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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2016년 7월현재 월 1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셀러 사일환씨는 3년전까지만 해도 하루 12시간씩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업무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2016년 7월현재 월 1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셀러 사일환씨는 3년전까지만 해도 하루 12시간씩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업무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한다.
ⓒ 사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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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초3, 아버지는 고3시절 암으로 돌아가셨다. 20대 한창 나이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하루 12시간씩 주방에서 일했다. 설거지부터 고기 굽는 일까지 남보다 더 열심히 했고 스물일곱 이른 나이에 주방장이 됐다. 2010년엔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학과에 진학해 외식창업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2013년 졸업과 실직을 동시에 맞이한 그는 3년이 지난 현재 뜨거운 주방이 아닌 노트북 앞에 앉아 세계 60억 인구를 상대로 물건을 팔고 있다. 이베이, 아마존, 타오바오(Taobao), 큐텐(Qoo10) 등 세계 유명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등록 판매하는 '온라인 무역상' 글로벌셀러(global seller) 3년차 사일환씨(35) 이야기다.

글로벌셀러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국경을 넘나들며 수입과 수출을 하는 개인 무역상인을 뜻하는 신조어. 이베이·아마존 같은 온라인 마켓의 등장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신직업이다. 과거 기업 간 무역업 또는 국경을 직접 넘나드는 보따리상과는 진입장벽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IT와 영어로 무장한 2030세대에겐 노트북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일로 각광받고 있다.

부족한 영어 실력, 글로벌 셀러로 살아남은 이유

"2010년 이후 패밀리레스토랑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어요. 광우병 파동과 함께 웰빙 붐이 일었고 티몬·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의 등장으로 단가 후려치기라는 직격탄을 맞았죠. 레스토랑 점주들은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고 저 역시 스물두살부터 10여 년 간 해왔던 레스토랑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2013년 10월 실직자가 된 사씨는 노동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내일배움카드(구직자 등에게 직업 능력 훈련비를 지원하는 제도)로 IT자격증 강의를 듣게 됐다. 글로벌셀러를 양성하는 '글로벌마켓' 강의를 수강하며 이베이를 통해 해외에 물건 파는 재미를 알게 됐다.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보며 '직업으로 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함께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40명 중 유일하게 셀러로 살아남았다.

 지난 4월 시장조사차 중국을 방문한 사일환씨. 해외시장에 관심있는 동료와 함께 상하이인근의 이우시장을 방문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차 중국을 방문한 사일환씨. 해외시장에 관심있는 동료와 함께 상하이인근의 이우시장을 방문했다.
ⓒ 사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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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전공자도 아니고 영어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었다. 경력이라곤 10년간 주방에서 음식 만들었던 것이 전부다. 하지만 글로벌셀러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본 사씨는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필요한 정보는 책을 통해 찾고 시장조사는 직접 부딪히며 스킬을 익혀나갔다. 반복적으로 쓰이는 비즈니스영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어려운 부분은 친구에게 물어가며 터득했다.

"저는 스펙이든 영어든 여러모로 부족하니까 이베이의 정책 하나하나를 다 따져봤어요.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무슨 뜻인지 찾아보고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 전 페이지를 다 열어봤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장에서는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영어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어떤 스펙보다 팔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셀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 300시간 일하던 그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씨는 우리나라만큼 글로벌셀러가 활동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국가는 없다고 확신한다. 세계 각국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예 도매시장이 없거나 제조업 자체가 없는 국가도 많다. 게다가 국민성  역시 뛰어나다.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 강인한 생존본능과 성실성을 갖췄다. 자국민끼리 경쟁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면 글로벌셀러 시장 1등은 우리나라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양한 영역의 중소 제조업이 살아있는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 팔 게 너무 많아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여전히 최고의 제품력을 인정받습니다. 최근엔 상품뿐 아니라 한류 등 문화 콘텐츠까지 잘 만들어서 세계가 열광하고 있죠. 중국, 유럽, 미국을 합쳐 25억 시장에다 보호무역으로 시장개방을 하지 않는 12억 인도시장도 곧 열릴 것으로 봅니다. 국내 셀러들끼리 경쟁하지 말고 뭉쳐서 함께 들어가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중국, 일본, 미국 셀러들이 저의 경쟁자라고 생각합니다."

