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상무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반대 진영에서 일부 권역에서 합병 법인이 독점적 지위를 얻게 돼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는데, 공정위도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상무가 지난해 11월 30일 서울 광화문 S타워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당시 반대 진영에서 일부 권역에서 합병 법인이 독점적 지위를 얻게 돼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라고 주장했는데, 공정위도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예상보다 단호했다. 전날(4일) 공정위에서 7개월 만에 심사보고서를 전달할 때까지만 해도 '조건부 승인'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하루 사이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직 공정위 전원회의 최종 심결이 남아있지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큰 충격에 빠졌다.

SK텔레콤 "공정위 인수합병 불허 충격적, 후속대책 고민"

SK텔레콤은 5일 오후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여러 가지 후속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냈다.

공정위는 IPTV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합병하면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전국적으로는 26% 정도 점유율로, KT(약 29%)에 이은 2위 사업자일 뿐이지만, 권역별로는 CJ헬로비전이 진출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가입자 5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자가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인수합병을 반대했던 언론시민단체들도 공정위 결정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등 14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시민실천행동'(공동대표 김환균, 전규찬, 이해관, 아래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전날까지만 해도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준비했다고 한다.

방송통신실천행동은 이날 오후 "공정위 결정은 통신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고 방송의 다양성 및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면서 "SKT는 인수합병 이후에 벌어지게 될 유무선 통신 독과점 심화, 방송의 지역성 훼손, 통신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이용자 권리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외압' 의혹도... "미래부-방통위 심의도 지켜봐야"

지난 2월 24일 서울 양재동 K호텔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 맨 오른쪽 두 사람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대표
 지난 2월 24일 서울 양재동 K호텔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 맨 오른쪽 두 사람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대표
ⓒ 김시연

관련사진보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와 정무위원회 등 공정위 결정을 예의주시했던 정치권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미방위 수석전문위원은 "공정위가 시장점유율 60% 넘는 권역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인수합병을 승인할 거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면서 "공정위 인수합병 불허 결정은 의외고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안 위원은 "공정위의 불허 이유가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제한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정도 결론이라면 굳이 7개월이나 끌 필요가 있었는지, 과연 공정위의 독자적 결정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KT 사외이사 시절 이번 인수합병을 강하게 반대했던 현대원 서강대 교수가 지난달 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으로 임명되자 업계에선 이를 부정적 기류로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공정위 심사보고서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일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스스로 인수합병을 철회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 공정위의 불허 결정에 맞서 반대 의견을 펼 예정이어서, 공정위 전원회의 최종 심결까지 지켜봐야 한다. 빠르면 이달 안에 공정위 결정이 나오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미래부와 방통위 심의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가입자 점유율 같은 경쟁 제한성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일 뿐이고 지역방송 노동자의 고용 보장, 이용자 선택권 침해 문제, 유료방송의 지역성, 다양성 등 공적 책무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미래부와 방통위 입장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SK텔레콤, #공정위, #CJ헬로비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