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광주전라

포토뉴스

예전 직장 동료 중 '갈색교사'라는 별명을 가진 교사가 있었다. 자동차도 갈색이었고 눈동자도 갈색이었고 평소 즐겨 입는 코트도 갈색이었으며 무엇보다 머리색과 피부색이 갈색이었다. 선생님들의 특색을 잡아서 별명을 짓는 센스가 남달랐던 여고생들이었기에 그녀의 별명 또한 입에 착 달라붙어 아이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들이 선생님들에게 지어준 별명들을 설명과 함께 나열하자면 또 하나의 글이 될 만큼 대단하다.

그녀가 '갈색교사'가 된 여러가지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피부가 다시 하얗게 될 틈이 없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그녀의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여름에도 여름 나라에서 휴가를 보내고, 겨울에도 여름나라에서 휴가를 보내니 회복되는 시간이 없이 계속해서 까매지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의 몇 명과 함께 폭소를 터트렸다.

부모님과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새벽부터 뚫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4시간 반 남짓 앉았다가 일어섰다. 두터운 철문을 나서자 마자 더운 바람이 후끈 몸을 적셨다. 누군가 따뜻하게 덥힌 물수건을 목덜미에 철퍼덕 얹은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엄청나게 강렬한 햇빛을 만났다.

풍경의 채도가 달랐다. 태양빛의 입사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온 몸으로 여름 나라를 만난 순간 한 동안 머릿 속 깊은 곳에 장기기억으로 숨어있던 그녀가 떠올랐다. '갈색교사'.

사이판의 흔한 길가 네거티브필름. 사이판의 주 도로 옆으로 펼쳐져있는 흔한 풍경. 강렬한 태양빛과 깨끗한 공기 덕에 매우 선명한 시야가 확보된다. ⓒ 안사을
3박4일 내내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다.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첫째로 우리나라의 여름보다 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공항에서부터 공항까지의 모든 시간 동안 렌트카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사이판이 매우 작은 섬(제주도의 9분의 1)이기 때문에 보통 젊은 여행자들은 렌트카를 하루만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가족단위 여행객이라면 렌트카를 풀타임으로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는 거의 다니지 않고 택시는 비싸며 무엇보다도 피부건강을 위해서 개인 차량이 필요하다.

렌트카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택했다. 공항으로 픽업을 나왔다. 계약서를 쓴 직원은 한국인이 아니었지만 피차 간단한 영어를 구사하는 덕에 어렵지 않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렌트카는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머스탱과 RV로 나뉜다. 승용 세단도 있지만 여행객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사이판의 비포장길 디지털(핸드폰). 매우 유명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포인트들에 접근하려면 사진과 같은 비포장 길을 지나야 한다. 경사와 요철이 꽤 심한 곳들이 있어서 RV차량이 더 적합하다. ⓒ 안사을
사이판 여행을 한다면 머스탱보다는 RV를 추천하고 싶다. 꼭 들러야하는 '타포차우산'을 비롯하여 비포장도를 통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곳 있기 때문이다. 고난도의 운전기술이 필요한 곳은 없지만 생각보다 거칠고 깊게 파여있는 부분들이 산재해있어서 차고가 높지 않으면 상당히 지나가기 힘들다. 해외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다 차량의 수리비까지 물어주어야 하는 상황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한국 출발 오전 10시 반, 사이판 출발 오후 4시 반이라는 비행기 시각과 렌터카 덕분에 3박4일의 시간을 매우 알차게 빈틈 없이 즐기고 왔다. 오히려 하루 정도는 카페와 바다 속에서 여유를 즐겼다. 여정 사이에 즐기는 시간적 사치 또한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처절함이 묻어있는 곳, 자살절벽 

사이판 섬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타포차우산을 비롯해 야자수 나무가 우거진 정글 숲과 함께 꽤나 고도감이 느껴지는 언덕들이 있다. 때문에 작은 섬이지만 매우 다양한 경치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날은 타포차우산을 먼저 올라 석양 포인트로서의 가능성을 미리 탐색해 보았고 본격적인 여행은 둘째날 아침부터 진행되었다.

