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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다. 홍석현 JTBC 회장은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며 회장직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언론이 이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보수 성향 언론이 대기업 회장 구속 사건을 어떻게 쓸까? 진보 성향 언론은 홍석현 회장의 발언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일까?

대중의 관심은 또 한 사람에게 모였다. JTBC 손석희 앵커였다. 과연 JTBC 보도부문 사장 손석희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나 홍석현 JTBC 회장의 사임을 어떻게 다룰까?

 <손석희 현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2017
 <손석희 현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2017
ⓒ 인물과 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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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현상>(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2017)은 저자 강준만이 손석희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손석희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재구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손석희가 썼던 칼럼, 인터뷰 자료, 손석희를 연구한 논문과 학술 내용 등이 주로 담겨 있다.

미디어법으로 종편 채널이 생길 때만 하더라도 종편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함께 종편은 수구 보수 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강화할 거라는 게 진보진영의 주장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석희 앵커의 JTBC 행은 충격적이었다. 많은 진보 인사가 '손석희가 배신했다'고 했다.

한 부장이 기업 문제는 어떻게 다룰 거냐고 묻더군요. 삼성을 포함해 어떤 문제든 이 원칙(균형, 공정, 팩트, 품위)에서 예외가 없다고 했어요. 최소한 드러난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 그 원칙들을 지키지 못해 비판 받는 상황이 오면 그만둘 거예요. 농담 아니에요. (145쪽)

그가 말한 대로, 배신자라는 낙인과 다르게 손석희는 12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10년 연속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로 뽑혔다. JTBC는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히는 데 기여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JTBC 기자는 시민의 환호와 응원을 받았다.

진보와 보수 아닌 상식

시민들은 왜 손석희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으로 꼽았을까. 그것은 손석희가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는 진보적이거나 보수적이지 않다. 그는 상식적이다.

정론의 저널리즘을 펼쳐보겠다고 했잖아요. 팩트는 팩트대로 인정하고 가치관이 부딪치는 사안은 균형 있게 다룬다는 거예요. (145쪽)

진보나 보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그의 태도는 토론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토론은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놓고 그것의 정당성을 객관적 근거를 통해 입증하는 것이며, 종국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102쪽)

그는 서로 가치관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 가치관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근거의 논리적 전개를 말하는 게 토론이다. 가치관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객관적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자신의 논리로 가치관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져도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는 그 결론을 얻는 데 근거가 된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전개의 타당성을 묻는다.

바로 이 점이 손석희가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인 이유다.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모두 진보적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진보적인 시민도 보수적인 시민도 있었다. 서로 다른 그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상식 때문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상식을 무너뜨리는 사건이었다. '무너진 상식'은 팩트이자 객관적 사실이었다. 그래서 가치관이 다른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이 책의 후반부는 무너진 공영방송을 다룬다. 손석희와 JTBC가 시청자를 사로잡을 때 KBS, SBS, MBC는 국민에게 지탄받았다. 광장에서 MBC 기자는 시민들에게 욕을 먹었다. MBC 기자는 창피해서 울었다. MBC 막내 기자 셋은 유튜브에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이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왜 진작 나서서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이제 와서 이러냐고 혼내셔도 좋다. 일선에서 취재한 우리 막내 기자를 탓하셔도 좋다. 다만 엠비시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 (시청자 여러분들이) 엠비시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달라. (262쪽)

KBS 30기 이하 PD들도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불편하고, 두렵고, 귀찮고, 자포자기해서 공영방송의 침몰을 목도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저항하지 않았다면서 반성했다. 이어 고대영 KBS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MBC 경영진은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을 올린 기자 셋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MBC 기자협회 소속 기자 90여 명이 막내 기자 셋을 대신해 화답했다. 그들은 '엠비시 막내 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합니다'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

영상에서 김희웅 기자협회장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자고 할 때 이건 말이 아니고 사슴이지 않냐고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이) 폐허가 된 엠비시 뉴스에 대한, 저희 기자들의 경위서 사유"라고 말했다.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해직 언론인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오늘 개봉했습니다. … 결국 아직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말처럼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운동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 모든 언론이 최소한 나는 애완견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 지금, 진정한 의미에서 길들지 않은 사람들의 독립운동은 언제 끝날 것인가. (273쪽)

손석희는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해직 언론인을 다룬 영화를 언급했다. 25년 전 그는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MBC에서 파업했다. 지금도 많은 해직언론인이 공정한 방송을 위해 싸우고 있다. 손석희는 25년 전 그 마음으로 정의로운 언론인들을 응원했다.

<손석희 현상>은 손석희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는 책이다. 손석희를 둘러싼 뒷이야기나 인터뷰가 총망라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손석희 현상 - 신뢰받는 언론인이란 무엇인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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