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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정무수석, 박지원에 90도 인사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김재원 정무수석이 박지원 대표와 악수하며 90도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권우성
"저 분(김재원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은 너무 맹목적 충성을 하는 분이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자신을 찾아온 청와대 신임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을 향해 농담 섞인 쓴소리를 날렸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이 실장과 김 수석을 만나 "(김 수석은) 맹(목적)충(성)이다. (앞에선) 예의 갖추고 제대로 뒤통수 때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실장이 "바쁜데 시간 내줘 감사하고, 자주 뵙겠다. 언제든지 가르쳐달라"라고 말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말에 이 실장과 김 수석은 "허허"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김 수석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며 연신 박 원내대표의 손을 잡기도 했다. 이어 김 수석은 "맹목적 충성은 좀..."이라며 박 원내대표의 말에 웃으며 반박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맹충이지. 내가 (김 수석의) 수는 잘 아니까. 나는 직격탄을 날리는 사람이지만, 김 수석은 뒤통수를 때린다"라고 맞받아쳤다.

이 실장과 김 수석이 떠난 뒤에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소통을 잘 하란 의미에서 한 말이다"라며 "김 수석하고 나는 잘 아는 사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잘 아는 사이지만, 저 사람(김 수석) 보통 사람이 아니다"라며 "구시심비(口是心非), 말하고 마음하고 다른 사람이다. 진짜 충성하는 맹충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사무실에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을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청와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박 원내대표의 말은 괜한 농담이 아니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 김 수석에게 청와대의 소통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실장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단이 만난) 5.13 회동이 잘 지켜지지 않아 상황이 어렵게 꼬였다"라며 "구조조정과 거기에 따른 노동개혁 문제 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 모든 권한은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청와대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며 "결국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성공하고 대통령이 실패하면 나라도 실패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실장은 "여든, 야든, 정부든 목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다"라며 "박 원내대표의 말대로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많은 힘 보태주시고, 지도해달라. 우리도 열심히 일하겠다"라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 김 수석이 자리를 떠난 뒤 기자들에게 과거 이 실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실장이 과거 서울시장할 때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라며 "그런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성수대교는 노태우 대통령 때 건설된 거다'라는 식으로 말하며 책임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제가 당시 민주당 대변인으로 있을 때 기자들이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묻길래 '경복궁이 무너지면 흥선대원군에게 책임을 물을 건가'라고 논평했다"라며 "(그 논평으로) 제가 (이 실장이) 서울시장할 때 (이 실장을) 쫓아낸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1994년 10월 21일 벌어진 성수대교 참사 소식이 담긴 22일자 <매일경제> 1면.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21일 경질됐다는 소식도 1면에 담겨 있다. ⓒ 매일경제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기억은 사실과는 차이가 많았다. 앞서 박 원내대표가 소개한 "경복궁이 무너지면 대원군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할 거냐"라는 논평은 1994년 10월 24일에 나왔는데,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 실장은 성수대교가 붕괴된 당일(1994년 10월 21일)에 이미 경질됐다(당시 서울시장은 대통령 임명제). 다만, 박 원내대표는 성수대교 부실 관리의 책임을 물어 시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 실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논평을 거듭 내는 등 이 실장을 두고두고 괴롭혔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1997년 'DJP 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 당시 자민련 소속 충북지사였던 이 실장과 '공동정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여기에 대해서는 "아주 유능한 분이고 진짜 (일을) 잘하시는 분이었다. 비서실장도 잘 해야 할텐데"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통령 건강은 어떤지..."
정세균 의장 예방하는 이원종·김재원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이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 권우성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이 10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방문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예방하고 있다. ⓒ 권우성
한편 임명 사흘 째인 이날, 이 실장과 김 수석은 박 원내대표 이외에도 여의도 일대를 돌며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을 만났다.

새누리당 김희옥 위원장은 "당과 정부가 힘을 합쳐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이다"라며 "걱정은 많지만, 기대만큼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덕담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대통령에게 말씀을 잘 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음에도 옆에서 보기에 꽉 막힌 경우가 있더라"라며 "두 분이 소통을 잘 하는 분들이니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건강은 어떤지" 물은 정세균 의장은 "국민들이 힘들어하니 청와대는 물론이고, 국회든 정부든 다 지혜를 모아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저도 굉장히 중요하고 힘든 일을 맡았고, 실장님께서도 많은 일을 해줘야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태그:#박지원, #이원종, #김재원, #청와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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