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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극의 무예사·군사사 고증대로라면, 임진왜란 때 선조가 스마트폰을 꺼내 이순신 장군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쟁터 상황을 묻고 이순신 장군이 아주 힘들다는 이모티콘을 보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아니면 거북선 머리에 화염방사기를 달거나 판옥선 위에 기관총을 장착해도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대한민국 사극의 현주소를 이만큼 정확히 비판하고 있는 말도 없을 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제작되고 있는 사극 속 역사왜곡 및 고증오류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역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단편적인 수준의 비판만 존재했을 뿐,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비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책 표지 최형국 박사는 사극 속 고증오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를 출간했다.
▲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책 표지 최형국 박사는 사극 속 고증오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를 출간했다.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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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사극 속 고증 오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비판하는 사실상 최초의 단행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무겸전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저자

저자는 역사학계에서도 비주류로 꼽히는 무예사와 군사사(전쟁사) 연구에만 일평생 매진해온 진정한 의미의 '덕후'다. 그는 집념 어린 연구 끝에 2011년 <조선후기 기병의 마상무예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정통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동시에 지금도 수원 화성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며 실제 무예를 수련하는 무인(武人)이기도 하다. 문무겸전의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그가, 어쩌다 이런 책을 출간하게 되었을까.

무예24기 중 쌍검 시범을 보이는 저자 2013년 9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무예24기 홍보시범' 중, 저자가 직접 나서서 무예24기 중 쌍검을 선보이고 있다.
▲ 무예24기 중 쌍검 시범을 보이는 저자 2013년 9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무예24기 홍보시범' 중, 저자가 직접 나서서 무예24기 중 쌍검을 선보이고 있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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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예사와 군사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텔레비전이나 영화 사극 속 고증 문제였다'며 '사극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오락물이지만, 사극 속 무예사와 군사사 고증은 이와는 다른 문제다'라고 고백한다. 올바른 역사적 지식을 전달해야 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사극 속 고증 오류를 방관할 수 없었다는 것.

사실 저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하며, 그동안 사극 속 고증오류에 대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관련기사: "400만 <최종병기 활>, 이건 아니잖아요""정조 호위 무관이 일본도를?... 이러시면 안됩니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저자는 '한 개인의 힘은 미력할 뿐임을 절감했다'고 씁쓸해한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번 방식을 바꿔 정면돌파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사극 속 고증오류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내기로 한 것. 그리고 그 결실이 바로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다.

이순신 장군이 유럽 전지훈련이라도 다녀왔나요

'무지와 오해로 얼룩진 사극 속 전통 무예'라는 부제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그동안 한국 사극이 답습해 온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지적한다. 저자는 사극 속 고증오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4~2005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한 장면을 든다.

드라마 속 이순신 장군(김명민 분)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화살을 끼워 당기는 사법으로 활을 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양궁식 사법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활쏘기는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활시위를 당기기 때문에, 사법이 전혀 다르다는 것.

저자는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타고 유럽으로 전지훈련이라도 다녀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라고 일갈한다.

양궁 사법으로 활을 쏘는 이순신 장군 2004~2005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한 장면.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이 양궁식 사법으로 활쏘기를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이순신 장군이 전통 방식의 사법이 아닌 양궁식 사법을 쓴다하여, 방영 직후 국궁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 장면은 사극 속 고증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 양궁 사법으로 활을 쏘는 이순신 장군 2004~2005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한 장면.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이 양궁식 사법으로 활쏘기를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이순신 장군이 전통 방식의 사법이 아닌 양궁식 사법을 쓴다하여, 방영 직후 국궁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 장면은 사극 속 고증오류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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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전통 방식의 사법(射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를 위해 엄지손가락의 탈골을 막기 위한 '깍지'라는 도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사극에서 깍지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영화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이 검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나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연출되었다. 사진은 책의 저자가 직접 전통방식의 사법을 선보이는 장면.
▲ 올바른 전통 방식의 사법(射法)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활시위를 당겼다. 이를 위해 엄지손가락의 탈골을 막기 위한 '깍지'라는 도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사극에서 깍지가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영화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이 검지손가락에 깍지를 끼고 나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연출되었다. 사진은 책의 저자가 직접 전통방식의 사법을 선보이는 장면.
ⓒ 최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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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당 장면이 방영된 직후, 국궁계의 거센 비판에 당황한 제작진은 급하게 사법을 바꿔, 이후부터는 이순신 장군이 전통 방식의 활쏘기 사법으로 활을 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영화,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다큐멘터리까지

문제는 이 드라마가 방영된 지 10년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같은 사례의 고증 오류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일부 사극에서는 출연진들이 양궁식 사법으로 활을 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나마 이제는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고질병 수준으로 굳어져, 아무리 비판해도 개선이 되지 않는 현상에 시청자들도 무감각해진 것일까?