사이판은 양면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평화로운 바다와 험준한 바위산이 그렇고, 스노쿨링 및 물놀이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얕은 연안과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의 존재가 그렇다. 가장 대조적인 것은,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있는 아픈 역사이다. 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섬.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많은 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처럼 말이다.

숙소가 있는 섬의 서편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굽이져서 오르막이 형성되어 있다. 마피산의 코 앞을 돌아가는 정도가 되겠다. 운전을 하다보니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절벽이 범상치 않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냈다.

마피산과 자살절벽 네거티브필름. 사진으로 보이는 높은 절벽이 바로 자살절벽이다. 마피산에 위치해있다. ⓒ 안사을
사이판은 괌과 여러 모로 비슷한 섬이다. 괌은 하와이의 축소 버전, 사이판은 괌의 시골 버전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사이판이 괌보다 더 좋았던 것은 자유로운 주차 문화였다. 괌은 도로변이 좁고 차량이 많아 경치가 좋은 곳을 보아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정해진 포인트가 아니면 사진을 남기기가 힘들었는데 이곳 사이판은 도심을 벗어나면 차량이 매우 적고 도로변의 부지가 넓어서 중간에 멈추고 시간을 보내기가 안전하고 쉬웠다. 물론 '통로 아님' 팻말과 '주차공간 아님' 팻말이 군데 군데 있지만 전체 부지의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 싱그러운 녹색 풀들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주차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다시 출발하여 동쪽과 남쪽으로 조금 돌아가면 절벽 상단으로 올라갈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난다. 5분 남짓 차를 달려 기념탑과 관망 포인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미군의 압박에 끝까지 항복을 하지 않고 일부는 뛰어내림으로, 일부는 수류탄을 터트림으로 자결을 했던 곳이다. 일본인들은 이곳, 혹은 만세절벽에 와서 눈물로 참배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살절벽 위에서 디지털(핸드폰). 태양이 오른쪽 정면에 있어서 관용도가 부족한 포지티브 필름으로 담지 않고 핸드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돌려서 찍었다. 실제로 느끼는 고도감은 사진보다 훨씬 강하다. ⓒ 안사을
공감은 가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에 징용와서 살고 있던 한국인들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일본인들에 의해 강제로 떠밀림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의 마음이 들 뿐이었다. 생명의 존엄성에 관해서만 생각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전쟁을 일으킨 원흉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기에는 아직 마음이 넉넉지 않다.

새들의 보금자리 '새섬'

오던 길을 돌아 아까의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택하면 이곳에 오는 모든 관광객이 반드시 들르는 '새섬'에 도착한다. 새섬이라는 이름은 파도의 모습이 새의 날갯짓 같다고 하여 붙여지기도 했고, 실제로 가운데 존재하는 무인도가 새들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둥지를 틀만한 빈 공간이 많이 형성되어 있는 석회질 암석의 특성이 한 몫 했을 것이다.

관망 포인트에서 담은 새섬 네거티브필름. 해안의 물빛과 조금 떨어진 곳의 물빛의 대조가 극명하다. 수심이 차가 매우 크기 때문. ⓒ 안사을
걸어서 계단을 20여개만 내려가면 관망 포인트가 나온다. 더 이상 내려갈 수는 없다. 철제나 나무 데크로 계단을 만들어서 오르내릴 수 있게 개발을 했다면 오히려 저 곳을 바라보는 마음의 즐거움이 반감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각도를 찾아서 아버지의 D-slr로 가족사진을 담은 후 다른 장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칼라베라 동굴

애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새섬 주차장의 팻말에 써있던 '칼라베라 동굴'이라는 글자가 나를 유혹했다. 팻말이 가리키는 곳은 포장이 되지 않은 흙길이었다. 이미 전 날 훨씬 험한 타포차우산을 한 번 올라갔다 온 뒤여서 마음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동굴로 향했다. 얼추 타이어의 절반 정도는 잠길 듯한 웅덩이의 흙탕물을 100개 정도는 갈라놓으며 동굴에 도착했다.

