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가 4월 16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베이징국제영화제 공식 누리집 갈무리.

'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가 4월 16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국 영화는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베이징국제영화제 공식 누리집 갈무리. ⓒ 베이징국제영화제


중국이 '사드 보복' 차원에서 한국의 경제·문화 상품에 대해 전면 진입 장벽을 치면서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상영되지 못하게 됐다.

중국 시나닷컴 연예뉴스 <시나위러>는 한국 영화가 이번 베이징국제영화제의 참가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점차 영화 영역으로 확대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론"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지난해 열린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가 5편이 상영됐고 배우 이민호, 김우빈 등 한국 스타 연예인도 대거 참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는 달라진 분위기가 눈에 띈다. 이 매체는 또한 지난해 중국에서 <부산행> 등 한국 영화의 판권이 팔렸지만, 극장가에서 실제로 상영된 작품이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국제영화제가 문화 봉쇄? 이율배반" 비판 목소리

 한류스타 배우 이민호(왼쪽)가 지난해 열린 '제6회 베이징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무대에 선 모습. 베이징위성TV(BTV) 방송 화면 갈무리.

한류스타 배우 이민호(왼쪽)가 지난해 열린 '제6회 베이징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무대에 선 모습. 베이징위성TV(BTV) 방송 화면 갈무리. ⓒ 베이징위성TV


이런 상황을 놓고 국내 언론계와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문화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 지나치게 쏠린 우리 문화 산업의 방향성을 다시 정비하자는 목소리도 함께 내놓고 있다.

<서울신문> 문화부장을 지낸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는 지난달 31일 <정책브리핑>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지면을 통해 "국제영화제를 표방하면서 자폐적인 문화 봉쇄 정책을 펴는 것은 이율 배반"이라고 꼬집으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문화가 보복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문명국의 수치"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다만 김 교수는 "그동안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한류 콘텐츠가 지나치게 중국 취향에 맞춰졌다"고 지적하고,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 콘텐츠의 외연을 넓히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한한령' 노골화... '사드'는 명분일 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및 중국작가협회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대와 함께 문화예술을 높이 끌어올리자"고 촉구했다. 사진은 중국 관영 인민망(人民網) 보도 화면 갈무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문학예술계연합회 및 중국작가협회 전국대표대회'에 참석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시대와 함께 문화예술을 높이 끌어올리자"고 촉구했다. 사진은 중국 관영 인민망(人民網) 보도 화면 갈무리. ⓒ 인민망


한편 일각에선 한한령(限韓令)·금한령(禁韓令) 등으로 불리는 중국의 한류 제한 조치가 '사드 보복' 보다 훨씬 더 큰 그림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나온다. 중국이 자국 문화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 한때 한류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가, 다시 버리려는 과정에서 '사드 문제'를 하나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영화 전문가인 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달 9일 <중앙SUNDAY>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의 한류 제재는 자국 대중문화가 한류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버틸 힘을 키웠는지를 알아보려는 '간 보기'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사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중국 내 한류가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중국 시장 규제를 상수로 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중국사업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한한령에 따른 문화산업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범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내 중국 사업피해 신고센터 안내문.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중국사업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한한령에 따른 문화산업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범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내 중국 사업피해 신고센터 안내문.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중국사업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한한령에 따른 문화산업 피해 상황을 파악하려는 조처를 했지만 범정부 차원의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5월 대선 결과에 따라 사드 대응을 포함한 대중국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어 문체부와 외교부 모두 적극적 대응을 자제하고 사태 관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류스타, 홍콩 대만 동남아 활동 '이상무'... 판권 수출도

 국내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 판권이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제21회 홍콩국제영시전(2017홍콩필름마트)'에서 일본·대만·홍콩·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6개 나라에 선판매됐다.

국내에서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 '청년경찰'의 상영 판권이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제21회 홍콩국제영시전(2017홍콩필름마트)'에서 일본·대만·홍콩·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6개 나라에 선판매됐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요 연예기획사 등 국내 방송 연예계는 일찌감치 사업의 무게중심을 홍콩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지로 옮겨 탈출구 확보에 나섰다. 특히 문화 소비력이 큰 홍콩의 경우 한류스타 가수의 콘서트나 배우 팬 미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중국과의 온도차를 실감케 한다.

영화계는 연예기획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대응 속도가 느리지만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제21회 홍콩국제영시전'(2017홍콩필름마트)에서 국내 흥행작인 <밀정>과 <곡성>, 개봉 예정작인 <청년경찰> 등 다수의 작품 판권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데 성공하면서 더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국내 방송 연예계와 영화계가 '13억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한·중 간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하는 목소리 역시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중화권 대중문화 전문미디어 <차이나스타리포트>(cnstrp.com)와 이강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강훈 기자의 중국 대중문화 돋보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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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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