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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약수터 앞에서 2대째 운영하는 토박이식당의 토박이정식은 몇 가지 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산으로 음식을 만든다. 더러 수입이라고 하면 저질스러운 재료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는 그릇된 선입견이다. 오색지역에서 주로 수입된 재료로 사용하는 산마늘과 더덕은 전국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국내산이라고 속이지만 품질이 나뿐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지닌 자연산만이 최고고, 국내산만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에 당당하게 수입된 재료를 사용한다고 밝히지 못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랜 단골이듯 이 집의 음식만큼은 보편적으로 좋은 맛을 지니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 토박이정식 오색약수터 앞에서 2대째 운영하는 토박이식당의 토박이정식은 몇 가지 재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산으로 음식을 만든다. 더러 수입이라고 하면 저질스러운 재료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으나 이는 그릇된 선입견이다. 오색지역에서 주로 수입된 재료로 사용하는 산마늘과 더덕은 전국의 대부분 음식점에서 국내산이라고 속이지만 품질이 나뿐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지닌 자연산만이 최고고, 국내산만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에 당당하게 수입된 재료를 사용한다고 밝히지 못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오랜 단골이듯 이 집의 음식만큼은 보편적으로 좋은 맛을 지니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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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때가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라면 더 많은 고민이 된다. 과연 어떤 식당을 찾아가야 제대로 된 밥 한 끼를 먹을지 정보가 없다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아주 많이는 아니지만, 비교적 고르게 전국의 음식을 맛보았다 할 수 있는 입장에서 모든 음식이 그만큼의 만족감은 있었다고는 못한다. 맛이 좋다고들 하는 전라도에서도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라는 충청도에서도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았다고 감탄한 적도 있다.

"음식은 역시 전라도지"라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전라도라면 어떤 음식점을 찾더라도 맛만큼은 보장된다는 신뢰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전라도라 해서 모든 음식점이 다 맛있고 썩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경상도는 짜고 맵기만 해"란 말도 옛 이야기다. 요즘은 전국 어디나 음식을 잘하는 곳이 많다. 오랜 경험에 의해 손님의 입맛에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겠다.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재료 중에 마늘과 고추만큼 폭 넓게 사용되는 것도 없다. 물김치는 물론이고 볶음이나 조림, 또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한국적인 맛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매운 맛’이 바로 이 두 가지 재료 덕에 얻은 명성이다.
▲ 마늘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재료 중에 마늘과 고추만큼 폭 넓게 사용되는 것도 없다. 물김치는 물론이고 볶음이나 조림, 또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한국적인 맛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매운 맛’이 바로 이 두 가지 재료 덕에 얻은 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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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나 충청도라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특별할 거 없는 그저 평범한 음식들이 그 고장의 맛이라고들 했었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음식에 대한 각 고장의 고민들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하루 한 번 버스도 보기 어려웠던 양양군의 오지 중 한 곳에 속하는 오색에서 태어난 처지에 늘 싱싱한 생선을 맛 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김치 또한 요즘처럼 다양한 젓국으로 맛을 낸 것도 보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멸치액젓과 새우젓을 제대로 챙겨 넣고, 고춧가루를 충분히 갖은 양념과 함께 불려 속을 넣고 만든 김장김치를 맛본 것은 1970년대 중반에서였다.

그렇다고 김치를 맹맹하게 소금과 고춧가루로만 담근 건 아니다. 오징어나 생태를 내장만 빼고 통째 넣거나,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는 등 오래두고 먹을 반 식량이던 김치만큼은 나름 숙성과정에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버무려 만들던 문화를 보며 자랐다.

