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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최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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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사이에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현격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런 현상은 더욱 더 심해졌다.

시도교육청은 지역이 처한 현실에 맞는 교육 정책을 만들고 실행에 옮기는 데 적합한 '교육자치'를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교육부는 국가 차원에서 각각의 시도교육청들이 정부가 뜻하는 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교육 현안을 두고 서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교육부가 교육청에 가하는 압박도 한층 더 수위를 높여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진보 교육감들이 한 목소리로 교육부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역시 교육부의 '일방통행' 식 교육 행정에 상당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 교육감은 주민 직선이 시작된 2010년 이후,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올해로 7년째 교육감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는 교육부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교육 정책을 일반화해서 적용하려 할 때마다 반기를 들어야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가 특정한 교육 현안과 관련해, 교육부와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명했다. 민병희 교육감을 만나, 그가 강원도교육감으로서 교육부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다음은 지난 5일 강원도교육청 2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진행된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

- 전국의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정부가 헌법의 교육자치 정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오로지 예산을 갖고 일방향적으로 통제하려는 마인드. 이런 통제형 교육 행정이 과연 미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교육부는 그 분들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못 배기는 것 같다. 다른 방법으로도 목표나 지향점이 같으면, 좀 잘 살펴보고 '이게 더 좋겠는데'라고 하면 따라도 주고 홍보도 해주고 했으면 좋겠는데 자기들이 원하는 길이 아니면 못 가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 갈등이 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정책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고, 정부가 어떤 헌법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지방교육 자치에 관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내가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다. 세부 행정은 시도교육청에 일임을 하고,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교육 행정 전반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 교육부는 이제 대학 교육에 전념을 하고, 이런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 문제로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교육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강원도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나?
"예산 압박이 상당하다. 당장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여성 교직원 관사 문제나, 저소득층 기초학력 책임교육 문제도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나. 일단 새로운 사업은 가급적 하지 않고, 기존 사업도 통폐합하면서 유치원 무상보육 만큼은 책임지고 있는데, 어린이집까지 떠맡으라고 하라니, 어불성설이다.

이거야 말로 정부가 헌법 위반이다. 지금 유아교육법, 영유아 보육법, 지방교육 재정교부금법, 뭐 어디에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우리가 편성해야 된다는 법률 근거가 없다. 오히려 그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위법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우리한테 떠넘기기 위해서 시행령에다가 근거를 두고 있는 거다. 시행령은 국무회의 의결 사항이다. 그런데 그 시행령이 다 모법을 위반하고 있다. 그거는 헌법 위반이다.

만약에 우리가 법률 위반을 하잖나? 그러면 교육부가 직권 명령 내리고 안 따르면 검찰에 고발하는 수순을 100% 밟는다. 그런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 문제는 명백하게 새누리당 책임이다. 박근혜 대통령 책임이다. 그건 18대 대선 때 자신들이 하겠다고 명백하게 나와 있다. 당선된 이후에도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대통령 입으로 분명히 말씀하셨고. 그 때문에 어떤 형태든지 정부가 책임을 져야 된다는 생각이다.

이걸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는 결국은 교육 대란으로 가는 길이다. 초중등 교육에 써야 할 돈을 빼서 밑에 동생들에게 주라는 얘긴데 그건 말이 안 된다. 강원도의회에서도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지방 교육재정 효율화 반대'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지방 교육재정 효율화 반대' 1인 시위를 진행 중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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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교재로 국정교과서 문제를 부각시켜 가르치겠다"

- 교육부가 소규모 교육청을 통폐합하려고 하는 것에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효율성이라는 경제 논리를 내세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논리는 공공성이다. 작다고 해서, 그 아이들에게 효율성이 없다고 해서 교육을 포기해서는 안 되지 않나? 얼마 전 일본에서 시골의 기차역이 드디어 폐쇄 됐다. 이유는 거기 다니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졸업을 했기 때문이다. 한 학생을 위해서 기차가 다닌 것이다.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그렇지만 그게 바로 공공성이라는 것이다.

현재 군청이 있어 지방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 교육청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교육청만 빼란 말인가? 그건 말이 안 된다. 그럼 현지 지방자치단체까지 같이 광역화한다든지 이렇게 되면 괜찮다. 그런데 일반 자치는 존재하면서, '교육 자치만 빼라' 이거는 그 지역의 반발이 심하고, 도저히 그렇게 따를 수 없는 얘기다. 내 원칙은 간단하고 확고하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인위적인 작은학교 통폐합, 교육청 통폐합은 없을 것이다."

- 국정교과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 중에 하나다. 도교육청에서 국정교과서를 보완할 교육 자료들을 따로 만들겠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금 네 군데 시도교육청과 함께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현장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해서 고생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주 금요일, 속초에서 개발위원 워크숍에 있는데 나도 거기 가서 격려사를 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정교과서라고 하지만, 지금 완전히 밀실에서 폐쇄된 가운데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 것이고. 그러나 한 가지 길이 있다. 교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다른 교과서는 쓸 수가 없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보조교재는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만든 이 보조교재를 선생님들이 선택할 수 있다. 아마 예상컨대 이 국정교과서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서 가르치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확실한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보조교재 제작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무리한 국정교과서 추진 방침을 자진 철회해서, 이 보완 자료를 사용할 일이 없어지면 가장 좋겠다."

"다음 대선에서 국가 교육시스템을 혁신하는 담론이 나와야"

- 전교조를 대하는 것에서도 서로 대립하고 있다. 지난 3월,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교육부가 시도교육감들을 검찰에 고발한 적도 있다.
"왜 이러나, 하는 분노감보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전교조 전임자 문제는 나도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근무지 이탈이 되고 현행 법률에 내가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래서 (직권면직을 해야 하는) 그분들 앞에서 그랬다. 내가 이 직을 그만두고라도 막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막겠다. 하지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직권면직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나는 전교조를 현존하는 노동조합으로 인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존재하는데 그분들하고 대화를 안 할 수 있나? 해야 된다. 또 그분들하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는 지키려고 노력해야 되고. 난 이렇게 가려고 한다. 이거에 대해서는 아마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하루빨리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그리고 OECD에 가입한 나라답게 이 문제도 원래대로 바로잡혀지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자',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의 요구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친구들과 신나게 놀자', 방과후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의 요구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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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차원의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
"우리나라의 교원 양성, 임용, 인사 시스템 개혁이 시급하다. 미래 교육에 걸맞은 소명의식과 소통능력이 있는 교사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그렇지 못하다. 이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다. 시험을 통해서 경쟁을 하면서 교사를 양성하다 보니까, 정말 교사로서 갖춰야 될 덕성, 인성에는 좀 소홀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는 국가가 해야 될 일이다.

또한 고교 교육과정 파행은 여전하다. 대학 서열화와 입시 경쟁 때문이다. 심지어 수도권에서는 자사고 등 고교 서열화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또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이다.

다음 대선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일대 혁신할 수 있는 담대한 제안이 담론으로 형성돼야 한다. 내가 지금 교육감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타시도교육감들과 논의해서 담론을 형성해나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교육 현장의 경험이 있는 시도 교육감들이 이러한 논의를 이끌기를 바라고 있다."


태그:#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누리과정, #교육청 통폐합,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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