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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공개한 '청사진 보고서' 내용.
 교육부가 공개한 '청사진 보고서' 내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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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교육부장관이 국정교과서 추진 이유를 스스로 정면 부정하는 '인재강국 청사진'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신들이 만든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서문에서도 국정교과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청사진 보고서와 국정교과서, '국정제'를 반대한다?

23일, 교육부가 공개한 '2030 인재강국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청사진 교육정책 전략 시안'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사에게 '수업 교재의 제작, 선택, 활용 다양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대응해 "교육부문 중장기 정책방향을 연내에 마련하라"는 지난 4월 이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이 지시에 따라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청사진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국가수준에서는 학교 급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교육 내용의 대강만 제시할 예정"이라면서 "수업 교재는 과목별 특성에 따라 수업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자료를 제작·선택·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자율권을 부여한다"라고 적었다.

여기서 수업 교재는 수업에 활용하기 위한 교과서 등의 교육재료를 말한다. 교육계에서는 '교과서'와 같은 뜻으로 쓰는 말이다. 이 보고서는 "핀란드,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미래 핵심 역량을 도출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이들 교육선진국처럼 교사에게 '다양한 교과서 선택권을 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내용은 '교과서 단일화·획일화'를 추구하는 국정교과서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교육부 스스로 자신들의 국정교과서 정책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란 점을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자신들이 만든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인 고교 <한국사> 서문에서도 국정교과서의 취지를 부정하는 내용을 적어놨다.

교육부는 이 교과서 '역사의 의미와 역사학습의 목적'에서 "역사가의 관점이 균형 있고 적절한지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서문의 내용은 그동안 '다양한 관점과 가치관을 부정하고 특정 정권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정교과서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이유는? "박근혜의 지시 때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할 당시 모습.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할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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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는 "'교과서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교육부의 청사진 보고서나 '다양한 관점'을 강조한 <한국사> 서문은 교육선진국에 걸맞은 교과서 정책"이라면서 "이렇듯 교육부의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와 교육부 관료의 '정치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청사진 보고서에서 '수업교재 다양성 부여'란 의미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교육 자료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정교과서와 상반된 주장 아니냐'란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부장관이 조만간 국정교과서 현장 적용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때 질문하면 답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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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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