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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5) 
- KBS <"1조 5천억 원 분식회계"…감독 체계 '낮잠'>(톱보도, 홍혜림 기자)
- <직원이 180억 횡령…사장은 고액 연봉>(2번째, 조미령 기자)

최근 박근혜 정부가 진행 중인 광범위한 구조조정이 경영진과 정부의 책임은 회피한 채, 공적자금 투입과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국민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이를 다룬 적이 없다. 14일 전기·가스 민간 개방 조치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보도에서도 KBS는 '전기·가스 요금 인하'만 선전하는 태도를 보였다.

15일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등 출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KBS는 또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을 은폐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무책임이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됐지만 KBS는 단 한 마디 언급에 그쳤다. 또한 금융당국 국책은행 부실관리, 전·현 정부의 인사 개입 등 감사원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점들도 외면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방점을 찍어 보도하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방치해 공적 자금으로 투입된 수조 원을 허비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자행한 1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통해 얻은 부당 이익으로 2049억 원 규모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도 방치했다. 조선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투자한 것마저 승인해 1조20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야기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2000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의 주요 안건을 사전보고 받았고 2012년부터는 비상무이사를 선임해 경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음에도 재무 분석조차 제대로 행하지 않는 등 감시 시스템은 '먹통'이었다.

산업은행 퇴직자 출신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든 안건에 '찬성'하는 '거수기' 노릇만 했다. 이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물론, 전반적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방치한 데에는 정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들이 수장에 임명됐기 때문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계열사에 대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인사개입이 도를 넘었다"라면서 현 정부 실세들의 '낙하산' 인사를 암시한 바 있다. 발언의 당사자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부터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으로 한때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고 이덕훈 현 행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윗선'의 개입, 즉 정부의 인사 개입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산업은행 직원 3명에 대한 문책만 요구했는데 감사원이 정권 차원의 비리를 산업은행만의 책임으로 전가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총체적 부실과 탈법적 경영은 관리 감독 의무를 방기한 국책은행, 그리고 국책은행 운영에 개입한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책은행 구제를 위한 공적자금 지원과 대규모 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다. 분식회계까지 저지른 부실기업과 그 기업의 부실을 방치한 국책은행을 살리기 위해 또 혈세가 투입되고 노동자가 대량 해고되는 참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감사원의 발표가 던진 충격파가 컸던 만큼, 대우조선해양 감사 결과를 MBN을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고 지상파 3사와 JTBC는 톱보도로 다뤘다.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구조조정의 책임이 국책은행과 경영진, 정부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한 건의 보도도 내놓지 않은 MBN도 문제가 크지만 두 건의 보도에서 책임 소재를 흐려버린 KBS가 질적으로는 더 부적절하다는 평이다.


KBS는 톱보도인 <"1조 5천억 원 분식회계"…감독 체계 '낮잠'>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방만한 경영과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을 모두 다뤘지만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은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황상무, 김민정 두 앵커는 오프닝 멘트에서 "대우 조선해양이 적자를 흑자로 꾸민 분식회계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확인됐습니다.

대우조선은 이런 엉터리 분식회계를 근거로 2000억 원대의 성과급까지 지급했지만, 감독은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감독'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말해주지 않은 설명이다. 보도 내용에서도 이런 불균형이 이어졌다. 홍혜림 기자는 "대우조선은 2013년부터 2년 동안 40개 해양플랜트 사업이 지연돼 생긴 적자를 임의로 줄여, 흑자가 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 "흑자기업으로 둔갑한 대우조선은 이 기간 2천억 원의 성과급을 전 직원에게 나눠줬습니다"라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성과급 잔치를 자세히 설명했다.

반면 감사원 발표의 핵심이었던 산업은행의 책임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했고,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단 한 마디 언급으로 갈음했다.

다음 보도인 <직원이 180억 횡령…사장은 고액 연봉>은 8년간 회삿돈 178억 원을 횡령한 대우조선해양 직원 개인의 일탈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차장급 직원이 8년 동안 회삿돈 178억 원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했고 사장은 적자에도 9억 원 대의 연봉과 막대한 퇴직금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을 은폐한 것이나 다름없다. KBS의 보도 2건에서 보이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탈법 및 부당 이익, 그리고 직원 개인의 횡령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책임을 단 한 마디 설명으로 축소하다 보니 금융당국과 전·현 정부 등 '윗선'의 개입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KBS 대우조선해양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관련 보도(6/15)
 KBS 대우조선해양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관련 보도(6/15)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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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독 지상파 3사만이 대우조선해양 직원의 개인적 횡령을 보도했다. 그나마 MBC, SBS는 산업은행의 관리 의무 방기에 대해서 별도로 1건을 할애해 직원 개인의 책임을 전한 보도 1건과 균형을 맞췄다. MBC <부실·방만 뻔한데… 알았나 몰랐나>는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관리·감독도 허술" "산업은행 출신 경영진은 이사회의 거수기에 불과" 등 산업은행의 책임을 비교적 충실히 전했다.

