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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최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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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에서 주민 직선 1기 강원도교육감에 당선돼 강원도 교육 현장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민병희 교육감이 올해 6월로, 주민 직선 2기 임기 3년째를 맞았다. 강원도교육감으로 '모두를 위한 교육'에 힘써 온 지 어느새 6년이 넘어서고 있다.

그 사이 강원도에서는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는 단지 강원도를 변화시키는 데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강원도가 선도해온 일부 혁신적인 교육 사례들은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돼, 그곳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강원도가 국가 차원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잖은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형 교육 혁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를 전부 아우르는, 그 '모두'를 위한 교육은 여전히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 교육감은 지난 6월 28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 시행하게 될 다양한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그 정책들에는 ▲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갈 힘을 배우는 '참학력' 향상 ▲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행복더하기학교'의 성공 경험을 모든 학교로 확장 ▲ 올해 첫 발을 떼는 '마을교육공동체' 추진 등이 포함돼 있다. 민 교육감은 이 같은 정책들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참인재'를 길러내는 등 공교육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임기 후반기를 맞아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는 민병희 교육감을 지난 5일, 강원도교육청 2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화를 시작하기에 앞서 민 교육감은 기자에게 자신이 직접 탄 커피를 건넸다. 교육감이 방문객들에게 직접 커피를 타서 주는 것도 그가 시도한 크고 작은 변화 중에 하나다. 다음은 민 교육감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4.16을 기점으로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

- 2010년에 주민직선 1기 교육감으로 당선돼 올해 2기째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어느새 임기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2014년 선거 준비 과정에서 치열하게 지내온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는데 그 후로는 어느 순간 시간이 후딱 가더라. 이제 2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나는 현장의 변화에 중점을 뒀다. 학교 현장이,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보람을 느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겠는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

이번에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봤다. '모두를 위한 교육'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지를 물었는데, 거기에 도민들의 40%가 공감을 한다고 답했다. 그중 학부모만 봤을 때는 50%가 넘는다. 교직원들은 8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도민이 40%라고 하지만, 비공감은 십 몇%에 불과하다. 공감이 비공감보다 적게는 1.5배, 많게는 5.6배까지 더 높게 나왔다. 그것을 봤을 때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안정적으로 정착이 돼 가고 있다, 그래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학교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성과가 더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여러 성과 중, 우선 보람 있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도 나왔듯이 강원도 교직원들이 교육 현장의 허례허식이나 권위주의가 줄어들고 있다고 얘기해주는 것이었다. 또, 교육감 1기 때 고교 서열 체제를 일정 부분 허무는데 성공했다는 것도 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중학교를 모두 옭아매던 고입 경쟁이 없어졌다. 지금 2기에는 그 빈 공간에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혁신을 심어 나가는 중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혁신의 확산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강원도 면적이 워낙 넓고 학교가 띄엄띄엄 있는 지역의 특성이 이런 데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고,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 세월호 참사가 가슴 아프다. 그 사건이 지난 2년 동안의 교육 정책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선거 때마다 리본을 달았다. 2010년 선거 때는 천안함 때문에 검은 리본을 달았고,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지금은 배지지만, 그때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공교롭게도 두 번 다 그런 참사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는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직도 그 원인을 모른다. 배가 왜 가라앉았는지, 또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지, 나는 이것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4.16를 기점으로 해서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사유하고 학습하고, 또 자기 삶의 방향을 자기주도적으로 찾아갈 수 있게 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하루빨리 4.16 참사의 원인이 밝혀지고, 또 책임자 처벌도 하고, 그리고 세월호도 건져 올리고 해서, 가족들의 아픔을 씻어주면 좋겠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지난 4월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도교육청 1층에서 '아이들이 떠난 빈 책상' 위에 직접 접은 노란 종이배와 프리지아 꽃을 올려놓고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지난 4월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도교육청 1층에서 '아이들이 떠난 빈 책상' 위에 직접 접은 노란 종이배와 프리지아 꽃을 올려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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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님, 진로 결정 해달라'라는 말에 가슴이 막혔다"

- 학부모나 교직원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도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 중 특기할 만한 사안은 어떤 게 있나?
"나는 '강원교육의 현재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실제 우리 강원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한 게 많다. 우선 생각나는 것이,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와 석차를 없애고 담임별 평가 체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름을 '행복성장평가제'라고 붙였다.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고 성장에 초점을 맞추자, 담임선생님의 수업방식에 맞게 재량껏 평가하자는 취지이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대학입시지원관 제도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체 분석을 해보니, 학부모들이 사교육 컨설팅 기관에 지출했던 비용을 대체하는 경제적 효과가 25억  원을 넘는다. 다른 시도에서도 벤치마킹하러 많이 온다. 이밖에도 강원에듀버스, 강원진로교육원 운영 등이 도민과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이다.

강원진로교육원은 특히 내가 6년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 날 고등학교 수능이 끝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 질문이, '교육감님, 진로를 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가슴이 콱 막혔다. 아마 이 말은 자기가 생각했던 대로 성적이 안 나온 것 같으니까 이 성적 가지고 어디를 가야 되나 막막하니까 진로를 정해 달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점수를 가지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일, 참 답답했다. 그래서 '아, 안 되겠구나. 일찍 자기 적성과 특기를 찾고 진로를 정하게 해야겠구나' 생각해서 그때부터 진로교육원 설립을 생각했다. 전국 최초다. 세계 최초이기도 하다. 그런 데가 어디 없나 찾아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름 창안하고 고안해서 진로교육원을 만들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교육원을 다녀갔다. 반응이 좋다."

