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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와 무슬림 키즈르 칸의 설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와 무슬림 키즈르 칸의 설전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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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이라크전에서 미군 병사 아들을 잃은 무슬림 부모의 설전이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키즈르 칸과 그의 부인은 지난달 28일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찬조 연사로 나섰다. 12년 전 미군에 입대한 아들이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칸은 트럼프의 무슬림 적대 공약을 비판했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면 종교, 인종, 성별을 떠나 국가를 지키려고 목숨을 희생한 수많은 애국자의 무덤이 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는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트럼프가 발끈했다. 그는 "칸의 연설은 매우 감정적으로 보였다"라며 "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던 부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여성이 나서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이슬람 전통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대응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칸은 "아내가 연단에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어머니로서 아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슬프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자녀를 잃은 어머니의 아픔을 절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슬람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라며 "만약 그가 제대로 이슬람과 쿠란(이슬람 경전)을 공부한다면,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테러리즘은 서로 다르다고 깨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키즈르 칸 "트럼프는 검은 영혼"... 공화당도 등 돌려

키즈르 칸 부부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키즈르 칸 부부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중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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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다시 트위터를 통해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그의 아들은 미국의 영웅"이라며 "그러나 이라크전에 찬성한 것은 내가 아니라 (상원의원과 국무장관을 지냈던) 클린턴"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칸은 지나달 31일 CNN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는 검은 영혼(Black Soul)의 소유자"라며 "지도자가 되려면 도덕심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지만, 트럼프는 자질이 부족하다"라고 재차 비판했다.

클린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칸 가족이 트럼프로부터 받은 것은 무슬림에 대한 모욕과 비하뿐"이라며 "트럼프는 무엇이 지금의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화당도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의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칸과 그의 부모가 겪은 희생은 존경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종교인에 대해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칸 가족의 주장에 동의한다"라며 트럼프가 내세운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태그:#미국 대선, #도널드 트럼프, #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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