경상남도 함안군의 함안시장에 있는 진이식당에서는 식탁에 차려내는 대부분의 재료들을 주인이 직접 기른다고 한다. 물론 몇 종류의 재료는 시장에서 구입하지만… 자연히 어느 계절이나 똑 같은 재료로 밥을 먹을 수는 없다. 그 계절만의 재료들로 차려진 밥상에서 양푼에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들을 넣고 직접 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가 아닐까.
▲ 비빔밥 경상남도 함안군의 함안시장에 있는 진이식당에서는 식탁에 차려내는 대부분의 재료들을 주인이 직접 기른다고 한다. 물론 몇 종류의 재료는 시장에서 구입하지만… 자연히 어느 계절이나 똑 같은 재료로 밥을 먹을 수는 없다. 그 계절만의 재료들로 차려진 밥상에서 양푼에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들을 넣고 직접 된장을 넣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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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시장의 진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갔을 때 기온이 35도를 넘던 무더위기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좁은 식당에서 조리를 하는 주방의 열기를 가시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더위를 이기려 시원한 막걸리부터 한 잔 하자며 냉장고에 있는 막걸리를 꺼내자 김훤주 경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대표가 말리더니, 주인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 내왔다. 몇 가지 나물과 함께 식탁에 안주로 나온 것은 통째로 부침 옷을 입혀 부쳐낸 생선부침개였다. 들큰하면서도 특유의 누룩맛이 추억을 살려주던 그 맛은 또 다시 함안군을 찾으면 진이식당을 찾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생선전 함안시장의 진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갔을 때 기온이 35도를 넘던 무더위기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다고는 하지만 좁은 식당에서 조리를 하는 주방의 열기를 가시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더위를 이기려 시원한 막걸리부터 한 잔 하자며 냉장고에 있는 막걸리를 꺼내자 김훤주 경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대표가 말리더니, 주인이 직접 담근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아 내왔다. 몇 가지 나물과 함께 식탁에 안주로 나온 것은 통째로 부침 옷을 입혀 부쳐낸 생선부침개였다. 들큰하면서도 특유의 누룩맛이 추억을 살려주던 그 맛은 또 다시 함안군을 찾으면 진이식당을 찾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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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이 바다에 접해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대개의 지역들은 모두 어렵지 않게 풍부한 해산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엔 그만큼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한정적인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따라서 해산물에 입맛이 길들여진 이들에겐 산촌의 음식이 낯설었고, 산촌의 입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게 비릿한 맛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입장에서 낯선 고장에서의 한 끼 음식으로 그 고장의 맛을 평가 내린다는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노릇인지 모르고들 너무도 쉽게 말했던 것이다. 이는 마치 사람의 근본적인 성장과정 자체에 대한 이해 없이 한 사람을 잠시 인연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양양군을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과 지류인 오색천이나 어성전 등의 물길에는 다슬기가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슬기로 만든 음식을 내는 음식점은 단 한 곳도 없다. 뚜거리와 꺽지 등의 매운탕이나 추어탕집은 몇 곳 있는 반면, 남대천에서 잡은 다슬기나 재첩으로 음식을 내는 식당이 없다는 건 그만큼 오래전부터 이 고장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이 있어 다른 음식을 개발할 입장이 아니란 이야기다.
▲ 남대천 다슬기 양양군을 가로질러 동해로 흘러드는 남대천과 지류인 오색천이나 어성전 등의 물길에는 다슬기가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 다슬기로 만든 음식을 내는 음식점은 단 한 곳도 없다. 뚜거리와 꺽지 등의 매운탕이나 추어탕집은 몇 곳 있는 반면, 남대천에서 잡은 다슬기나 재첩으로 음식을 내는 식당이 없다는 건 그만큼 오래전부터 이 고장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음식들이 있어 다른 음식을 개발할 입장이 아니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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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그 고장의 환경에 부합되는 맛을 지키며,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이 곧 가장 좋은 음식이고 진정으로 좋은 맛을 지녔다 하겠다.

남도의 음식은 남도의 맛을 제대로 지키고 살려야 맛 좋은 음식이고, 중부지역은 그곳만의 각별한 맛과 재료들의 특성을 살려야 좋은 음식이다. 마찬가지로 산촌은 산촌다워야 하고, 포구는 그 나름의 맛을 지키며 어우러질 줄 알아야 한다.

요즘에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그 고장만의 음식을 맛보겠다는 생각까지 접어야 할 지경이다. 수입농산물을 이용해 김치를 담가 내고, 벌교꼬막이 강원도에서 밥상에 오르는 시대니 자연스럽게 맛의 평준화를 이뤘다고 해야 하나 의문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경남 지역에 가면 경남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차려진 밥상이 좋고, 전주에 가면 시장통에서 먹는 콩나물국밥 한 그릇에서 그 고장만의 인정과 삶의 진득함을 맛보고자 한다.

젓국으로 자박하게 무쳐낸 고춧잎나물을 처음 맛 본 이들이라면 삼키기 거북스러워한다.

마찬가지로 산촌에서 산밭에 씨 뿌려 키운 콩으로 만든 순두부 한 수저 뜨고 난 뒤 맹맹하다고 하는 이들도 익숙하지 않은 입맛 탓일 뿐이다.

산촌인 이곳 양양지역에서 봄철 마음먹고 배낭을 지고 나서면 10kg 이상 많은 양의 두릅을 채취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곰취나 병풍취, 저느기, 누리대 등 이곳에 사는 이들에겐 가장 익숙한 산나물이다. 어수리나 눈개승마가 다른 고장처럼 좋은 산나물로 대접받지 못한 것도 그보다 향이 좋고 즐겨 먹는 나물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보다 먹을 만큼만 채취해 곧장 먹는 그 맛 이상 좋은 음식 또한 없다.
▲ 두릅 산촌인 이곳 양양지역에서 봄철 마음먹고 배낭을 지고 나서면 10kg 이상 많은 양의 두릅을 채취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고 곰취나 병풍취, 저느기, 누리대 등 이곳에 사는 이들에겐 가장 익숙한 산나물이다. 어수리나 눈개승마가 다른 고장처럼 좋은 산나물로 대접받지 못한 것도 그보다 향이 좋고 즐겨 먹는 나물의 종류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보다 먹을 만큼만 채취해 곧장 먹는 그 맛 이상 좋은 음식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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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잎과 젓국이 어우러진 맛이 낯선 이들에게 꽁치나 청어 과메기를 맛보게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홍어 정도가 아니라 삭힌 홍어와 푹 익은 김치, 홍어애탕을 먹으라면 그 자체로 고문이나 진배없다.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간간하며 고소한 순두부의 맛을 제대로 알기까지는 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부터 말끔히 버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누룩내 진한 막걸리 한 잔에 홍어삼합을 안주 삼는 전라도의 문화와, 광천 토굴에서 곰삭힌 젓갈에 마시는 막걸리나, 매운 고추 썰어 넣고 부쳐낸 감자전으로 안주하여 마시는 막걸리나 모두 그 고장이라서 맛 볼 수 있는 성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호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양양군, #함안군, #토박이식당, #토박이정식, #한국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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