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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이라고 해도 지나는 행인조차 뜸한 통닭거리
▲ 통닭거리 평일이라고 해도 지나는 행인조차 뜸한 통닭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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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래도 버틸 만합니다. 하지만 올 겨울이 지나고 내년 2~3월이면 우리나라 양계시장에 대란이 옵니다. 우선은 너무 많은 양계들이 살처분 되었고 종계들이 다 파묻히는 바람에 달걀을 생산하지 못합니다. 자라나는 닭이 없으니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시간이 2~3개월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통닭거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수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통닭거리를 찾는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이 통닭 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 자기 순번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후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분주했던 통닭거리가 한산하기만 하다
▲ 통닭거리 오후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분주했던 통닭거리가 한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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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통닭거리에는 닭집이 12곳 있다. 이 통닭집들이 하루에 판매하는 닭은 평일 800~1000마리, 주말에는 1400~1500마리가 된다고 하니 그 숫자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하루 파는 양을 평균잡아 보면 6~7천 마리를 웃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바이러스 때문에 통닭거리를 찾는 손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선 줄은 온데간데없고, 가게 안에도 듬성듬성 자리가 비어있다.

수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진미통닭집도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한다
▲ 진미통닭 수원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진미통닭집도 매출이 30%나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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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2~3개월 후가 더 문제다"

20일 오후 통닭거리를 찾았다. 낮 시간에도 집집마다 꽉 차 있던 손님들이 보이지 않는다. 장사가 가장 잘 된다는 한두 집 정도만 사람들이 보일 뿐 아예 '휴무'라는 안내판을 걸어놓은 통닭집도 있다. 

주말이 되면 통닭거리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일상적이었디.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 주말 통닭거리 주말이 되면 통닭거리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일상적이었디. 지금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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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이곳에서 장사를 한 지 30년 가까이 됐습니다. 통닭거리에서는 가장 장사가 잘 되는 집으로 알려졌는데 저희 집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습니다. 주말이면 하루에 1500마리 정도 판매를 했지만 이제는 주말에도 1000마리 팔기가 버거울 정도니까요. 심지어 지난 16일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에 방영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아요. 예전 같으면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손님이 가장 많은 통닭집 중 한 곳인 진미통닭을 찾았다. 20일 오후 2시쯤 찾아간 통닭집엔 그래도 손님이 있었다. 3층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 박순종 대표를 만났다. 박순종 대표는 입을 열면서 걱정부터 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아직은 매출이 줄어들긴 했지만 버틸 만합니다. 문제는 2~3개월 뒤에 달걀을 생산할 수 있는 성계들이 없다는 것이죠. 부화를 시키는 것은 인공적으로 할 수 있지만 달걀은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가 없으니까요."
"매출이 줄어 손해를 보는 사람은 100% 업주네요. 지자체나 정부의 도움은 없습니까?"
"전혀요. 양계농가야 살처분을 하고나면 그 보상을 받겠지만 저희 같은 영업집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죠. 앞으로가 정말 문제입니다."

통닭축제 기간에는 도로 전체에 부스를 치고 사람들이 몰려들이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2015년 제1회 통닭거리축제 자료
▲ 통닭축제 통닭축제 기간에는 도로 전체에 부스를 치고 사람들이 몰려들이 북새통을 이루곤 했다. 2015년 제1회 통닭거리축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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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냉동 닭을 팔수는 없어요"

박순종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성계(알을 낳을 수 있게 자란 닭)가 없다 보니 달걀생산을 할 수 없고 결국 수입 냉동닭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장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티겠다고 한다.

"저희 집 종업원이 30명입니다. 그 많은 종업원들 인건비며 운영비 등을 따지면 하루에 통닭 600마리를 팔아야 본전입니다. 앞으로 닭을 구입할 수 없으면 손님이 찾아와도 통닭을 팔 수 없는 대란이 오겠죠. 저희들은 한 마리에 1.5kg 정도 되는 닭을 사용하는데 닭값이 3500~4000원 정도입니다. 그 닭값이 앞으로 오르지 말라는 법이 없죠. 구매하는 닭값이 5000원을 넘기면 장사를 해도 손해를 보는 것이죠."

박 대표는 요즈음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에 장사를 하던 집에서 새롭게 이사해 3층 건물을 지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로 인해 심각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노릇하게 튀겨진 통닭거리 통닭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였다
▲ 통닭 노릇하게 튀겨진 통닭거리 통닭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명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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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냉동닭으로 통닭을 튀겨야 하는데 아무래도 맛이 떨어집니다. 저희 통닭거리 닭 맛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냉동닭으로는 그 맛을 낼 수가 없죠. 저희는 늘 생닭을 이용하기 때문에 냉동닭을 이용해 통닭을 튀긴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요."

앞으로 손해가 점점 더 클 것이라고 하는 박순종 대표. 조류인플루엔자와 김영란법, 거기다가 요즈음 불안한 국내정세까지 겹쳐 경제가 회생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하루하루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가 할퀴고 간 수원 통닭거리. 시간이 갈수록 상인들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류인플루엔자, #통닭거리, #수원, #팔달문, #양계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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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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