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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12월 9일 오후 3시 30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부상징체계 통합(박물관·미술관·도서관·수목원)'이란 제목의 사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부상징체계 통합(박물관·미술관·도서관·수목원)'이란 제목의 사진.
ⓒ 인터넷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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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위 사진이 온종일 트위터를 달궜다. "여기가 북한인가"라는 반문이 들만큼 소름끼치는 획일성에 놀라움을 표현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정부상징체계 통합(박물관·미술관·도서관·수목원)'이란 제목의 이 모둠 사진은 문화예술을 넘어 과학관·도서관·수목원 등 정보 산하 개별 기관까지 통합된 상징 로고를 쓰게 한 정부 방침을 우회적으로 꼬집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통합 정부상징체계는 작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상징(GI)'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천명한 뒤, 올해 3월 확정됐다. 문체부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장관 관심 사업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문체부는 이를 위해 대대적인 공모 작업과 심사 과정을 거쳤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면서 이 정부상징을 "태극기의 청․홍․백 삼색 조합과 여백의 미를 살린 담백한 표현으로 '대한민국다움'을 극대화"했다고 자찬했다.

그런데, 정부 각 부처가 아닌 박물관·미술관·수목원·도서관·과학관과 같은 문화시설까지 획일한 정부상징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문체부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 3월 두터운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구구절절 설명에 나선 바 있다. 문제는, 이 정부상징의 가치와 그 추진 배경일 것이다.

'국가통합'이라는 가치가 과연 이러한 상징체계 통합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더욱이, 이 정부상징체계 통합이 문제시된 이유는 또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말이다. 이미 TV조선을 비롯해 복수의 매체를 통해 의혹과 수상한 정황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광복 70주년 맞이 정부상징 변경, 차은택이 주도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문체부가 교체한 '대한민국 정부상징(GI)'.
 광복 70주년을 맞아 문체부가 교체한 '대한민국 정부상징(GI)'.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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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 문화융성 사업, 최순실이 틀 짰다"는 보도 등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을 알려드립니다."
"'정부 새 상징도 최순실 라인 작품', '정부상징 차은택 주도' 보도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을 밝힙니다."

이번 국정농단 게이트를 둘러싸고, 문체부가 패닉에 빠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꼬박꼬박 해명은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복수 매체에서 제기된 '문화융성' 관련 정책과 새 정부상징체계에 대한 의혹 보도에 문체부가 내놓은 답은 예상했다시피, "사실과 다르다"와 "아니다", "관련 없다" 정도로 요약된다.

문체부의 해명은 "지난해 3월 문체부의 공모지침 발표 직전에 열린 1차 자문단 회의에서 '태극무늬'로 사실상 결정이 났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적·청색, 오방색을 반영한 '최순실표 태극'은 기획된 적 없다", "차은택씨는 사업계획의 수립부터 최종결과 도출까지 단 한 차례의 자문역으로도 참여한 바 없다" 등이다.

다시 주요 사안을 요약하면 이렇다. 공모를 거치기 전에 이미 지금의 상징이 윗선에 의해 결정나 있던 것 아니냐, 한 회의에서 적·청색, 오방색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는데 최순실씨가 관련된 것 아니냐, 차은택 라인이라 알려진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주도사업이었다면 차은택씨가 일정정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 등의 의혹으로 간추려 진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던가. '문화융성' 프로젝트를 주도한 차은택씨의 인맥들도 이 새 정부상징체계 통합 사업에 동참했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차은택씨의 대학원 교수였고, 차씨가 대통령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던 시기 장관으로 임명된 바 있다. 차씨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어도, 그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급작스런 사업 추진이나 최종 시안 변경도 도마에 올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한 문체부 전 1급 공무원은 "갑자기 정부상징체계와 국가 브랜드 사업이 추진됐고 나중에 보니 모두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정부협의체와 국민자문단의 의견을 거쳐 확정해 청와대에 보고된 최종 시안이 최종 변경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체부가 올린 시안이 지금의 태극문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문체부의 해명은 이렇다.

"이후 수정·보완, 추가 개발을 거친 총 5개의 안을 11월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한 자문회의에 올렸고, 회의 결과 '무궁화보다는 태극을 소재로 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를 계기로 우리 부는 '태극'후보작을 발전시켜 현재의 새로운 정부상징을 완성했습니다."

획일적인 정부상징체계 통합,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단면 

2015년 8월 열린 '대한민국, 우리들의 이야기(KOREA, Our Stories) 국가랜드 및 상징전'.
 2015년 8월 열린 '대한민국, 우리들의 이야기(KOREA, Our Stories) 국가랜드 및 상징전'.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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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비용만 약 5억 원, 앞으로 확정까지 이 정부상징 교체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60~70억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8월 발표 이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표절 시비와 함께 최순실씨가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 브랜드 '크레이티브 코리아'.

이 국가브랜드의 지난해 집행 예산은 28억 5000만원, 올해까지 35억이 넘게 투입됐다. 이와 비교하면 정부상징 교체는 이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같은 김종덕 전 장관이 주도하고, 차은택씨와의 연루설이 끊이지 않는 정부상징체계 변경에서 최순실씨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을까.  

이미 '문화융성'과 관련, TV조선과 조선일보 등은 최순실씨가 작성, 문화융성 정책의 틀을 직접 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체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이러한 의혹들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개별 정책별 해명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정부상징과 관련, 앞선 해명과 더불어 "디자인 전문가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장관 관심 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라는 문체부의 부연 설명은 국민들 입장에선 '관심법'이 필요해 보일지경이다. 다른 해명 역시 신빙성을 주기 쉽지 않을 듯 보인다. 워낙 '문화융성' 관련 사업이 방대하고 거대 예산이 투입된 박근혜 정부 주요 사업이기에, 향후 예산 내역을 비롯해 좀 더 정밀하고 체계적인 확인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은 '행정기관'이 아니지 않나

문체부가 내놓은 정부상징체계 관련 보도자료.
 문체부가 내놓은 정부상징체계 관련 보도자료.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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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는 지난 3월, 정부상징의 통합을 발표하며 외국 정부의 상징체계를 세세히 소개한 바 있다. OECD 34개국 중 28개국이 현재 우리와 같은 통합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혼합형과 개별형을 쓰는 나라도 존재한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통합형 국가의 '행정기관'의 일체된 로고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른 문제다. '행정기관'이 아닌 박물관, 미술관과 같은 시설에까지 정부 로고를 새겨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핵심은 이러한 정부상징 체계의 통합, 아니 획일화가 이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리라.

'국가통합'과 같은 올드한 가치와 관 주도의 문화예술정책을 밀어붙인 박근혜 정부의 스타일이 문화의 영역 전반을 갉아 먹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상상력과 창의력, 감수성이 발휘돼야 할 영역인 박물관·미술관·도서관·수목원·과학원 등의 로고에까지 태극문양을 새겨 넣을 필요가 있단 말인가. 

만약 이번 정부상징체계 로고 변경에 차은택씨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끼친 해악이 실로 전방위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참담함을 겪어야 할 것이다. 문체부의 정확한 해명과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다시금 필요한 대목이다.


태그:#최순실, #차은택, #박근혜, #문체부, #정부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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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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