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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착공보고회.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 착공보고회.
ⓒ 뒤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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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레고랜드 시행사인 엘엘개발이 지난 7일 레고랜드 착공식을 개최한 데 대해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7일 열린 착공보고회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됐고 기반시설부터 착공에 들어가 10월말 설계가 완료되면 놀이시설 본 공사를 들어간다고 밝혔다. 도와 엘엘개발의 수차례 공언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을 의식한 듯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날 "춘천시민들의 혼란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이번 착공보고회는 그동안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하고 확실하게 본 공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한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착공보고회는 도민을 기만하는 수준에 가까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착공보고회에 앞서 진행되어야 할 '자금 확보', '설계 확정', '공사금액 확정', '시공사와의 계약', '공사착공'의 중요한 요소 중 '자금, 설계, 공사금액, 공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착공을 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동안 알려진 대로 자금조달 계획은 부지를 공개 매각하여 조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 공개매각 절차는 진행되지도 않았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설계는 10월 6일 기준 절반도 안 돼

테마파크를 설계하는 업체인 유신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레고랜드 테마파크 놀이시설 설계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유신 관계자와의 전화인터뷰 내용이다.

- 테마파크 설계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현재 약 50% 수준이 채 안 된다."

- 설계가 끝나는 시점은?
"엘엘은 10월말까지 90% 수준까지 설계를 해달라고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어느 정도 설계가 마쳐진 상태에서 테마파크 기본설계를 했던 업체인 캐나다 포렉이 설계된 것을 보고 리뷰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2~3개월 걸릴 것으로 본다. 그동안 우리는 설계를 좀 더 발전시키고 내년 초 포렉에서 리뷰를 마치고 자료가 오면 보완설계를 해서 최종적으로 설계를 마치는 것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테마파크다 보니 놀이시설이 들어가고, 멀린사(레고랜드 해외투자사)가 놀이시설 디자인을 하는 협력업체를 결정해서 디자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멀린은 아직 디자인을 할 업체도 결정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놀이시설 디자인이 되면 구조계산을 통한 기초설계를 해야 하는데 멀린에서는 엘엘의 자금조달 계획이 확정이 되어야 멀린이 놀이시설 업체 두세 개 중에서 경쟁을 거쳐 디자인 업체를 확정하고, 거기서 디자인 설계를 해오고, 그것을 가지고 유신이 분석 등의 작업을 거쳐 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속단은 어렵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기가 어려워 보인다."

- 시민들은 계속되는 착공 발표에 혼란스러워 한다.
"전에도 그랬지만 착공식이나 기공식을 했는데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착공식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놀이시설 착공은 들어갈 수 없다."

- 이번 착공은 놀이시설을 제외한 건물 등 부대공사를 하겠다는 의미인가?
"아직 공사비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이 일부분 착공은 가능하겠지만 엘엘이 이걸 무리하게 착공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직 건설사도 확정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 엘엘개발에서도 일부는 무리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일정에 몰려 무리하게 발표하는 건가?
"엘엘개발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의회나 지도부에서 압력을 받으니 무리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7일 열린 착공보고회. 최문순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7일 열린 착공보고회. 최문순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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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관계했던 한 관계자는 '설계도 안 되고 공사금액도 확정되지 않은 것을 착공한다는 것은 도민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설계가 완료되어야 공사비가 확정되고 시공사와 그 공사비를 가지고 계약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착공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게 사기가 아니고 뭐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테마파크 부지의 문화재 보존으로 지하 터파기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허니셀 기초로 한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공사비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중심부에 위치하는 옵저비션(Observition Tower) 같은 경우는 안전 문제로 허니셀 기초를 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엘엘개발 "놀이시설 설계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가 되어도 설계조차 불투명한 테마파크를 어떻게 착공하겠다는 것인지 강원도와 엘엘개발의 발표에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2014년 11월 28일에 진행된 레고랜드 기공식 후 계속되는 난항으로 도민의 의심이 커가는 상황에서 도와 엘엘개발이 보여주기 식 행정으로 도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해 강원도의회 부의장인 김성근 의원은 12일 오전에 개최된 도정질문에서 최문순 지사와 김한수 강원도 글로벌 통상국장에 대한 질의에서 설계업체 관계자와의 대화내용 녹음파일을 제시하며 테마파크 설계가 도와 시행사의 발표와 다름을 지적했다.

이에 김한수 국장은 "건축과 토목, 조경 부분의 설계는 95% 정도 진행된 것이 맞다"면서도 테마파크의 핵심시설인 놀이시설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한 시행사인 엘엘개발 관계자는 "건축, 토목, 조경 부분의 설계는 95% 수준이 된 것이 맞다"며 "놀이시설 부분은 멀린사가 해야 하는 부분이지 엘엘개발의 소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전체공정 설계가 95% 수준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멀린사가 담당할 부분을 엘엘개발이 하는 부분과 연관시키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전체 공정이 늦어지는 것은 맞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그럴 경우 멀린사의 책임이지 엘엘개발의 책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엘엘개발 관계자의 주장대로라면, 멀린사의 의지에 따라 착공 시기나 완공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결국 도나 엘엘개발이 제시하는 레고랜드 테마파크의 개장 시기는 멀린사의 의지에 달렸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그동안 도와 엘엘개발이 제시한 착공과 준공은 그들의 기대치에 불과하다는 말이 된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배치도
 레고랜드 테마파크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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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가능한 부지 팔아도 사업비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이런 와중에 강원도의 의회 김성근 부의장의 도정 질의에 따르면, 공사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재원 조달은 불투명해 보인다. 실제, 중도 사업부지 중 상당수가 이미 KB부동산 신탁에 소유권이 넘어간 것이 확인돼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레고랜드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미 대출받은 2050억 원은 부지매각대금 납입 시 우선적으로 갚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지매각을 통한 재원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춘천시민언론협동조합이 발행하는 주간지 <춘천사람들>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레고랜드, #엘엘, #멀린, #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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