료가 좋다는 말이지요."

"시립공연단으로 승격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

 실전에 가까운 대련
 실전에 가까운 대련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월도로 대나무를 베는 모습
 월도로 대나무를 베는 모습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최 박사를 지난 13일 오전 10시 수원 화성행궁 북군영에서 만났다. 무술 시범단 시범이 오전 11시라 시범단원이 거처하는 북군영은 갑옷을 입고 칼을 찬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 갑옷 무게만 10킬로가 넘는다. 연습하고 시범 보이다 1년에 서너 명은 병원 신세를 진다"는 말을 듣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갑옷, 투구, 월도, 낭선, 검, 활 등 각종 무기는 사극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최 박사가 일일이 고증을 해서 주문 제작했다고 한다. 덕분에(?)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 사람이 착용한 갑옷과 투구, 무기를 합하면 8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최 박사는 그 이력도 참 특이했다. 옷차림이나, 무술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면 대여섯 살 때부터 속세와 인연을 끊고 깊은 산 속에서 무술 수련만 한 듯한데, 엉뚱하게도 그는 경영학도 출신이었다.

대학시절 무예 24기를 익히는 경당이라는 단체를 만나면서 무예와 인연을 맺어, 20여 년간 무예 수련과 연구에 전념해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4기 무예 시범단'도 그의 작품이다. 지난 94년 활동을 시작해 99년에 첫 공연을 했다. 2002년엔 수원 월드컵 개막공연 무대에 무예 24기를 올렸다. 2003년부터 상설 공연을 시작했다.

현재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1시에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단원은 23명이다. 그가 이곳 화성을 본거지로 삼아 활동한 것은 경영학도다운 눈썰미가 있어서였다.

"함께 경당에서 수련하던 선배들이 결혼하고 아기 낳으면서 분윳값 때문에 무술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괴로웠어요.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그래서 제가 공부한 경영학으로 이 문제를 풀기로 하고 이곳에 뿌리내릴 결심을 했습니다.

이곳에는 정조의 숨결이 있어요. 정조의 화성을 지키던 장용영이 있어 무예 24기의 본거지라 할 만하지요. 그래서 이곳에서 무예24기를 하면 핵심 콘텐츠가 되리라 믿었고, 화성 관광의 핵심 키워드가 되리라 확신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성공인가?"라고 물었다.

"작년에 수원시립공연단으로 승격했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봐야 하나? 무예로 시립단원이 된 최초 사례입니다. 단원 모두가 준공무원 신분이니 생활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셈이죠. 예전엔 비정규직이었어요. 굶어 죽기 딱 좋은 게 무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게 힘든 직종입니다. (너털웃음)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최근에 시작한 무예 아카데미와 여름 방학에 맞춰 문을 여는 여름 무예 교실을 잘 운영해야 하는데, 모두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사업입니다. 소원이 하나 있는데, 화성에서만큼은 아침 체조로 무예 24기를 하면 좋겠어요. 중국에서 아침마다 태극권 하는 것처럼. 시민들 건강에도 좋고, 잘만하면 관광 상품으로도 효과적이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사극 문제 많아, 고증작업에 좀 더 철저해야"

 허리에 칼찬 모습, 칼집이 뒷쪽에 있어야 하는데 사극에서 보면 칼집이 앞쪽에 있다고 지적했다.
 허리에 칼찬 모습, 칼집이 뒤쪽에 있어야 하는데 사극에서 보면 칼집이 앞쪽에 있다고 지적했다.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공연이 끝난뒤 공연단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공연이 끝난뒤 공연단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이민선

관련사진보기


무예사와 전쟁사를 연구해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이니만큼 사극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각별했다. 사극에 단역으로 출현하기도 했고, 고증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극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을 출간할 정도로 다양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책은 다음 달에 나온다.

"아무리 오락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역사극이니만큼 당시의 차림새 등은 제대로 담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참 안타까워요. 심지어 역사 다큐멘터리에서조차도 그런 게 눈에 띄는데, 이거 말이 안 됩니다. 시청자를 무시한 거예요.

사극 <주몽>에 나온 말안장, 그거 1900년대 초에 들어온 영국식 안장이에요. 2000년 정도 차이가 나는 거죠. 또 칼을 손에 들고 전투에 나가고 심지어 칼을 든 채 말을 몰기도 하는데, 그게 말이 됩니까? 또 적군을 만났을 때 손에 든 칼집에서 칼을 뽑는데, 그 다음에 칼집은 어떻게 하려고요. 버리나요? 그게 아니죠. 칼은 허리에 늘 차고 다녔어요. 아무도 지적하지 않으니까 이러는 건데, 끊임없이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사극이 발전합니다."

무예 24기는 조선 정조(正祖 1777-1800) 때에 완간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1790)에 실린 24가지 무술이다. 도(刀)·검(劍), 창(槍)·곤(棍), 권법(拳法) 등 병장기와 맨손 무예로 이루어진 종합무술로서 수원 화성 최고의 볼거리로 알려졌다. 수원시가 올해를 '수원 화성 방문의 해'로 선포, 관광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람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13일 11시 공연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려 공연장인 신풍루 앞마당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칼이 대나무를 자르고 월도가 하공을 가를 때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갑옷을 입은 시범 단원들과 사진을 찍느라 장사진이 펼쳐지기도 했다. 24기 무예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면 아이돌 인기를 능가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허풍은 아닌 듯했다.

[관련 기사]
정조 호위 무관이 일본도를? ...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선덕여왕이여, 영국식 안장은 그만 버리시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궁금한 게 많아 '기자' 합니다. 르포 <소년들의 섬>, 교육에세이 <날아라 꿈의학교> 지은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