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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의 어머니 권미애씨가 보낸 손 편지를 공개했다.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의 어머니 권미애씨가 보낸 손 편지를 공개했다.
ⓒ 김영오씨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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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모님들과 가습기 살균제 부모님들은 언제나 죄인으로 살아갑니다. 자식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준 어머님 힘내십시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김씨는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받은 손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의 어머니 권미애씨였다.

권씨가 보낸 편지는 '응원의 글'이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내고 12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사건 발생 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구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방의 세월호 사건'으로 불리고 있었다. 특히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도 닮은꼴이었다.

권씨는 편지를 통해 "나라에서 허가해 마트에서 팔던 가습기 살균제를, 제 손으로 그걸 가습기에 넣고 제 아이의 폐를 서서히 망가뜨려 우리 성준이의 인생을 망쳐놓은 죄인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저도 죄인이라 처음엔 어디에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제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이 나라였다"라면서 "원인이 밝혀진 지 5년이 지나서야 이제 겨우 가해자가 나왔는데 물건을 판 가해기업뿐, 그걸 팔라고 허가해줬다는 곳에선 잘못이 없다고 한다"라고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그는 "배 안에서 찍은 동영상들, 인터넷 찾아가며 다 보았다"라면서 차가운 물 속에, 배 안에 갇혀 버린 우리 아이들, 부모님들께서 들어가 구할 수도 없었던 그 상황을 어느 누가, 그 마음을 알겠나"라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도 건넸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로 세상을 알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과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며 즐거워야 할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세월호 아이들,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있을 우리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것이 밝혀지길 멀리서 항상 응원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준엄마'가 '유민아빠'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유민 아버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어린이 임성준 엄마예요.
트위터를 통해 유민 아버님을 처음 뵈었어요.
위로라고 하는 어떠한 말도 유민 아버님께는...
세월호 유가족분들께는 감히 드릴 수 없는 것을...

저는 나라에서 허가해 마트에서 팔던 가습기 살균제를 제 손으로 그걸 가습기에 넣고 제 아이의 폐를 서서히 망가트려 우리 성준이의 인생을 망쳐놓은 죄인 엄마입니다.

우리 성준이는 첫돌이 막 지난 14개월때 세상에 태어나 즐거움과 행복을 느껴보기도 전에 고통과 아픔을...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중환자실에서 11개월 동안 힘든 싸움을 하고 살아온 아이입니다.

지금은 14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산소발생기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아이입니다.
저도 죄인이라...
처음엔 어디에...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자신한테 너무화가 나서...
하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이 나라였습니다.

그런 살인무기를 어떻게 팔 수가 있었을까...
누가 그걸 팔게 허가를 내준걸까...
원인이 밝혀진지 5년이 지나서야 이제 겨우 가해자가 나왔습니다.

그치만 물건을 판 가해기업뿐 그걸 팔라고 허가해줬다는 곳에선 잘못이 없다네요.

2년전 아이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러 떠난 수학여행에서...
너무 허망하게 고통과 공포속에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우리 아이들...
배 안에서 찍은 동영상들...
인터넷 찾아가며 다 보았습니다.
어떻게...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떠나야 했는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차가운 물속에...
배 안에 갇혀버린 우리 아이들...
부모님들께서는 들어가 구할 수도 없었던 그 상황을...
어느 누가 그 마음을 알겠어요.

가습기 살균제로...
세상을 알기도 전에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과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며 즐거워야 할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세월호 아이들...

하늘 나라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앞으로...
모든 것이 밝혀지길...
멀리서 항상 응원 하겠습니다.


태그:#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유민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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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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