투구 드림을 풀어 헤친 이순신 장군 2014년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낳았던 영화 <명량> 스틸컷.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이 투구 드림을 풀어 헤친 채 전투에 임하고 있다. 오늘날로 치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방탄헬멧을 벗어던지고 돌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구 드림은 전투시 급소인 목을 보호하는 중요한 보호구였기에, 반드시 묶고 전투에 임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 투구 드림을 풀어 헤친 이순신 장군 2014년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낳았던 영화 <명량> 스틸컷.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이 투구 드림을 풀어 헤친 채 전투에 임하고 있다. 오늘날로 치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방탄헬멧을 벗어던지고 돌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구 드림은 전투시 급소인 목을 보호하는 중요한 보호구였기에, 반드시 묶고 전투에 임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 빅스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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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증 오류는 비단 드라마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14년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낳았던 영화 <명량> 역시 고증 문제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엄지손가락에 착용해야 할 깍지(우리나라 전통 활쏘기에서는 깍지라는 도구 착용이 필수였다)를 검지에 착용하고, 목을 보호하기 위해 묶어야 할 투구드림을 풀어헤치고 전투에 임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 영화뿐 아니다. 저자는 '드라마, 영화를 넘어 이제는 가장 사실적이어야 할 역사 다큐멘터리에서까지 고증 오류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며 심각성을 환기시킨다.

일제강점기 광복군이 K-2 소총을 쓰는 꼴

이처럼 저자는 그동안 미디어 매체에서 답습해 온 다양한 고증 오류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동시에 활과 환도, 당파처럼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잘못 그려지고 있는 무기류부터 갑옷과 투구의 모습과 착용법, 전투마와 마구, 전술과 지휘 체계, 조선 군사들의 훈련 모습과 전투 시 움직임까지 폭넓게 고증하여, 올바른 모습을 담아냈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시대 사극에 필수로 등장하는 '삼지창(당파)'은 극중에서 하급 병사인 포졸들이 들고 다니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다. 오늘날로 치면 'K-2 소총'이랄까. 하지만 이 당파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로부터 들여온 신식 무기로, 담력이 강한 병사들만 다룰 수 있었던 특수병기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삼지창'으로 알려진 당파 시범 2015년 8월 16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시범단' 단원들이 무예24기 중 당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삼지창으로도 널리 알려진 당파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담력이 가장 센 자들만 다룰 수 있었던 특수병기였다.
▲ '삼지창'으로 알려진 당파 시범 2015년 8월 16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시범단' 단원들이 무예24기 중 당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삼지창으로도 널리 알려진 당파는,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바와 달리, 담력이 가장 센 자들만 다룰 수 있었던 특수병기였다.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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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사극에서는 조선 전기가 시대적 배경임에도 이 당파가 버젓이 등장한다. 이에 저자는 '요즘으로 치면 일제강점기 광복군이 K-2 소총을 쓰는 정도다. 18세기 말인 정조 시대에 M-16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나오는 꼴이니 얼마나 답이 없는 연출인가'라며 한숨을 내쉰다.

조폭들의 패싸움으로 전락한 전쟁 신

또 우리나라 사극에서 전쟁 신은 곧 떼거지로 몰려들어 집단난투극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되곤 한다. 여기에 오(伍)와 열(列)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한다.
"전통시대 군사로 선발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오와 열을 맞추어 이동하는 것이었다. 오와 열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다양한 진법 훈련에도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사극 속 전투 장면은 말 그대로 난장판 그 자체다. 공격하라는 명령과 함께 여기저기서 함성을 지르며 적진을 향해 달려든다. 마치 등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정신없다. 여기에는 오와 열도 없고, 무기의 조합도 없다." -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이어 저자는 '조선 후기에 검계(劍契)라는 폭력 조직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조직폭력배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도 떼를 지어 싸울 때를 대비해 오와 열을 맞추어 전투훈련을 했다'며 사극 속 정규군의 전투장면 묘사가 '조직폭력배들의 패싸움'만도 못하다고 꼬집는다.

