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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 탄핵 11차 변론 열린 헌법재판소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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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7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11차 변론에서 대리인단을 통해 최종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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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나는 결백, 안종범·최순실·정호성의 잘못"

박 대통령은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모든 책임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떠넘겼다. 이들의 잘못과 관련해, 자신은 지시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주장은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 심판과 최순실씨 관련 사건 공판에서 나온 증거나 핵심 증인의 증언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그의 주장을 하나씩 뜯어보자.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문건 유출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씨의 '문건 컨펌'을 애원했다. 최순실씨의 의도대로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많은 이들이 최씨 추천으로 공직을 맡아 최씨의 이익에 복무했다.

[공무상비밀누설행위] 박 대통령은 왜 '최순실 컨펌' 애원했나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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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일부 연설문이나 말씀 자료 작성 과정에서 정호성 비서관에게 연설문의 일부 표현이나 문구 등에 대하여 40년 지인 최서원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한 사실은 있으나, 정 비서관에게 연설문(말씀 자료)의 초안을 최서원에게 보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

최씨에게 연설문을 포함해 인사·정책·외교 관련 자료 등을 전달한 것은 정호성 전 비서관의 독단적인 행동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씨에게 47개의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큰 틀에서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공소사실에는 박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로 연설문 이외의 정책 자료를 보낸 사실이 담겨 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0월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복합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했다.

이 문건에는 경기도 하남시에 최씨가 소유하고 있는 땅 인근이 대상지에 포함돼있다. 그해 9월 박 대통령이 서승환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해 서울 인근 복합생활체육시설 건립 검토를 지시한 것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이익을 위해 관련 문건 유출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는 그가 최씨에게 보낸 '선생님, VIP께서 선생님 컨펌 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아직 컨펌은 못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빨리 컨펌 받으라고 확인하십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확인·확정을 의미하는 '컨펌'이라는 단어 사용은 최씨가 의견 개진을 넘어 문건 내용을 수정하거나 확정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문건 유출을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해도, 정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최순실 의도대로 공직자 임명] 최순실 이익에 복무한 공직자들

"박근혜 대통령은 (중략) 특정 개인과의 정실에 치우쳐 인사권을 남용한 바는 없다."

하지만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최순실씨에게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차 전 단장은 이들의 인사에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했다.

차 전 단장은 역시 최씨의 추천으로 공직을 맡았다. 최씨는 차 전 단장의 이력서를 정호성 비서관에게 전달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차관 임명 전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를 통해 최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최씨는 정호성 비서관에게 김 전 차관의 이력서를 전달했다.

최씨의 입김으로 공직자가 된 이들은 최씨의 이익에 복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종 전 차관은 최씨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정부 문건을 유출하거나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또한 문체부 소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 하여금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로써 최씨의 회사인 더블루K는 이들 선수들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이들이 받은 계약금의 절반을 떼어 갔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 받기 위해 강제소환되고 있다.
▲ 입 가리고 특검 소환되는 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이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조사 받기 위해 강제소환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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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임면권 남용] '나쁜 사람' 징계 안 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은 문체부 노태강 국장, 진재수 과장의 인사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상자의 명예를 위해서 구두로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번 최종 입장 진술에서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의 인사 조치의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두 사람의 인사 조치 이유를 체육계 비리 척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직무 감찰 결과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직무 감찰 결과 문제가 있다면, 법률에 의한 공무원 징계절차에 따라 인사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징계절차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 쪽이 직무 감찰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대회 판정시비를 조사한 뒤 정씨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지 않은 두 사람을 인사조치 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대통령 탄핵 심판 9차 변론에서 "2013년 8월 승마협회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 대면 보고 일정이 잡혔다. 그 배경이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 문제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대면 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박상진 삼성전자 해외협력 사장은 "박원오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정유라가 아닌 상대편 측의 편을 든 문체부 국장·과장을 좌천시킨 일이 있는데, 당시 그 일을 한 사람이 최순실이고 자신이 그 일을 도왔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최씨 때문에 두 사람에 대한 인사조치를 한 셈이다. 이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내용의 헌법 7조와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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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깨알같이 챙겨주곤 "최순실 회산 줄 몰랐다"?
3편 '미르·K스포츠 민간 주도' 헌재더러 믿으라니



태그:#대통령의 거짓말, #탄핵 빨간펜, #최순실 컨펌, #공직자 임명, #나쁜 사람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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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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