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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아올린 비좁은 철창에서 '커피제조기'로 살아가는 사향 고양이. 커피열매와 대변통이 사향고양이에게 주어진 생활환경의 전부다. 페타 아시아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캡처.
 겹겹이 쌓아올린 비좁은 철창에서 '커피제조기'로 살아가는 사향 고양이. 커피열매와 대변통이 사향고양이에게 주어진 생활환경의 전부다. 페타 아시아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 캡처.
ⓒ P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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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만한 작은 우리에서 사향고양이 한 마리가 쉼 없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비좁고 열악한 환경에 갇힌 스트레스 때문에 무의미한 동작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이다. 겹겹이 쌓아올린 작은 철창들로 이뤄진 이 농장에는 사향고양이 수백 마리가 갇혀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야생 사향고양이를 포획하여 가둬 기르며 커피열매만 먹인다. 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열매를 가공해서 만든 커피를 '루왁'이라는 이름으로 고가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의 '커피제조기'로 전락한 사향고양이는 스트레스로 자신의 팔다리를 뜯어먹거나 털을 뽑는 등 자해를 한다. 커피열매만 먹다보니 건강상태도 엉망이라 영양부족과 탈모 등에 시달린다. 몇 년 후 생산력이 떨어지면 야생에 버려지는데, 건강이 나빠 거의 살아남지 못한다. 루왁 커피는 결국 '사향고양이의 눈물'인 셈이다.
 
2013년 9월,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 아시아-태평양(PETA Asia-Pacific)은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로 불리는 루왁의 추한 이면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루왁 커피의 진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고양이를 학대하지 않았다'는 홍보문구와 함께 판매되는 루왁 커피도 등장했다. 그러나 페타 아시아-태평양의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홍보되는 루왁 커피도 실상은 '인도적이지 않다'고 한다.

페타 아시아-태평양은 사향고양이를 농장에 가두고 착취해서 생산된 커피가 '야생의 사향고양이에게서 자연적으로 채취한 커피'로 판매된다고 지적하면서, 루왁 커피는 그 무엇이든 구매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또한 루왁 커피가 판매되는 현장을 목격할 경우 판매자에게 항의하거나 페타에 즉시 알려달라고 했다.

내 선택이 세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책공장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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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학로 책방 '이음'에서 이형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책공장더불어) 북콘서트가 열렸다.

인간은 살면서 무수한 동물을 사용한다. 동물을 먹고, 가죽이나 모피를 착용하며, 동물실험을 위해 희생시킨다. 또한 오락을 위해서도 동물을 희생시킨다. 동물쇼는 잔혹한 조련의 결과물이며, 동물원 동물들은 본성과 거리가 먼 비좁고 인공적인 공간에 갇혀 살며 고통받는다. 코끼리 트래킹을 비롯한 관광산업, 투우·투견·소싸움 등 동물을 이용하는 스포츠 역시 학대의 산물이다. 반려동물산업도 한편에서는 학대를 양산한다. 지난 5월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크게 이슈가 된 '강아지 공장'이 대표적 예다.

결국 동물을 수단으로 하는 모든 산업은 '동물학대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먹고, 입고, 보고, 즐기는 일상의 선택이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내 선택이 동물에게 어떤 고통을 야기하는지 알려주고, 그러한 선택을 지양하여 보다 인도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책이다.

'인도적인 소비자·여행자'가 되자

저자는 인도적인 삶을 위해 완벽한 실천에 대한 강박은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변하기 때문이다. 인도적인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날 북콘서트에서 이형주 작가가 소개한 첫 번째 방법은 '인도적인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먼저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린다. 또한 채식이라도 되도록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래 상태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성 식품 중에도 동물의 희생을 수반하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에 많이 사용되는 팜유가 대표적 예다. 팜유 생산을 위해 오랑우탄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축산물은 가급적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복지인증'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선택한다. 현재 시중에서는 동물복지인증 달걀,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이 마크는 보다 많은 축종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화장품·세제 등 생활용품은 동물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은 '크루얼티-프리(Cruelty-Free)' 제품을 구입한다. '리핑 버니(Leaping Bunny)'가 부착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리핑 버니'는 제품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착되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인증마크다. 이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더바디샵'이 있고, 그 밖의 기업 목록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의류·장신구를 구입할 때는 모피·가죽 소재를 지양하고, 나일론·폴리에스테르·폴리에스터·폴리우레탄·폴라폴리스·웰론 등 비(非)동물성 소재를 구입한다. 이미 구매한 옷은 되도록 오래 입어 소비를 줄인다.

이형주 작가는 인도적인 삶을 위한 두 번째 방법으로 '인도적인 여행자'가 되자고 했다. 동물을 보고 싶다면, 동물원 쇠창살 너머의 동물이 아닌 야생의 동물을 찾아간다. 야생 조류 서식지에서 새를 관찰하는 탐조 활동, 바다에서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생물을 구경하는 생태관광 등이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시청각 자료를 가정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통해 해외에 가는 경우, 동물쇼·코끼리 트래킹과 같은 동물을 이용하는 여정이 포함된 여행상품은 구매하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루왁 커피·곰 쓸개즙·호랑이 뼈로 담근 술을 비롯한 동물학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목소리 없는 약자'의 '대변인'이 되자

이형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이형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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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인 삶을 위한 세 번째 방법은 '동물의 대변인'이 되는 것이다. 이형주 작가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적극 행사하라고 조언했다. 동물학대가 의심되는 제품은 판매업체에 문의하여 소비자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동물학대 제품의 판매를 즉각 중단할 수 없다면, 향후 어떤 대안을 계획 중인지 업체의 입장을 물을 수도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역시 동물을 대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또한 내 지역사회부터 바꿔나갈 수도 있다. 한 예로, '개식용의 메카'였던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는 최근 이재명 시장의 결단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노력의 결실로 살아 있는 개의 보관·도살 등 공공연한 동물학대가 사라지게 됐다. 그 밖에도 내 지역 마트에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을 팔고 있지 않다면 판매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형주 작가는 동물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유권자의 힘을 강조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대통령 후보에게 동물복지 정책을 요구하고 그것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 후보를 당선시키자고 했다. 유럽에는 동물을 대변하는 '동물당'이 원내정당인 나라들도 있다고 했다. 이형주 작가는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정권에서 동물의 행복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형주 작가는 동물의 대변자들을 위한 조언을 덧붙였다. 동물학대에 대해 알게 될수록 인류에 회의를 느끼기 쉽다. 몇 년 전 이형주 작가는 제인 구달 박사를 인터뷰하면서 이 문제를 언급했고, 구달 박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동물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형주 작가는 동물은 '목소리 없는 약자'이며 그들의 처지는 오직 사람만이 바꿀 수 있으므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자고 했다.

이형주 작가는 천천히 그러나 세상은 분명히 변하고 있다고 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동물의 대변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태그:#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책공장더불어, #동물권리선언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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