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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화백의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전시를 알리는 미름갤러리 외벽 모습. 미룸갤러리는 골목길(대전 중구 대흥동 326번지)에 위치한 골목갤러리다.
 홍성담 화백의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전시를 알리는 미름갤러리 외벽 모습. 미룸갤러리는 골목길(대전 중구 대흥동 326번지)에 위치한 골목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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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흥동 골목길에 미술관을 열며 '문학과 미술의 마담뚜'를 자청했던 김희정 시인(관련 기사 : 미술관 연 시인, "문학과 미술의 마담뚜 자청"). 미룸갤러리 김희정 관장의 마담뚜 영역이 문학과 미술을 넘어 음악까지로 확장됐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심적 인물 홍성담 화백의 전시가 시작된 3월 1일 오전 10시 30분, 미룸갤러리에는 홍성담 화백뿐 아니라, 대전지역의 시인과 음악인 등 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찢어진 살점이여 발라지는 뼈들이여
오욕이 무너지고 칠정이 흩어질 때
허술한 이성은 육신의 고통 따윈 해독하지 못하리
바리여, 칼 쥔 손에서 힘을 빼어라
칼을 자유로이 둔다면 몸이 먼저 칼날 들어설 자리 열어줄 터
살은 살끼리 뼈는 뼈끼리 힘줄은 힘줄끼리 핏줄은 핏줄끼리
그녀, 바리는 눈 깜짝할 새 해체되어
천장에서 내려온 갈고리에 차례차례 내걸리고 있다.
-김채운 시인의 '바리, 그녀는' 중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김채운 시인
 시를 낭송하고 있는 김채운 시인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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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채밴드의 정진채씨는 홍성담 화백의 ‘구멍’ 작품을 보고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진채밴드의 정진채씨는 홍성담 화백의 ‘구멍’ 작품을 보고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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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달간 미룸갤러리에서 진행되는 홍성담 화백의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전시.
 3월 한달간 미룸갤러리에서 진행되는 홍성담 화백의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 전시.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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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이번 전시 오픈닝에 홍성담 화백 전시 작품으로 시를 창작했고, 진채밴드의 정진채씨는 홍성담 화백의 작품을 보고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김채운 시인은 '몸'이라는 작품을 보고 '바리, 그녀는'이라는 제목의 시를, 시인이기도 한 김희정 관장도 '해' 작품을 보고 '해'라는 제목의 시를 창작해 직접 낭송했다.

김희정 관장은 "미룸갤러리는 문학과 미술 그리고 여러 예술 장르의 만남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며, "더불어 작가들 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이어 "이번 전시 오픈닝 공연도 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은 예술의 한 뿌리라는 것을 확인시키고 싶었다"고 밝혔다.

'곡哭에서 끌어올린 곡曲'이라는 제목으로 3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홍성담 화백이 바리데기 설화를 모티브로 꿈에서 만난 혼들의 상처를 표현했다. 바리데기 설화는 우리나라 무조신화(巫祖神話)인 서사무가 '바리데기'의 주인공을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꿈'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는 '해', '햇빛 칼날', '비명', '깃발', '흙' 등 홍성담 화백의 마흔 일곱 작품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모두 45cm×30cm 크기의 소품(小品)이지만 작가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는 대작(大作) 못지않다. 그의 작품들은 위안부 문제 등 일본제국주의, 박정희 유신독재, 광주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을 그림을 통해 함께 어루만지고 보듬는다.

미룸갤러리에서 작품소개를 하고 있는 홍성담 화백.
 미룸갤러리에서 작품소개를 하고 있는 홍성담 화백.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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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의 어울림 자리로 마련된 미룸갤러리 홍성담 전을 찾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들과 홍성담 화백(가운데)이 환하게 웃고 있다.
 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의 어울림 자리로 마련된 미룸갤러리 홍성담 전을 찾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들과 홍성담 화백(가운데)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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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시 중 16일간은 스물다섯 점, 나머지 15일간은 스물두 점을 나누어 전시할 예정이다. 전시 공간이 네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거실에 걸리는 작품은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 공주 위주로 전시한다. 큰 방은 위안부 이야기를, 작은 방 1은 군부독재 이야기, 작은 방 2는 비틀어진 국가권력 이야기가 자리를 잡았다.

홍성담 화백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정신적으로 혹독하게 어려웠던 지난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며, "날마다 고문을 당하거나 땅속 깊은 지하실에 갇히거나 누군가에게 하염없이 쫓겨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홍 화백은 "이러한 일은 단지 상상이나 꿈으로만 끝나지 않았다"며, "꿈과 두려운 현실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나의 꿈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꿈 그림 그리기를 십수년을 지속했던 결과로 1500여점의 작은 그림을 갖게 되었다"며, "그림들을 분류해보니 6가지로 나뉘었고, 그중 하나가 '바리'와 관련된 200여점의 작품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 되는 작품들은 그중 50점을 2012년 리메이크 작업을 통해 재탄생시킨 것들이다.

홍 화백은 "대전시립미술관 기획전시를 제외하고는 대전에서는 처음하는 전시"라며, "미룸갤러리는 시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묻어 있는 곳"이라고 전시초대의 소감을 덧붙였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미술 화가로 알려진 홍성담 화백은 조선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중요 작품으로는 광주오월민중항쟁 연작판화 <새벽>, 노동 연작판화 <바퀴를 굴려라>, 환경생태 연작그림 <나무물고기>, 동아시아의 국가주의에 관한 연작그림 <야스쿠니의 미망>, 국가폭력에 관한 연작그림 <유신의 초상>, 세월호학살 연작그림 <들숨 날숨> 등이 있다.


태그:#홍성담, #미룸갤러리, #김희정, #진채밴드, #김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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