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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16 오마이뉴스 청춘! 기자상 - 청춘, 르포하다' 최우수상 수상작입니다. 김보경 기자는 화물노동자인 아버지와 하루를 보내며, 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이 기사는 지난해 말 작성됐습니다. 해당 시점을 고려하여 읽어주세요. [편집자말]
겨울은 더 곤혹스럽다. 오전 7시 30분,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차로 향한다. 외투로 중무장하지만 밤사이 얼어버린 차 속은 밖보다 더 춥게만 느껴진다. 카세트테이프를 챙겨 밤사이 차 앞 유리에 낀 서리를 긁어낸다.

들어서자마자 얼음장 같은 차 시트를 녹이기 위해 히터부터 켠다. 너무 추운 날이면 차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전날 미리 짐을 실어 새벽 출근을 해야 할 경우엔 추위와 맞서야 한다. 밤사이 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자다 말고 나와 적재함에 천막을 칠 때도 있다.   

"하루 몇 '탕'?" 일한 만큼 벌 수 있다

지방으로 갔지만 돌아올  짐을 못 실은 경우 차에서 자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두다리 뻗고 자기 위해선 등받이 없는 의자가 필요하다.
▲ 등받이 없는 화물차 지방으로 갔지만 돌아올 짐을 못 실은 경우 차에서 자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두다리 뻗고 자기 위해선 등받이 없는 의자가 필요하다.
ⓒ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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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


2.5톤 화물차는 '올라' 타야 한다. 발판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손잡이를 잡아 반동을 이용해 올라탄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등받이 없는 차 시트다. 지방에 갔다 올 때 짐을 못 실으면 차에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다. 곳곳엔 계절별 옷가지와 벌레약, 베개 등의 생활용품이 널브러져 있다.

한 '탕' 뿐인 장거리 운행은 기름값도 안 남는다. '탕'은 일의 횟수를 세는 화물노동자의 은어다. 얼마만큼의 돈을 벌었는지 알려준다. 건당 운임이 책정되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운송을 해야 한다.

아빠는 화물노동자다. 특수고용 형태로 형식상 고용 계약이 아닌 운송업체로부터 일거리를 받아 위·수탁계약을 체결한다. 개인사업자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에게 종속된 이들은 자영업이자 화물'노동자'다. 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 남들이 누리는 4대 보험, 휴가, 퇴직금은 꿈도 못 꾼다.

경기도 고양에서 1시간은 족히 걸려 파주에 위치한 사무실에 도착했다. 허름한 간판이 달린 컨테이너박스 사무실 안은 상당히 비좁다. 책상 두 개만 놓여있어도 꽉 찼다.

곳곳에 있는 달력과 메모장, 펜, 명함에는 '전국지방화물 알선전문'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운임료 한 탕에 5만 원은 안 될 것 같아요. 반나절은 하는 거니까. 하루하고 한나절하고는 (달라). 하루 일 못 하는데."

일을 연결해주는 직원이 다른 회사와 전화로 거래하고 있었다. 한 책상에 전화기가 4대나 놓여있었다.

"다마스(0.5톤 화물차) 당착으로 파주 광탄에서 도봉구 방하문. 4만 5천 원에서 4만 원. 착불."

"겨울이라 일이 많지가 않아."

화물은 톤 수에 따라 배차 현황이 다르다. 출근하면 차 번호 자석을 대기로 바꿔놓는다. 출근 순서에 따라 운행 순서가 배정된다.
▲ 배차현황판 화물은 톤 수에 따라 배차 현황이 다르다. 출근하면 차 번호 자석을 대기로 바꿔놓는다. 출근 순서에 따라 운행 순서가 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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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 가장 먼저 '배차현황' 판에 차 번호를 '2.5톤 대기'로 바꿔놓는다. 매일 출근 순서에 따라 대기 순서가 정해진다. 화물노동자는 도로를 누비는 택시노동자와 다르게 일이 없으면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은 배차 일을 알선해준다. 그 대가로 사무실에 매달 14만 원씩 지불한다.

오전 9시 20분. 일을 받기 위해 대기를 시작한다. 화물노동자들이 사무실 바로 옆 대기실 안으로 옹기종기 모여든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해 만든 대기실 안은 조촐한 겉모습과 다르게 알차다. 소파에서부터 전기장판, 냉장고, TV까지 구비돼 있다. 가운데선 세 명이 화투를 치고 있고 몇 명은 구석에서 쪽잠을 잔다. 동료들 간에 하소연도 오간다.

