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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육로를 통한 금강산관광이 가능해졌다.
 2004년 2월 육로를 통한 금강산관광이 가능해졌다.
ⓒ 현대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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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과거에 관광을 비생산적인 부르주아 생활양태로 여겼다. 특히 자본주의적 관광행태에 대해서 "호색적인 관광, 도박관광과 같은 변태적이며 속물적인 관광"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관광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관광이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빌 클린턴의 예견

1998년 11월 18일 금강산 관광선인 금강호가 출발했다. 이후 북한은 다각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확대시켰다. 처음에는 해로관광이었는데 2003년부터 육로관광으로 확대되었다. 버스관광에서 2008년에는 승용차 관광으로 발전하였다. 관광일정도 다양해졌고 관광코스도 확대되었다. 초기에는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가 대상이었는데 이후 세존봉 코스와 내금강이 추가되었다. 야영장과 해수욕장도 개방되었다. 1998년 11월에 시작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중단될 때까지 195만 6천 명의 누적관광객수를 기록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북한은 남한의 관계자들과 만나서 금강산 관광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관광이 서비스산업의 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 11월 19일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숙소에서 금강산관광선 출항 장면을 지켜본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금강산 관광에 대해 "감동을 금할 수 없다. 매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우리의 힘과 부와 행복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관광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클린턴의 예견대로 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굴뚝 없는 산업이 창출하는 '부'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금강산에서는 관광, 개성공단을 통해서는 제조업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북한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개성과 같은 시장경제의 실험장이었던 것이다. 빌 클린턴이 금강산 관광선 출항 모습을 '신기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묘사했던 것은 이같이 시장경제가 창출한 변화에 대한 예감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어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 시대의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트럼프는 막말의 대가로 알려졌다. 다른 한편  트럼프는 사업가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유명한 방송 진행자이다. 기존 질서를 불신하는 미국의 백인 저소득층은 그가 이처럼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어떤 한반도 정책을 펼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6개월에서 1년이 지나야 윤곽이 잡힐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트럼프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아마 그는 임기 4년 동안 금강산을 한 번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도 금강산 관광을 시장경제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도박보다는 도박사업을 구상한다는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에서 비즈니스의 원칙 가운데 하나로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부담할 것을 주장하는 것도 이런 그의 비즈니스 원칙 때문일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사고방식을 금강산관광에 접맥시켜서 트럼프에 접근한다면 동북아질서의 판을 바꾸고 금강산 관광도 가능하게 하는 국제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이 당사자이지만 국제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에 남북관계는 남북주도와 국제협력이라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시대의 금강산 관광 재개 전략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힐튼호텔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각) 뉴욕 힐튼호텔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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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푸틴과 매우 친밀한 관계이다.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트럼푸틴'이라는 신조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함께 미국과 러시아가 국제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금강-설악 관광지대로 연계시키고, 이 지대를 북으로 원산과 마식령 스키장, 남으로는 평창까지 확대해야 한다. 철도, 도로 DMZ 통과지역을 중심으로 DMZ 일대를 세계평화지대로 선포할 수도 있다. 철원-김화-평강-내금강을 잇는 대규모 평화공원 조성도 추진해볼 만하다. 이렇게 될 경우 남북을 연결하는 동해지대는 국제관광지대가 된다.

사계절과 하얀 눈, 푸른 동해, 금강과 설악을 잇는 백두대간, 평창 동계올림픽 인프라가 결합하는 이 곳은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지역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다. 유라시아 철도와 가스관을 한반도까지 연결시키는데 이 지역의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금강산 관광을 이렇게 발전시키는 구상을 가지고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푸틴에게는 이러한 구상이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철도와 가스관 연결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시진핑에게는 한반도의 안정과 한중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이 구상이 중국의 동북지역을 안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당연히 환영할 수밖에 없다.

유엔은 관광을 '평화로 가는 여권(a passport to peace)'이라고 했다. 관광은 상호 이익을 증진하고 신뢰를 구축하는데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군사항을 개방하고 북방한계선을 북상시켰다. 이러한 관광의 안보적인 효과가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방위비용을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각에서 트럼프의 사업가 본능에 부합하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강산 입구에 있는 장전항은 유고급(70t) 잠수정 기지였다. 유고급 잠수정은 은밀하게 동해안 일대를 정찰하고 침투하는 위협수단이다. 북한은 장전항 해안 절벽을 뚫어 잠수정의 출입 통로를 만들었다. 금강산 관광특구가 확장되면서 이 기지가 폐쇄되었다. 장전항을 사용하던 북한의 동해함대는 후방으로 약 100km 후퇴했다. 100km 후퇴로 전선까지 이동시간이 2시간 정도 지연된다. 그만큼 조기경보시간을 확보하게 되어 안보효과를 누릴 뿐만 아니라 방위비의 효과적인 운영도 가능하게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한국의 차기정권 수립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는 금강산에 국한되지 않고 '환동해 경제권' 차원에서 큰 그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의 협력과 나아가서 공동 사업까지 구상해볼 수 있다. 이것이 트럼프 시대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전략이 될 것이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는 "금강산이 세계에 드러날 때 조선은 새로운 조선이 되리라"(金剛現世界 朝鮮更朝鮮)고 말했다. 이렇게 원대한 구상에 따라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때 한반도는 새로운 한반도가 된다.

금강산과 동아시아인의 힐링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18주년 금강산관광기업의 생존권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금강산관광 18주년 금강산관광기업의 생존권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방문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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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재개의 큰 꿈은 다른 한편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발급받은 평화의 여권으로 환동해 평화지대를 만드는 것은 아름다운 꿈이다.

이런 꿈을 꾸면서 피해자의 눈물을 외면하는 것은 모순이다. 금강산 기업협회 49개 업체가 금강산에 투자한 돈만 1933억 원이고, 사업 중단 이후 매출 손실액은 8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영세사업자들인데 21개 기업은 이미 도산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기업들에게 발생한 투자 및 매출손실에 대하여 아무런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중단 이후 2009년, 2010년, 2014년 3회에 걸쳐 182억 원을 대출했을 뿐이다. 기업들은 이런 일시적인 조치가 부채증가의 결과만을 가져오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법을 만들어서라도 투자기업에 대한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 앞으로 금강산 관광을 환동해관광과 평화지대로 발전시킬 때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가동하여 이산가족의 상시적인 상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금강산은 관광 인프라 구축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인들이 힐링을 하는 평화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입니다.
한반도평화포럼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한 학자, 전문가, 시민단체중견활동가들의 인식공동체로, 이 글은 <한반도의 아침>에도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북한관광, #트럼프, #국제관광지구, #금강산관광, #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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