오와 열 없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전투씬 정통사극을 표방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황산대첩을 묘사한 장면. 최고사령관 격의 이성계(배우 유동근 분)는 말할 것도 없고, 아군과 적군이 구분 없이 뒤섞여 난장판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고증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렇듯 한계가 존재했다.
▲ 오와 열 없이 난장판이 되어버린 전투씬 정통사극을 표방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황산대첩을 묘사한 장면. 최고사령관 격의 이성계(배우 유동근 분)는 말할 것도 없고, 아군과 적군이 구분 없이 뒤섞여 난장판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고증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렇듯 한계가 존재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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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무예사 고증이 잘못되면 등장인물의 생존이 불가능해진다'며 '전통 시대든 현대든 군대의 전투 행위는 철저한 계산에 따라 이루어진다. 사극에서 전통 시대 우리 군사들의 전투를 시정잡배들의 패싸움 정도로 몰아가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한다.

몸으로 고증하여 더욱 신뢰할 수 있어

이 책의 진가는 저자가 직접 '몸으로 고증'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무예사와 군사사는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당대의 움직임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역사학 전공자라고 하는 이들도 사료만 가지고서 전통적 몸짓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여기서 바로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빛을 발한다. 실제 무예를 수련하는 저자는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만 당시의 움직임을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 말에 올라 활을 쏘고, 칼을 휘둘러가며 사료 속 군사들의 움직임을 '몸으로' 복원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신뢰도는 더욱 높다.

기사(騎射)를 선보이는 저자 저자가 몸소 말을 타고 활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수원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실제 몸으로 무예를 수련하는 '무인(武人)'이기도 하다.
▲ 기사(騎射)를 선보이는 저자 저자가 몸소 말을 타고 활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수원에서 '한국전통무예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실제 몸으로 무예를 수련하는 '무인(武人)'이기도 하다.
ⓒ 최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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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가 없어"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

물론 일부 시청자들은 "우리는 사극을 보려는 것이지, 다큐멘터리를 보려는 게 아니다"라며 지나친 고증 오류 지적에 대해 반박하기도 한다. 제작진 역시 쪽대본에 쫓겨 급하게 제작해야 하는 환경, 턱 없이 부족한 제작비 등 현실적인 문제 탓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저자 역시 이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힘주어 말한다.

"대중과 아이들은 텔레비전 사극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역사 공부를 한다. 역사 왜곡은 그리 먼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한류라는 이름으로 고증이 잘못된 작품들이 일본이나 중국에 소개되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기 두려울 지경이다. (...)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이제는 고증 오류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이 또한 좌우를 떠난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제작진이 말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가장 먼저 '사극이 자꾸 고증을 무시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르로 변해가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라며 방송가의 '시청률 지상주의' 극복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사전제작의 도입', '시대별·영역별 자문회의 상설화', '아카이브 구축', '조연출의 전문화' 등이 열악한 제작여건을 개선하고, 사극 속 역사왜곡을 최소화하는 데 필수조건임을 역설한다.

깨어있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가장 중요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시청자들의 비판이다. 고증에 대한 일부 전문가와 시청자들의 꾸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극이 문제점을 답습하는 것은 결국 다수의 시청자들이 고증 문제보다는 주인공의 화려한 외모나 자극적인 스토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끔씩 떠도는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란 짤방('잘림방지'의 줄임말로 사진을 의미함)을 보면, '(한국에서) 병원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요리 드라마는 주방에서 연애하고, 사극은 한복 입고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많은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스토리에만 매료되어,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저자는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청자가 많아져야 사극의 역사왜곡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시청자들 역시 기존 사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왜 사극 속 고증오류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지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사극 속 고증오류에 대해 무감각한 시청자들을 일깨우기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였던 반 고흐는 "위대한 일은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을 때 이룰 수 있다, 결코 우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 사극 역시 이제는 완벽한 고증이라는 분명한 의지를 가져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최형국 저 / 인물과사상사 / 2016.7.15. / 236쪽 / 13,000원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 무지와 오해로 얼룩진 사극 속 전통 무예

최형국 지음, 인물과사상사(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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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 聖文神武를 꿈꾸는 사내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 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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