"헤드 개스킷( 자동차 부품 사이 이음매나 파이프의 접합부 등을 메우는 데 쓰는 얇은 판 모양의 패킹)을 70만 원에 수리한다는 거야. 엔진 속에 싹 들어내고서는 170만 원 넘게 들어간다는 거지. 일할 맛이 안 나. 근데 개스켓만 갈아서는 또 (고치러) 와야 한다는 거야. 각서까지 쓰래. 다음번에 또 오면 (수리소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2.5톤 강남이 15만 원이더라고. 가구인데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어. 그나마 노원이니까 나가지. (서울은) 한 번만 나가보는 거지."

'전국24시콜'은 화물노동자들이 애용하는 앱이다. 콜택시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운임은 낮게 책정되지만 사무실에서 알선해주는 일이 없을 때 이용한다.
▲ 전국24시콜 앱 '전국24시콜'은 화물노동자들이 애용하는 앱이다. 콜택시와 비슷한 시스템이다. 운임은 낮게 책정되지만 사무실에서 알선해주는 일이 없을 때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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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짐을 싣는 건 운이 좋은 경우다. 사무실에서 잡아주는 일감 외에도 '전국24시콜화물' 앱을 항상 켜놓고 일을 잡는다. '전국24시콜화물'은 '카카오택시' 앱처럼 실시간 화물 운송 거래 앱이다. 사무실 일감에 비해 비교적 운임이 낮다.

"일이 없는 이맘때 싸게라도 나가지. 돈이 적다 싶으면 안 가겠다고 버텨서 운송비 '딜'도 가능하고."

아빠는 집에서도 항상 앱을 들여다본다. 핸드폰 화면에 잔상이 남아 핸드폰 A/S 기사가 "적당히 앱을 켜놓으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오후 1시가 지나도 일을 잡지 못했다. "일 나가자"는 보챔에도 "일이 없는 걸 어쩌냐"라는 대답뿐이었다. 태연한 아빠의 모습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일주일에 3일은 새벽 5시에 출근하기 일쑤였다. 지방에 짐을 내리러 갔다가 올라올 때, 실을 짐이 없어 일을 잡을 때까지 차에서 자야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오후 9시 넘어 먹는 늦은 저녁식사도 당연할 때가 많았다. 여유 있어 보였지만 13년 동안 반복돼 익숙해진 것뿐이었다. 화물노동자는 일한 만큼 돈을 버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하다.

"차 태워 달라고? 다음번에"

"오늘 딸도 따라왔는데, 왜 이렇게 일이 안 뜨냐."

"연말이라 일이 더 안 뜨네."

막연히 기다릴 수 없어 밥을 먹으러 갔다. 점심 메뉴는 사무실 근처 한 낙지집. 식당에는 큰 화물차 서너 대를 주차할 만한 공간이 없어 자가용이 있는 직원 차를 얻어 타고 나가야 한다. 식사를 마치는 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나마 식당에서 식사한 건 다행이다. 차 속에서 도시락으로 때우거나 이마저도 못 먹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화물차주는 화물차를 자가용으로 이용한다. 굳이 차가 두 대일 필요도 없고 유지비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여행을 갈 때면 4인 가족의 경우 성인 4명이 좁은 조수석에 끼여 앉는다. 나란히 붙어 앉아 다리 한쪽도 제대로 펼 수 없다.

아빠의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으로 갈 때면 한없이 펼쳐진 고속도로가 원망스럽다. 도착해서도 끝이 아니다. 가족을 먼저 내려주고 주차 공간을 찾느라 한참 뒤에 들어온다. 명절에는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각할 때도 역까지 "차 태워달라"는 말 한번 꺼내기 어렵다.

오후 2시 45분. '오늘은 허탕'이라고 생각할 때 파주 한 칠판교구 공장에서 알루미늄을 실어 의정부와 포천 공장으로 옮기는 일이 들어왔다. 출발하기 앞서 습관처럼 화장실에 들렀다. 끝없는 도로 위를 달리면 눈꺼풀이 감기곤 해 껌도 챙겼다. 갈 길 먼 화물노동자에게 졸음은 최대 적이다.

화물차에서 내려다본 도로
▲ 의정부로 향하는 도로 화물차에서 내려다본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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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잡았다고 해서 마냥 기쁜 건 아니다. 운전하는 내내 현장에서 바로 짐을 내리지 못할까 걱정이 한시름이었다.

"길게는 2시간 정도 대기하지. 대기료가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안 나오는 경우가 더 많지."

