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t위즈 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정대현이 역투하고 있다.

kt 투수 정대현. ⓒ 연합뉴스


지난 2014년 12월 KBO리그에서는 신생 구단 kt위즈를 위한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 지명이 실시됐다. 신생 구단의 전력강화와 리그의 평준화를 위해 이뤄지는 혜택으로 NC다이노스 역시 이 2012년 특별 지명을 통해 주전포수 김태군과 2013년 도루왕 김종호, 요긴한 대타 요원 조영훈 등을 선발해 선수구성에 큰 도움을 받았다.

kt 역시 20인 외 특별 지명을 통해 팀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KIA 타이거즈로부터 영입한 이대형은 kt의 톱타자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고 넥센 히어로즈의 강속구 투수 장시환은 2015년 kt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현재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kt는 즉시전력감 외에도 LG 트윈스로부터 외야수 배병옥,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내야수 정현을 선발하는 등 유망주 수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즉시전력감과 유망주의 비율을 반씩 섞어 특별 지명을 선택한 kt는 두산 베어스로부터 지명할 선수를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선수층이 넓은 두산에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유망주가 고르게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kt가 고민 끝에 선택한 선수는 나이도 비교적 젊고 당장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좌완 정대현이었다.

두산의 좌완 선발 유망주, kt 이적 후 풀타임 선발로 활약

인천 출신의 정대현은 청원중을 거쳐 청원고로 진학했다가 1학년 때 성남고로 전학을 갔다. 비록 고교야구를 주름 잡은 특급좌완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제구력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정대현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23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당시 두산은 오랜 기간 왼손 기근에 시달리고 있었고 정대현은 충분히 긁을 만한 가치가 있는 복권이었다.

정대현은 입단 초기부터 어린 나이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대담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 여겨졌던 구속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정대현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7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7.41로 부진했다. 2012년에는 5선발 및 롱릴리프 경쟁을 벌이며 5월1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데뷔 첫 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팀전력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2013년 단 5경기를 던지고 18.41이라는 민망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정대현은 2014년 두산의 5선발 경쟁에 뛰어 들어 5번의 선발 기회를 얻었다. 5월 4일 SK 와이번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첫 선발승을 거둘 때만 해도 자신에게 맞는 보직을 찾는 듯했지만 들쭉날쭉한 기회로 인해 투구 리듬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대현은 프로에서의 5번째 시즌이자 두산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1승1패 7.90으로 마쳤다.

정대현은 2014 시즌이 끝나고 군입대를 결정했고 이미 경찰 야구단에 합격 통지서를 받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해 11월 28일 kt의 신생팀 20인 외 특별 지명을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구단과의 면담 끝에 입대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정대현이 리그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투수라고 하긴 힘들지만 1군에서 59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있는 20대 중반의 좌완 투수는 kt에게 매우 귀한 자원이다.

예상대로 정대현은 kt 유니폼을 입은 후 원 없이 기회를 얻었다.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은 정대현은 2015년 26번이나 선발로 등판하며 5승11패5.19를 기록했다. 비록 7월 이후 투구 내용이 급격히 흔들리며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떨어졌지만 6월까지 정대현의 평균자책점은 3.36으로 매우 준수했다.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도 4번이나 되는 등 kt에서 보기 드문 토종 선발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적 후 3번째 시즌, 성장이라는 '마법'이 필요하다

정대현은 2015년 외국인 선수 크리스 옥스프링(12승10패4.48)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이닝(118이닝)을 소화하고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선발 투수였다. 당연히 2016년에도 정대현에 대한 조범현 감독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대현은 2015년에 보여준 가능성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정대현은 작년 시즌 22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등판해 91.1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프로 입단 당시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기복을 줄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정대현은 9월11일 KIA전에서 8.1이닝2실점으로 호투했다가도 다음 경기인 17일 두산전에서는 0.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믿음을 주지 못했다. 6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었지만 5이닝을 버티지 못한 경기도 11번이나 됐다. 결국 정대현은 4승10패 7.29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2016 시즌을 마감했다.

kt 이적 후 2년의 시간 동안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던 정대현은 입대를 한 번 더 미루고 2017년 kt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외국인 선수 보유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대현을 비롯한 국내 투수들의 분발이 더욱 절실하다. 외국인 선수 돈 로치와 라이언 피어밴드가 원투펀치로 활약해 준다면 정대현은 주권과 함께 토종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kt는 작년 시즌 정대현과 주권 외에 장시환, 정성곤, 엄상백, 박세진이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중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했던 선수는 아무도 없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작년에 선발로 뛰었던 선수들과 함께 이상화, 심재민, 고영표까지 선발 경쟁에 합류시켰다. kt의 마운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올해 정대현의 선발 자리 사수는 필수적이다.

작년 시즌 정대현의 속구 평균구속은 시속 134.5km에 불과했다. 30대에 접어들어 강속구 투수가 된 신재웅(SK) 같은 경우도 간혹 있지만 프로에서 7년을 보낸 선수가 갑자기 구속이 증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강속구를 던지는 정통파 투수가 되는 것이 힘들어도 과거의 팀 선배 유희관(두산)처럼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마운드에서 짓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만큼만 기복을 줄여도 정대현은 지금보다 훨씬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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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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