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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촛불집회,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세종대로
 4차 촛불집회, 프레스센터에서 바라본 세종대로
ⓒ 박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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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3차 촛불집회보다 현장은 더욱 평화롭고 질서 있는 모습을 보였다. 따뜻한 국물과 음료, 음식 등을 파는 노점 상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교복을 입은 학생, 온 가족이 함께 나온 모습도 이제는 흔하다. 거리를 채운 구수한 번데기 냄새만큼이나, 시민들의 성숙한 집회 문화도 이제는 익숙하다.

한 주 사이에 시민들은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능'을 보여주었다. 3차 촛불집회(지난 12일) 3일 뒤에 박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유 변호사는 '조사 연기가 필요', '서면조사가 바람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는 물론 특검 수사도 받겠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태도를 바꾼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번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박원순 서울시장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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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후 6시경 서울시청 뒤편 무교로 인근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다.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전망을 물었다.

박 시장은 "당연히 실정법 위반도 위반이지만, 이건 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생각한다. 즉 법률적인 문제를 넘어선 '헌법적' 문제이자 '국가농단'의 문제다. 물론 법률적으로도 엄밀히 수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본인이 명예롭게 사퇴하는 게 국민의 요구에 가장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주말마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정말 위대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예증 하듯이,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요구를 잘 받아서 안는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이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데, 이렇게 버티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도 덧붙였다.

청계광장 인근에서 행진 중인 한국외대 로스쿨생
 청계광장 인근에서 행진 중인 한국외대 로스쿨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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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들도 사법정의를 부르짖었다. 청계광장에서 한국외대 로스쿨생 문현성(38, 우측) 씨를 만났다. 촛불집회에 온 이유를 묻자, 그는 "법학도이자 예비 법조인으로서 헌법이 파괴되고 있는 이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해, "상황을 면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다. 자신의 위치와 범죄 행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지금과 같이 초헌법적인 존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법감정에 심하게 어긋난다"라는 생각도 전했다.

'길라임' 풍자 팻말을 든 참가자
 '길라임' 풍자 팻말을 든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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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장영환(29) 씨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속 대사를 패러디한 문구를 적은 화이트보드를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먼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대통령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장씨는 "어떤 사람이 봐도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 겉모양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지만, 대통령이 중세 왕정국가처럼 내치를 하는 것 같아서 힘이 빠진다. 하루속히 청와대와 대통령이 조사에 협조하고,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특히 "검찰에 빨리 나가서 죄가 있으면 있는 대로 처벌을 받고, 없으면 당당하게 밖으로 나와라"라고 말하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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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인근에서는 이날 집회에 처음 참가한 고등학생 길혜빈(17)씨와 김은희(17)씨를 만났다. 먼저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묻자, 김씨는 "지난주 집회 관련 뉴스를 보고, 이번에는 시민으로서 꼭 참가해야 할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대통령에 조사에 관한 상황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길씨는 "관련 기사를 봤다. 대통령이 수사 협조를 한다고 했지만, 결국 안 했다.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장현석(45) 씨 가족
 촛불집회에 참가한 장현석(45) 씨 가족
ⓒ 박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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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힌 장현석(45)씨는 "이번 집회는 여유가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대통령 조사에 관한 의견을 묻자, "결국은 국민들을 생각해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끝까지 모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매주 집회에 참가 중인 김웅(55) 씨 부부
 매주 집회에 참가 중인 김웅(55)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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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55, 좌측) 씨는 매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자격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다. 자신의 위치로 내려가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촛불집회에 참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 대해 "야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야당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냈다.




태그:#4차 촛불집회, #박근혜 검찰 조사, #유영하 변호사, #박원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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