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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6일 고시한 '2015 교육과정 고시'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월 6일 고시한 '2015 교육과정 고시'문.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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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텍고와 대구 한 고교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받지 않고도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도 해당 학교에 국정교과서를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가 자신들이 한 달 전에 개정한 장관고시인 '2015 교육과정 고시'를 위반하는 것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중고교에도 국정교과서 보내겠다는 교육부 '이중행동'

15일, 곽일천 서울디지텍고 교장이 서울시교육청에 보낸 공문(2월 9일자)을 보면, 곽 교장은 "연구학교 지정이 어려우면 국정교과서 사용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자에게 공개한 문서에서다.

곽 교장은 지난 7일 학생들을 모아놓고 '박근혜 탄핵의 부당함'에 대해 1시간 가량 훈시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관련기사   '탄핵 반대' 교장, 일장 훈시해놓고 "대토론회였다"?)

지난 2월 7일 학생들 앞에서 훈시하는 곽일천 교장.
 지난 2월 7일 학생들 앞에서 훈시하는 곽일천 교장.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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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A고교도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는 대신,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3일 일선 중고교에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현재 교육부가 발행한 교과서는 '연구학교 사용을 위한 최종본'"이라면서 "따라서 2017학년도에는 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이 불가하다"고 유권 해석했다. 서울디지텍고가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고위 관리는 15일 기자에게 "학교 신청이 있으면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학교로 지정받지 않은 학교에도 국정교과서를 보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부의 방침은 자신들이 지난 1월 6일 공표한 '2015 교육과정 고시' 재개정의 취지와 이준식 장관의 대국민 약속에 어긋나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고시에서 당초 2017학년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적용토록 한 내용을 2018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고쳤다. 올해에는 중고교에서 '2015 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만든 국정교과서를 가르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이준식 교육부장관도 지난 해 12월 27일 '역사교과서 현장적용 방안 대국민 담화'에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여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 중고교는 검정교과서를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에만 연구학교를 지정하고, 이 연구학교에 한해 정책 실험용으로 국정교과서를 공급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학교 신청학교가 0에 가깝게 되자 태도를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의원은 "교육부 스스로 '최종본 교과서'로 규정한 국정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보내는 것은 국정교과서로 수업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교육부가 일반 중고교에 국정교과서를 보낸다면 이는 자신들이 만든 2015 교육과정 고시를 정면 위반하는 것이며, '국정교과서가 없을 경우에 한해 검정교과서를 쓰도록 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또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보조교재라면 가능"... 교과서 보내놓고 보조교재?

이에 대해 교육부 고위 관리는 "2015 교육과정 고시에 따라 연구학교 외에서 국정교과서를 정식교과서로는 못 쓰지만 보조교재는 가능한 것"이라면서 "정식교재가 아니라 보조교재, 참고자료 형식의 사용은 가능하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를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지난 14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출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발언 내용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 동안 국정교과서 반대활동을 해온 조 교육감은 인터뷰에서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를 병용한다면 괜찮고,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하면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낸 지난 13일자 공문 내용을 뒤집는 것이어서 교육청 안팎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중견 관리는 "교육청의 방침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조 교육감이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방송에서 실언을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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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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