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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떠나는 것이 좋을까. 가고 싶은 나라가 너무 많다.
 어디로 떠나는 것이 좋을까. 가고 싶은 나라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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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한 번 쯤은 배낭을 둘러메고 일상에서 벗어나 모험과 같은 해외여행을 떠나곤 한다. 필자 역시 배낭여행을 꿈꿔보긴 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실행에 옮겨 보지는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태어나 어딘가로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일, 자아, 미래 등 필자의 이런 저런 고민들을 들어주는 아내가 어느 날 필자에게 제안을 했다. 올 여름 휴가엔 혼자 여행을 해 보라고. 아내에게 두 아이를 맡기고 혼자 가도 되나 싶어 망설여져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량 넓은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로 여름 휴가를 이용해 아내와 자녀들을 두고 혼자서 유럽여행을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흔치 않은 기회인만큼 이 여행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원하는 것이든 원하지 않든 것이든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살아가면서 홀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혼자 있다보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을 가야하는 시기가 여름 극성수기이므로 항공권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약 6개월여 전부터 여행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유럽 어디를 가 볼까 고민하다 방에 붙여 둔 세계지도를 훑어 보는데 유명하고 널리 알려진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큰 나라들 보다는 왠지 모르게 그리 크지 않은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처음으로 나홀로 여행을 떠나다

책으로 만난 벨기에. <벨기에 디자인 여행> 겉표지.
 책으로 만난 벨기에. <벨기에 디자인 여행> 겉표지.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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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여행카페, 블로그, 여행기사 등에는 이 나라들에 대한 최신 소식들이 상당했다. 그러다 시일이 좀 지났어도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인터넷 서점 검색 창에 위 나라들을 입력해 보다가 <벨기에 디자인 여행>이란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반적인 여행 정보들을 다루는 여행 책자들보다는 디자인이란 주제로 벨기에에 대해 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와플과 맥주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벨기에가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 플란더스의 개와 스머프의 본고장이란 사실이 아주 신선했다. 게다가 '디자인'이란 것이 우리 일상적인 삶에 무척 가까이 있는 것이기에 이 책과 벨기에게 더 관심이 갔다. 벨기에의 색, 패션 및 생활 공간 디자인, 예술 등과 관련된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고 벨기에에 가봐야겠다고 결정했다.

벨기에를 중심에 놓고 보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네덜란드가 보였다. 필자의 짧은 여행 기간에 방문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네덜란드 관련 책들을 검색하다 보니 미술관에 대한 책들이 보였다. 혼자가는 여행이니만큼 반 고흐, 렘브란트 등 인기있는 화가들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거닐어보자는 생각으로 네덜란드를 두 번째 여행지로 선택했다. 

여행을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레 지내 온 삶을 돌아보게도 되었다. '행복'이란 키워드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특히 덴마크의 행복에 대한 책들을 접했던 터라 그들의 삶을 짧게나마 체험하고 싶었다. 한편, 정말 행복한지 확인하고도 싶었다. 행복지수 등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행복한 측면만 강조한 글이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연스레 세 번째 방문지는 덴마크가 되었다.

떠나는 날만 기다리면 된다? 결정해야 할 것 투성이!

여행할 국가들을 선정하고 나니 여행준비가 다 끝난 것 같았다. 자 그럼 항공권을 구입해 볼까 생각하고 항공권을 검색하고선 다시금 황망해졌다. 경우에 따라 천차 만별인 항공권 가격, 도착할 도시, 국가간 이동 방법 등 세세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 그냥 패키지 여행을 해야 하나'하는 유혹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혼자서 떠나는 여행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나름대로 정했던 여행의 의미, 기간, 비용, 항공편, 국가간 이동 수단 등을 따져가며 여행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정말 골치 아픈 과정이었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린 대학시절에나 이러는거지', '가지 말까' 온갖 생각에 괴로웠다.

고민들을 떨치기 위해 아름다운 외국의 풍경을 누리며 한적하게 외국인들 사이를 걷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면서 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필자의 짧은 여행기간과 항공편을 고려해 보니 네덜란드 입국, 덴마크 출국이 합리적일 것 같았다. 이동 경로를 크게 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순으로 결정했다.

그럼 방문할 도시는? 또 다시 머리를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해산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풍경 자체가 예술이라는 암스테르담, 현대적 디자인으로 떠오르는 로테르담, 벨기에 브뤼셀과 주변 도시들,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으로 책에 소개되었던 지역들로 대략적인 경로를 완성했다.

여행경로는 정해졌다
 여행경로는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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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여행이기에 필자의 마음에 따라 언제든 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항공권 구입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시작을 했으니 여행 준비의 절반은 끝난 것 같았다. 다음 단계로 남은 것은 여행기간 동안 머물 숙소를 정하는 일이었다. 

여행 기간 동안 머물 숙소는 위 도시들에 위치한 곳으로 찾았다. 한 사람이라도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에 모두 호텔이 아닌 Airbnb를 이용해 장소를 물색했다. 각 도시에서 머물 기간을 정하면서 숙소 예약/취소를 몇 차례 해야했다. 최종적으론 출발하기 약 1개월 전에 모든 일정을 확정하고 숙소 예약을 마칠 수 있었다.

일정 조정으로 인해 숙소 예약/취소를 하게 되면서 현지 집주인들과 연락을 하다 보니 벌써 여행이 시작된 것 같았다. 서로 소개를 하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특히 현지 교통편이나 여행지 등에 대해 떠나기 전 추천을 받을 수 있어 유용했다. 현지인들이 국가간 이동은 예약을 하지 않아도 기차로 충분하다고 해 따로 예약을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여행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긴 준비 기간이 지나고 드디어 출발일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밖이 캄캄해 설레임에 잠을 설친 줄 알았다. 며칠 동안 뜨거운 날만 계속되더니 하필 출발하는 날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유럽지역의 테러 소식 등으로 불안한데 왠지 더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여행 가방 안의 물건들이 폭우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포장해 짐을 다시 꾸리고 여행의 첫 발을 내딛었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유럽여행, #여행준비,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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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지치지 말기를. 제발 그러하기를. 모든 것이 유한하다면 무의미 또한 끝이 있을 터이니. -마르틴 발저, 호수와 바다 이야기-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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