현장에 도착해도 지게차가 준비되지 않거나, 짐을 내릴 직원들이 없는 경우가 있다.

적재함에 실은 칠판교구를  지게차가 내리고 있다. 화물노동자가 직접 손으로 내리는 수작업이 아닌 지게차 작업이다.
▲ 지게차 짐내리기 적재함에 실은 칠판교구를 지게차가 내리고 있다. 화물노동자가 직접 손으로 내리는 수작업이 아닌 지게차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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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공장에선 지게차가 칠판 크기만 한 알루미늄 막대를 짐칸에 실었다.

"이번 일은 '수작업'이 아니야."

수작업은 화물노동자가 직접 짐을 화물칸에 적재하거나 하차하는 걸 말한다. 이삿짐, 공장 부품 등을 옮겨야 한다. 일이 고되 많이 꺼리는 편이다. 영수증과 거래명세서를 공장 직원과 교환하고 다시 출발한다.

쉼 없이 달리다 오후 3시 58분, 첫 번째 목적지인 양주의 한 공장에 도착했다. 목장갑을 끼고 나가 적재함을 풀고 능숙하게 지게차를 돕는다. 서둘러 짐을 내리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4시 32분. 두 번째 목적지인 포천의 한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 직원의 부재로 10분 정도 대기한 후 나머지 짐을 모두 내렸다. 짐을 묶었던 단단한 끈을 말고, 적재함을 올려 고정하면 마무리다.

월수입 400만 원? "남는 건 200만 원도 안 돼"  

4시 42분. 한 탕으로 하루 일과를 끝냈다. 두 곳이나 경유했지만, 수입은 한 탕 가격인 13만 원이다. 일당 13만 원은 화물노동자에겐 많지 않은 금액이다. 한 달 기준 배차비 14만 원, 기름값 70만 원, 통행료 25만 원, 차 보험료 30만 원, 수리비 50만 원, 식비 40만 원을 빼면 200만 원도 남지 않는다. 더구나 휴식시간은 부족하고 야간 운전이 잦은 등 열악한 노동환경은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초과 근로를 해도 추가 임금은 기대할 수 없다.

2.5톤 이상의 화물차가 사무실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연말은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넘었지만 화물노동자들은 대기만 하고 있다.
▲ 사무실 앞 주차장 2.5톤 이상의 화물차가 사무실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연말은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오후 2시가 넘었지만 화물노동자들은 대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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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화물노동자 총파업이 있었다. 철도노조에 뒤이은 파업이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8월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대한 반발이다. 화물노동자는 최저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운임료 하락 경쟁 방지 등을 요구했다. 화물노동자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지입제 폐지는 화물노동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요구다.

"노란 번호판을 빌리기 위해 회사에 돈을 내는 게 지입료. '남바' 자체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거지."

차 주인과 번호판 주인이 달라 내는 요금이 지입료다. 화물노동자는 2억 원이나 빚을 내 차를 사지만, 차주 맘대로 일할 수 없는 구조다.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없다.

보통 5톤 이상의 일반 화물은 지입차다. 광주, 부산, 울산 등 공장이 밀집돼 있는 코스를 따라 한 탕에 정해진 가격으로 움직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턱없는 가격으로 계약한다.

"아빠 차(2.5톤)도 30만 원에 안 가는데, 그 큰 차를 두 탕씩 뛰게 하는 거야."

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선 일이 없는 지입차는 골머리를 앓는다. 하루 평균 14~15시간의 근무하지만 실질소득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문다.   

한 탕의 일을 마치고 오후 5시가 넘어 집으로 향했다. 금세 하늘은 어두워졌다.
▲ 오늘 하루를 끝내고 한 탕의 일을 마치고 오후 5시가 넘어 집으로 향했다. 금세 하늘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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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40분. "이제 집에 가자." 어둑어둑한 하늘이 도로를 감쌌다. 자동차 불빛이 아스팔트를 밝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114콜 동료와 통화를 나눴다.

"내일은 비가 와서 일을 또 못하겠네."

"오늘 말도 마. 일이 없어서 기사들이 나가질 못해."

6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마땅한 주차 공간은 벌써 꽉 차 있다. 매번 동네를 몇 바퀴씩 돌아야 한다. 결국 '뚝방' 근처에 차를 댄다. 이미 여러 대의 화물차가 일렬로 줄 세워져 있다. 

일은 끊임없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빠는 언제든 나갈 준비를 한다.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잠자리에 눕기 전에도 '전국24시콜화물' 앱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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