-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건 약속들 중에 미처 이행을 하지 못한 것도 있다. 아쉬움이 남는 공약도 있을 법하다.
"학교인권조례가 난항에 부딪힌 게 제일 아쉽다. 도의회에서 제정을 해줘야 하는데, 근본주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몰이해, 그리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의 생각 때문에 도의회에서 통과가 어려워지고 있다.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이유가 뭘까? 인권과 자율성에 기반한 창의력 때문이다. 그런데 학교인권조례를 세모눈을 뜨고 보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어쨌든, 앞으로 시대는 점점 더 인권과 민주주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리라 본다.

당분간 조례 제정이 어렵다면, 학생들의 권리와 창의성을 억압해온 잘못된 관행이나 비교육적, 반인권적 사안들을 제거하면서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이미 그런 변화의 양상이 객관적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 인권과 관련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실 조례 제정 여부보다는 학교 현장에서 문화가 어떻게 개선되고 바뀌느냐가 더 중요하다. 조례를 제정하기에 앞서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성적, 점수보다 '참학력'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 한편으로는, 도교육청이 너무 혁신적인 교육 정책을 펼치면서,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웃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단 성적, 평균점수보다 더 본질적인 게 '참학력'이다. 즉 훌륭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 자기주도적으로 배우는 힘…, 이러한 참학력을 키우려는 노력은 절대로 소홀히 한 적 없다. 더불어, 학업 성적이라는 것도 내 생각엔, 사람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마 대학입시 때문일 텐데, 대학입시 결과는 오히려 내 임기 전보다 더 좋아졌다. 예전처럼 주야장천 문제풀이 시키고, 강제 야자 시키면 학업 성적이 올라갈 것처럼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단언컨대 시대가 바뀌었다.

우리 자체적으로 볼 때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는 우리 고교 평준화 1세대 학생들이 졸업한 해이다. 이 학생들의 대입 결과가 어느 해보다도 좋았다. 서울에 있는 큰 대학에 많이 간다고 꼭 좋은 건 아니지만, 그걸로 흔히 비교를 하니까, 그렇게 하자면 우리가 수도권 대학에 지난해에 비해서 엄청 많이 합격했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은 사상 유래 없이 좋았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본 수능 성적이 나쁘다는 지적을 한다.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우리 강원도가 수시로 대학을 진학하는 아이들이 80%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수능을 최선을 다해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 수치가 학력을 비교하는 정확한 데이터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다소 그런 것에서 비판이 있더라도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만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학습을 하는데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에 관해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학습 부진아가 없도록 할 것이다."

7일 강원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 설명회.
 7일 강원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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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의 가장 본질적인 소명은 '학교혁신'이다"

- 앞으로 무엇을 할지도 궁금하다. 얼마 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후반기에 추진하려고 하는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내가 교육감 직에 있는 가장 본질적인 소명은, 역시 '학교혁신'이다. 학교혁신은 완성된 목표가 아니라 머나먼 항해와 같다. 단칼에 무 자르듯이 되는 게 아니라, 교사가 성찰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교원 업무 정상화, 학습공동체, 교육지원청의 장학 기능 혁신을 패키지로, 일관 되게 추진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서 강원도에는 가정 형편이 어렵고 돌봄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이 아이들은 대개 기초학력이 취약하고 배움을 포기하게 되는 비율이 높다.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기초학력 책임교육 체제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이다."

- 특히 '마을교육공동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강원도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히 커 보인다. 이 사안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학교 울타리를 좀 헐자는 것이다. 내가 마을교육공동체를 하려는 이유, 세 가지를 들어보겠다.

첫째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앞서 학력 얘기를 많이 했는데, 참학력-참인재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인재는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로 인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본다. 기존의 교육 방식으로 자라난 아이들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길 수 있겠나 싶다. 앞으로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능력, 공동체를 위하는 선한 마음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이런 것들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 대안이 어디에 있느냐 물을 때, 바로 마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교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인데, 청소년 교육의회에서 어른들이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것 1위가 진로교육이었다. 아이들은 더 다양한 삶과 지혜를 직접 체험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한 살아 있는 삶의 모습들이 어디에 있겠나? 바로 지역, 마을에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젊은 사람들의 유출이 심각한 지경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서울에서 대학 다니고, 취업하고, 그러고 나서 고향으로 올 생각을 안 한다. 고향은 낙후됐다는 인식이 많고, 애정이 없다. 아이들을 밤늦게까지 붙잡아두고 야자만 시키는데 거기에 무슨 애정이 있겠나? 지겨울 뿐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마을과 관계를 맺고,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참인재로 키워내는, 그런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마을교육공동체가 갖는 세 가지 이유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도 개발 중이다. 강원도는 대도시 수도권과 달리, 지역 자원이 희박하다. 학부모, 지역단체, 지자체 등이 촘촘한 협력 체계를 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태그:#민병희 , #강원도교육감, #강원진로교육원, #참학력, #학교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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