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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아빠의 장난은 사랑스럽다/그림-권순지
 딸아이와 아빠의 장난은 사랑스럽다/그림-권순지
ⓒ 권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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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니까 아빠가 달래주러 올 것 같은데?"

점심 먹고 낮잠 들기 전 졸려서 엄마에게 잠투정을 하며 울다가 딸아이에게서 터져 나온 말이다. 아빠는 회사에 갔으니 지금은 널 달래주러 올 수 없다고, 지금은 엄마가 이렇게 안아주지 않느냐고 달래니 씩 웃는다.

어쩌다 딸의 타고난 귀여운 애교가 빛을 발할 때면 어김없이 나도 모르게 나오는 질문이 있다.

"우리 딸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물으면 무조건 대답은 "아빠!"라고 외치는 딸. 그래 분명 아빠를 더 닮긴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량 없이 좁쌀만큼 작아진 속내가 그대로 분출되곤 한다.

"엄마도 닮았잖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이 오면 딸은 온종일 아빠 곁을 떠나질 않는다.

"아빠~책 읽어 주세요!"
"아빠 쉬야 마려워요!"
"아빠~오빠가 뭐라고 했어요! 으앙~"

가끔은 서운했던 적도 없진 않았다. 딸아이에게 정성을 다해 시간을 더 많이 쏟는 사람은 분명 나인데, 왜 아빠와 함께 있는 날이면 엄마는 찬밥신세가 되고 마는 것일까. 이렇게 간사한 질투를 애들 아빠에게 하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었다.

내가 질투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 눈치를 모르는 딸은 아빠와 희희낙락 하는 것에 흠뻑 빠져 엄마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남편은 분명 나의 질투를 알지만 나보란 듯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나의 아빠

나에게도 아빠가 있긴 있다. 하지만 딸의 아빠와 나의 아빠는 아주 딴판으로 다르다. 닮은 곳이 있다면 화를 잘 내지 않고 침착한 면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빼 놓고는 어떤 점도 닮았다고 할 수가 없다. 특히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에 있어서는 나의 아빠는 점수로 따지자면 20점 미만이었던 것이다.

아빠와의 대화가 낯설기만 했던 어린 시절 아빠와의 추억은, 아빠가 한 번만이라도 내게 먼저 웃어줬으면 하고 가끔 생각했던 날들로 기억된다. 자식을 혼내지도 때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예뻐하지도 않았던 무심한 아빠의 자식 사랑은 그저 내심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으로 대신했으리라 짐작은 된다.

목소리 큰 엄마가 의외로 헌신적이었던 반면,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생활과 일에만 집중했던 아빠는 이기적이었다.

"아빠는 왜 그렇게 무심하고 이기적이었나요?"

늘 물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물어보면 아빠는 대답 없이 쓴웃음만 날릴 게 분명하다. 그런 말을 해보지 않아도 다 알 것 같다는 알량한 마음은 딸로서의 내 자존심일 거다.

넌 내 딸이 아니잖아

남편은 분명 아내인 나를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늘 알고 있다. 그런데 딸 앞에서만큼은 남편이 애타게 사랑하는 대상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나한테도 좀 그렇게 사랑스럽게 대해 봐~"
"뭐어? 넌 내 딸이 아니잖아~"

헛웃음 나올 정도로 애타게 사랑하는 아빠와 딸. 이토록 살갑고 다정한 아빠와 인생을 함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지 우리 딸이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에 대해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고도 느낀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딸의 커가는 모습이 기대되는 것은 전적으로 남편의 딸 사랑 덕이다.

훗날 딸이 가지게 될 아빠의 기억은 지금의 나와는 판이하게 다르겠지.

어쩌면 난, 딸이 너무도 사랑하는 남편을 질투하기도 하였으며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 딸 역시 질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빠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던 한 여자아이가 엄마가 되어 하는 고백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



태그:#아빠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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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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