칼라베라 동굴 주차장에서 네거티브필름. 오히려 동굴보다 동굴을 포함하고 있는 절벽의 위용이 더욱 볼만했던 곳.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개방. ⓒ 안사을
우리 외에 아무도 없었다. 울타리가 쳐 있어서 풍경을 담기에 조금 아쉬웠지만 이국적인 모습을 눈으로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이 동굴에도 역시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전쟁시 점령되어 원주민들이 몰살당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현재는 동굴 입구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낭떠러지인데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설치물이 없고 나무 울타리로 막혀 있다. 그곳에서는 그저 뻥 뚫린 입구만 보이지만 밑으로 내려가면 보이는 것보다 훨씬 길고 깊은 공간이 있다고 한다. 칼라베라라는 명칭은 동굴 입구에서 보이는 동굴 벽의 모습이 해골 같다고 하여 붙여졌다.

굉음을 내며 부서지는 파도, 만세절벽

비포장 도로를 왔던 대로 다시 돌아 나가서 새섬 주차장을 지나 자살절벽의 벽면을 지나쳐 가면 만세절벽으로 가는 작은 길로 우회전할 수 있다. 포장 도로이기 때문에 편하게 갈 수 있다.

이곳 역시 일본군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던진 곳인데 뛰어내리면서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고 하여 만세절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영어로는 'Banzai Cliff'라고 한다. 이 Banzai라는 단어는 만세를 뜻하는 일본어와 발음이 매우 비슷한데, 일본어에서 유래된 외래어인 셈이다. 고유명사도 아닌 단어가 영어로 굳어지기까지 한 것을 보면 일본인의 결사적인 충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만세절벽 네거티브필름. 만세절벽의 모습. 파노라마 포맷의 카메라를 세로로 들고 찍었다. ⓒ 안사을
만세절벽 포지티브필름. 네거티브 필름에 비해 관용도가 낮고 발색이 화려하다. ⓒ 안사을
두 사진은 모두 같은 공간을 찍었지만 카메라와 필름이 다르다. 카메라의 차이보다 필름의 차이가 훨씬 더 사진의 질적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데, 네거티브 필름은 포지티브 필름에 비해 선예도와 발색력이 조금 떨어지고, 포지티브 필름은 네거티브 필름에 비해 노출 관용도가 매우 낮다.

노출 관용도가 낮다는 말은 적정 노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필름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 사진은 절벽의 그림자와 하얀 포말 사이의 노출 차가 너무 커서 포지티브 필름으로는 암부 디테일과 명부 디테일을 제대로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늘의 색깔이 진하게 나오고 전체적으로 색이 화려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원래 필름의 차이만 보면 포지티브 필름이 훨씬 선예도가 좋은데 위 사진은 선예도에서도 네거티브가 뒤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네거티브 필름을 물린 카메라는 중형 파노라마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진을 담은 카메라에 비해 한 컷에 소요되는 필름 면이 약 6배 정도의 사이즈가 되고 렌즈의 가격 또한 5배가 넘는다. 아래의 사진 두 장도 마찬가지의 대조점을 갖는다.

만세절벽 네거티브 필름. 중형 파노라마 포맷 ⓒ 안사을
만세절벽 포지티브필름. 35mm 포맷. ⓒ 안사을
이렇게 대조와 채도가 매우 높은 포지티브 필름이기 때문에 노출차가 극명한 풍경이나, 인물사진 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강한 발색과 훌륭한 선예도 때문에 적절한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점심 식사를 위해 가라판 시내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도 순간 순간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금 걷더라도, 안전한 곳에 차를 대고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가족끼리 자유여행을 왔다는 것이 이로운 점으로 작용하는 순간들이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는 아버지, 이런 부자의 모습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어머니와 함께였으니 말이다.