SBS <3조 2천억 퍼주고도…산은 '나몰라라'>는 "정부는 이번에도 구조조정의 키를 맡기며 11조 원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지원할 계획" "그에 앞서 정책금융의 실패 원인을 짚고, 책임을 묻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KBS는 이런 보도도 없이 대우조선해양 직원 개인의 책임에만 방점을 찍은 것이다.

한편 MBC와 SBS도 전·현 정부의 개입 문제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평이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는 TV조선이 앞서 나갔다. TV조선 <"홍기택 조치" 정권 보호 논란>은 "감사원 발표는 최근 정권 실세 책임론을 언급한 홍 전 회장과 산업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어서 '정권 보호용'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라며 정부의 책임을 피해간 감사원을 비판했다.

'윗선'의 개입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는 JTBC이다. JTBC는 감사원 발표 전날인 14일, <단독/대통령 사진사까지 대우조선 고문으로>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정치인과 전직 국정원 간부 등을 고문으로 임명해놓고 억대 연봉에 고급차량, 자녀학비까지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 시절 특보 함모 씨와 사진사가 각각 1억여 원과 9000여만 원을 급여로 받았습니다" 등 정권의 인사 개입을 단독으로 전했다.

15일에는 <앵커브리핑/군군신신부부자자…홍보고문이 된 사진사>에서 "조선회사의 홍보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진사.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을 찍어왔던 그가 받은 급여는 2년간 9700만 원" "회사는 망하게 생겼는데…그래서 국민 세금 수조 원을 지원받게 됐는데 퇴직 임원을 챙기고 정 재계의 관계자들을 챙기느라 조선소는 바닷가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배는 산으로 올라가버렸습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그럴듯한 구호로 손실의 책임을 아래로 지우기엔 너무나도 민망한 상황들"이라며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을 한꺼번에 비판했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6/15) 
- JTBC <무시당한 자문업체 권고>(6번째, 강버들 기자)
- <'인양 회의록'에 지적된 문제들>(7번째, 김혜미 기자)

세월호 참사 1, 2주기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는 박근혜 정부의 만행까지,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 방송사는 JTBC뿐이었다. 15일, 세월호 인양이 이틀 만에 중단된 사실도 JTBC만이 비중 있게 전했다. JTBC는 세월호 인양에도 정부가 부실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TBC <무시당한 자문업체 권고>는 "뱃머리를 들어 올리는 와이어가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며 세월호 인양 중단을 전한 뒤 "두달 전 인양 자문 업체와 상하이샐비지, 해양수산부가 참여한 회의록"을 바탕으로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의 '졸속 인양' 의혹을 제기했다. "날씨 등 변수와, 하중에 대한 계산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세월호 인양을 자문하는 컨설팅업체 TMC 역시, 두달 전 제기"했지만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선수 들기'가 중단된 건 예측 할 수 없었던 너울 때문이며, 장비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다음 보도 <'인양 회의록'에 지적된 문제들>은 '인양 회의록'을 더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JTBC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인양 중단의 결정적 원인이 된 "인양 작업의 첫 단계인 뱃머리들기 작업"에 대해 "TMC는 이 시점(지난 4월)까지도 "인양에 필요한 정확한 계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TMC는 이후에 계산을 더 한다 해도 시간이 부족해 완벽한 결과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MC측은 세월호의 측면을 연결해 들어올리는 작업인만큼, 슬링의 특징이나, 길이를 계산해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상하이샐비지는 "테스트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유가족은 이런 문제에 대해 해수부 측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한 달 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컨설팅업체가 세월호 인양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준비를 권고했음에도 담당 업체인 상하이샐비지가 묵살했고 이를 해양수산부가 묵인한 정황이다.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자 가족을 핍박한 정부가, 최소한의 의무인 인양에도 무책임함을 드러냈지만 이를 보도하는 방송사는 JTBC뿐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KBS, #대우조선해양, #감사원,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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