3년 차 글로벌셀러 사씨의 현재 매출은 월 1만달러 선이다. 총매출에서 마진 30%, 월 200만~300만 원이 그의 순수입이다. 해외 판로가 점점 늘어 사업확대가 필요해 최근 직원도 1명 채용했다. 하반기에는 현재 매출의 3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초부터 셀러가 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컨설팅도 시작했다. 컨설팅은 월 2~3건씩 소수정예 인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씨는 매일매일 해외배송할 상품을 직접 포장한다.
 사씨는 매일매일 해외배송할 상품을 직접 포장한다.
ⓒ 사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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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는 하루 12시간, 월300시간씩 일했어요. 주말도 쉬지 못하고 퇴근도 매일 밤 11시에 했죠. 돌잔치나 단체모임 행사가 있으면 전날은 퇴근을 못하고 밤을 꼬박 새기 일쑤죠. 친구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어도 못 갔어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일을 하는 동안 내가 결혼을 한다면 아내나 아이가 아파도 돌보지도 못하겠구나. 그때와 비교하면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서 노트북 하나만으로 일할 수 있는 지금의 업무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어요."

180도 달라진 일상... "결국 선택의 문제"

1인 기업가 사씨의 하루 일과는 3년 전에 비해 180도 달라졌다. 방배동에서 사무실이 있는 장지동 가든파이브까지 자전거로 출근하면 9시, 모닝커피를 마시며 구글알리미로 해외시장 동향과 국내 경제뉴스를 확인한다. 코트라, 서울산업진흥원 등 정부지원사업 정보 메일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오전 10시부터 아마존, 큐텐, 이베이로 들어온 주문을 확인한다. 동대문, 남대문시장에서 발품 팔다 알게 된 도매상 2곳, 제조업체 3곳에 상품주문을 하면 오전 일과는 끝난다.

 2015년 9월에는 일본 시장조사를 위해 오사카를 방문했다. 일본의 돈키호테(잡화상가)와 패션제품 등을 둘러봤다.
 2015년 9월에는 일본 시장조사를 위해 오사카를 방문했다. 일본의 돈키호테(잡화상가)와 패션제품 등을 둘러봤다.
ⓒ 사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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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전날 주문한 상품을 배송 받아 포장 후 우체국에서 해외배송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오후 3시 30분 이후부터는 도매, 제조업체의 상품을 등록하고 미팅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가끔 야근을 할 때도 있는데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정도 아마존이나 이베이 베스트상품을 검색해 국내 사이트를 찾아 카탈로그를 만든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밤 10시 이후 동대문 새벽시장에 나가 베스트상품과 비슷한 물건을 찾아 구매약속 후 사진을 찍고 편집작업 후 해외판매에 들어간다.

"사업이다 보니 경기에 따라 수익이 많이 날 때도, 적게 날 때도 있죠. 그래서 가끔은 회사를 다녔으면 좀더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1인 기업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대신 내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다 내 것으로 남는다는 점이 큰 보람이죠."

건강, 시간, 사람관리도 늘 고민이다. 10년 동안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는 일은 건장한 청년의 체질마저 바꿔놓았다. 지금도 알레르기나 습진에 시달리는데 매일 아침 자전거 출근을 하는 이유도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다. 혼자 일하다 보니 스스로 절제하기 힘들 때도 있고 사람을 만나더라도 에너지와 시간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오히려 그 시간에 일을 했으면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난 5월25일 신촌 르호봇센터에서 열린 '10인10색, 1인기업가 생존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는 사일환씨.
 지난 5월25일 신촌 르호봇센터에서 열린 '10인10색, 1인기업가 생존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는 사일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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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공직자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서 불행하다고 환경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일찍 마련된 거니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자신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때로는 짐이 되는 부모들도 있더라고요. 고3때 친구 부모님이 양부모님이 돼주셨는데 지금은 큰 힘이 돼요."

3년차 글로벌셀러 사씨의 눈으로 본 한국은 무척 매력적인 나라임에 틀림없다. 팔 물건은 시장에 널려있고 인터넷 속도는 세계 최고수준이니 다른 건 몰라도 인프라만큼은 기성세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 세계 셀러들과 경쟁하면서 느끼는 아쉬운 점도 있음을 피력했다.

"중국 셀러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0.99달러짜리 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셀러들에게 해외 배송비 공짜 혜택을 주는 수출타워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죠. 최소 배송료가 1880원(2달러)인 우리나라는 불가능한 일이죠. 중국의 이우 푸텐시장이나 심천시장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우리도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수출타워를 조성하면 중소제조업도 살리고 수출시장은 훨씬 커질 겁니다. 도심 속 공실건물을 활용해 수출타워를 조성하면 다양한 연령층의 셀러들이 모이게 될 겁니다. 무역 경험이 풍부한 기성세대는 노하우를 젊은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청년들에겐 하나의 창업 커뮤니티가 되는 거죠. 정책을 입안 운영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부분만큼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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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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