사이판의 흔한 풍경 슬라이드필름. 드라이브 도중에 만날 수 있는 풍경. ⓒ 안사을
하늘과 바다와 길 포지티브필름. 여행 기간 중 3번 정도 지나쳤던 길. 강렬한 햇빛과 맑은 날씨,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덕에 녹슨 가드레일조차 매력적인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 안사을
위성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한 전자지도로 길을 찾아다녔는데, 길의 명칭이 포장인지 비포장인지에 대한 구분과 전혀 상관이 없어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많았다. 지도만 보고 길이 있다고 판단하여 한참을 가다보면 막상 비포장 도로를 수백미터 정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도에서는 방사형으로 잘 정비된 작은 도심처럼 보이는 곳이었는데 실제로 들어가보면 길이랄 것도 없는, 여러 채의 집들이 연결된 통로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점심식사 후 오른 '타포차우 산'

부모님께서 연세에 비해 나름 신세대 입맛을 가지고 계신 덕분에, 머나 먼 타국 땅에 와서 한국 식당을 가야하는 안타까운 일 없이 모든 끼니를 서양식으로 해결했다. 이날 점심은 수제버거. 식당에서 관광객은 우리 뿐이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곱절로 느낄 수 있었다.

타포차우 산은 해발 474미터로 세계의 명산에 견주면 매우 낮은 동산에 불과하겠지만 작은 섬 중간에 솟아있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바라보면 그 위용이 꽤나 위풍당당하다. 4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산 꼭대기 부근에는 구름과 안개가 걸려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면 대기의 흐름에 꽤 많은 영향을 주는 듯하다.

바퀴가 몇 번 헛돌고, 어머니의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몇 번 들으면서 RV차량을 25분 가량 몰다 보면 타포차우 산 정상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계단을 20여개만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다. 앞, 뒤, 좌, 우 모든 곳으로 해안과 바다를 볼 수 있다. 해변과 먼 바다의 길고도 뚜렷한 경계를 볼 수 있고 수평선 위로 줄줄이 떠있는 예쁜 구름들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중형 파노라마 카메라에는 네거티브 필름을, 35mm 카메라에는 포지티브 필름을 물려 촬영하였다.

타포차우 산에서 네거티브필름. ⓒ 안사을
타포차우 산에서(2) 네거티브필름. 멀리 보이는 해변이 바로 가장 번화가인 가라펜을 포함한 서쪽 해안이다. ⓒ 안사을
타포차우 산에서(3) 포지티브필름. 위 사진들과 동일한 위치, 카메라와 필름을 달리해서 찍은 사진. ⓒ 안사을
타포차우 산에서(4) 포지티브필름. 저 배들은 몇 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 안사을
모두 자동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힘들진 않았지만 다리보다도 팔의 힘을 더 사용했을 정도로 요철이 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을 3번이나 올랐다. 순전히 사진 때문이었다. 해변의 날씨는 참 좋았지만 산에는 항상 안개와 구름이 있어서 시야를 방해했다. 이곳에서 석양을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간절했지만 타포차우 산의 정상은 한낮의 푸르름만을 허락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여행 기간 내내 날씨가 참 청명했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특성상 날씨에 맞추어 여행 기간을 수정할 수 없기에 하늘이 찌뿌둥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여행이다. 물론 우리 가족은 비가 왔어도 그에 맞는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저녁 무렵 서쪽 하늘의 구름이 애매한 곳에 떠 있어서 마음속으로 계속 그려왔던 새빨갛고 강렬한 석양을 담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래 사진처럼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것 또한,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한 우리 가족의 가정 교육 덕이 아니었을까.

사이판의 저녁 네거티브필름. 아직 시커멓지 않은 하늘, 천천히 움직이는 그림, 밝은 보름달과 잔잔한 수면. 1분 30초의 노출을 주어 촬영했다. 왼쪽의 선은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조명. ⓒ 안사을
사이판의 저녁(2) 네거티브필름. 진한 구름이 수평선을 가리는 바람에 강렬한 노을을 볼 수 없었지만 장노출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의 사진을 만들어 보았다. 중간 상단의 선은 금성의 궤적. ⓒ 안사을
* 사이판 여행의 필수 코스, '마나가하섬' 여행기가 계속됩니다.
태그:#사이판, #필름사진, #렌트카, #자살절벽, #타포차우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