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박하나(왼쪽부터), KB스타즈 강아정, 우리은행 박혜진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생명 박하나(왼쪽부터), KB스타즈 강아정, 우리은행 박혜진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2017 여자프로농구는 쉴 틈이 없다. 팀 당 35경기, 4개월이 넘는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 숨을 돌리는가 싶었더니 다음날 곧바로 WKBL 시상식이 열렸다. 정규리그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세운 우리은행이 MVP를 비롯해 윤덕주상(이상 박혜진), 외국인 선수상, 최우수 수비수상(이상 존쿠엘 존스), 모범 선수상(임영희), 우수 후보선수상, 기량발전상(이상 최은실)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화려한 시상식 일정까지 끝났지만 후련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하위 3개 팀뿐이다. 오는 10일부터 곧바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B스타즈가 맞붙는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2위 삼성생명이 홈에서 한 경기를 더 치른다는 것을 빼면 양 팀은 같은 조건에서 시리즈를 치른다.

하지만 양 팀이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과정은 전혀 달랐다. 삼성생명은 시즌 중반부터 꾸준히 2위 자리를 유지하며 여유 있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반면에 KB스타즈는 꼴찌까지 떨어졌다가 가까스로 플레이오프행 막차 티켓을 거머쥐었다. 과연 먼저 2승을 거두고 '독재자' 우리은행에게 도전장을 던질 팀은 어디일까.

'만능 재주꾼' 토마스 중심으로 탄탄한 팀워크 자랑하는 삼성생명

정은순, 박정은, 변연하, 이미선 등 수 많은 여자농구의 스타들을 배출한 명문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WNBA 출신의 알리샤 토마스를 선발했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을 견제할 수 있는 팀으로 주목 받았지만 토마스가 개막 6경기 만에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며 비상이 걸렸다.

삼성생명은 토마스가 빠진 9경기에서 3승6패로 부진하며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토마스 복귀 후 다시 전력을 가다듬으며 상승세를 탔고 결국 18승17패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슈터 박하나가 3점 야투상, 김한별이 2점 야투상을 수상하며 분전했다. 물론 토종 빅맨 배혜윤과 포워드 고아라, 최희진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15.88득점10.19리바운드2.58어시스트1.62스틸을 기록한 다재다능한 포워드 토마스를 중심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토마스가 KB스타즈의 외국인 선수 플레넷 피어슨과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삼성생명은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나타샤 하워드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앰버 해리스는 큰 신장(194cm)을 이용한 제공권 장악으로 박지수에게 부담을 즐 수 있는 선수다.

혼혈 선수 김한별의 활약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번 시즌 평균 6.44득점3리바운드2.25어시스트를 기록한 김한별은 풍부한 경험과 준수한 슈팅, 그리고 코트에서의 투쟁심을 두루 갖춘 삼성생명의 비밀무기다. 플레이오프에서 KB스타즈의 주포 강아정을 전담마크할 김한별의 출전시간이 20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나머지 선수들의 활동 범위도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다만 키가 썩 크지 않은 배혜윤과 올해 한국 나이로 39세가 된 노장 허윤자가 시즌을 거듭할 수록 물이 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KB스타즈의 '거물루키' 박지수를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양 팀 모두 박혜진이나 이경은(KDB생명)처럼 경기를 노련하게 조율할 수 수준 높은 가드가 없는 만큼 골밑에서 박지수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 삼성생명이 의외로 고전하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더블더블 시즌 보낸 박지수 앞세워 '업셋' 노리는 KB

우리은행이 .943의 승률로 WKBL의 새 역사를 썼던 것처럼 KB스타즈 역시 새로운 기록을 하나 작성했다. KB스타즈는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역대 가장 승률이 낮은 3위팀이 됐다. 2003년 겨울리그에서 3위 현대 하이페리온이 .450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번 시즌 KB는 에누리 없는 4할 승률로 3위에 턱걸이했다. 4위 신한은행과는 전적과 승률이 모두 같았지만 상대전적에서 5승2패로 앞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KB가 플레이오프에 올라오는 과정은 그 어떤 시즌보다 드라마틱했다. 시즌 초반부터 박지수의 부상과 홍아란의 임의탈퇴로 악재가 겹친 KB는 1월까지 25경기를 치르며 8승17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2월3일 우승이 확정된 우리은행을 97-75로 꺾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KB는 시즌 마지막 10경기를 6승4패로 마감하며 가까스로 플레이오프행 막차 티켓을 따냈다.

KB의 최대 강점은 역시 '거물루키' 박지수의 존재다. 처음 부상을 떨치고 경기에 나섰을 때만 해도 WKBL 무대에 적응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박지수는 올스타전을 계기로 조금씩 국가대표 센터의 위용을 되찾았고 후반기에 맹활약하며 10.4득점 10.3리바운드로 더블더블 시즌을 완성했다. 특히 필드골 성공률이 55.3%에 달할 만큼 골밑에서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센터 박지수와 에이스 강아정,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이 기복 없는 활약을 해준다면 이번 플레이오프 KB의 키플레이어는 의외로 165cm의 단신가드 심성영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홍아란의 그늘에 가려 백업으로 활약하던 심성영은 이번 시즌 주전으로 도약해 7.1득점 2.2리바운드 2.0어시스트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심성영이 외곽에서 과감하게 슛을 던질 수 있다면 강아정과 쌍포를 형성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승률로만 보면 KB는 WKBL 역사상 가장 약한 3위 팀이다. 앞으로도 4할의 승률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 또 나올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KB가 당초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하지만 KB가 자신들에게 보내는 좋지 않은 시선을 날려 버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승률 .514의 삼성생명을 꺾고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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