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익표 의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엄지손가락 치켜 든 양향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익표 의원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이 양향자 최고위원의 "전문시위꾼", "귀족노조" 발언에 침묵하고 있다. 앞서 표창원 의원의 '대통령 풍자 누드화' 논란이 생겼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 열린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에 어떠한 논평도 하지 않았다.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탄핵심판, 국정원 헌법재판소 사찰 등을 주제로 발언을 채웠다.

회의에 참석한 양 최고위원은 아예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특히 '세계여성의날'인 이날, 민주당 여성위원장을 맡은 양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최고위원은 6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두고 "전문시위꾼", "귀족노족처럼 행세한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관련기사 : '전문시위꾼 발언' 양향자 "그런 시각도 있다는 것"). 특히 6일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인 고 황유미씨 사망 10주기였다.

양 최고위원은 비판이 이어지자 7일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사과드린다. 황유미씨 사망 10주기에 더 큰 상처를 남긴 것 같다"라며 "제 취지가 잘못 전해진 것은 전적으로 제가 미숙한 탓"이라고 사과했다.

지난 총선에서 양 최고위원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도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저나 우리당은 삼성백혈병 피해자 분들, 유족들과 함께 해왔다"라며 "그분들께 상처가 됐다면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반올림 "씻을 수 없는 모욕, 민주당 답하라"

그러나 민주당은 침묵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의 '대통령 풍자 누드화' 논란이 일었을 때, 매우 즉각적이고 강하게 대응했다.

논란이 벌어진 다음날(1월 24일) 문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표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민주당 지도부도 예정에 없던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다음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 한 분, 한 분은 대선까지 특별히 국민감정을 염두에 두고 자중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우상호 "노무현 발가벗겼다면 가만 있었겠나").

양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서를 통해 "도를 넘어선 풍자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표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감정을 살피고 신중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비판에 가세했다(관련기사 : 민주당 여성의원들 "부패한 여성권력자라도 조롱 안 돼").

표 의원은 논란이 증폭된 직후 즉각 사과했지만, 결국 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직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표 의원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직책을 맡을 수 없다.

민주당의 이러한 '선별적 대응'에 대해 표창원 사건의 경우 보수층만을 의식해 강경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송현섭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 회의 참석한 양향자 최고위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송현섭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한편 반올림은 8일 논평을 통해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10년 전 삼성은 고 황유미님의 아버지 황상기님에게 '당신이 이 큰 회사와 싸워 이길 수 있느냐'며 조롱했다. 그렇다. 직업병 피해가족들이 혼자서는 삼성을 상대할 수 없기에 만들어진 단체가 반올림이다. 그런 반올림을 함께 만들고 지켜온 피해가족들, 활동가들, 그리고 그 곁에서 응원하고 연대해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양향자씨는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다.

양씨는 '전문 시위꾼', '귀족노조' 같은 말로 반올림을 조롱했다. 전자는 평등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운동가들을, 후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을 폄하, 매도할 때 쓰인다. 양씨는 반올림에 대해 '유가족도 아니다'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교섭 과정에서 피해가족들과 활동가들을 분리시키기 위해 삼성이 집요하게 주장해온 말이다.

아무리 삼성 출신이라고 해도, 유력 대선후보가 손수 영입한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기자들 앞에서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다니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양씨의 생각은 행동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비난하고 조롱해온 반노동·반인권·반민주·세력의 생각과 과연 뭐가 다른가. 양씨의 말은 친재벌 언론이나 삼성의 언론플레이 가짜뉴스들과 얼마나 다른가. 그리고 이런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둔 정당은 과연 노동자와 직업병 피해자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할 것인가. 어떻게 그 약속의 신뢰를 확보할 것인가.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전날 대변인 논평에 이어, 이틀 째 양 최고위원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문재인 캠프의 잘못된 노동관이 막말이 돼 쏟아지고 있다"라며 "문 전 대표는 허황된 일자리공약을 만들기 전에 노동자 권리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막말로 노동자들의 분노를 일으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진정성 있는 사과로 뉘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찬열 최고위원도 "(양 최고위원은) 영입 당시 고졸 출신으로서 삼성 임원까지 된 분이라며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분이다"라며 "삼성 회장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했다. 저도 노동자 출신이라 씁쓸하다"라고 말했다.


태그:#양향자, #반올림, #삼성, #백혈병, #더불어민주당
댓글4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