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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내용 부실에다 '친일단체'까지 게재해 말썽을 빚고 있는 <고성독립운동사>를 전량 폐기하고 다시 발행하라고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회원들은 13일 고성군청을 방문해 "<고성군독립운동사>는 재발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전달했다.

이 책은 고성문화원이 고성군청으로부터 2000만원을 지원받아 발간했고, 최근 여러 지적을 받았다. 특히 책에는 친일단체인 '고성군농회', '고성미곡통제조합'과 친일파까지 적어 놓았다.

논란이 되자 고성문화원은 최근 반박자료를 통해 "고성독립운동사 친일인물 편중 주장은 잘못"이라며 "책의 편집 방향은 가급적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찾아 생가와 묘소, 연고가 있는 장소 등을 화보와 함께 싣기로 했는데, 후손과 연락이 닿지 않아 서술 분량이 적어진 것이고, 책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인물 13명 명단과 국채보상운동이 누락된 것이며, '고성독립운동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들의 동기가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 "전량 폐기시켜야"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이 책은 '독립운동'과 '친일' 문제에 대해 심각한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량 폐기시켜야 한다"고 했다.

'편집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단체 관계자들과 친일행위를 일삼은 공무원들은 말단 직원까지 직위와 직책을 자세히 서술했다"고 했다.

이들은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은 독립운동이지 친일파들의 행적이 아니다"며 "독립운동사의 편집방향이 친일파의 행적을 독립운동가보다 더 중요하게 다뤘다면 폐기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고성문화원이 경남 고성군청의 재정 지원을 받아 펴낸 <고성독립운동사>.
 고성문화원이 경남 고성군청의 재정 지원을 받아 펴낸 <고성독립운동사>.
ⓒ 고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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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료를 왜곡했다는 것. <고성군독립운동사>는 참고문헌에 '경상남도직원록'이라 해놓았는데, 이는 '조선총독부직원록'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무슨 이유로 사료의 제목을 변경했느냐"며 "단 한 글자라도 사료를 위조한 역사서는 이미 역사서가 아니다"고 했다.

자료조사의 부실함도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고성문화원은 보도자료에서 '지난 2년간 방대한 자료조사'를 했다라고 밝혔지만, 국권보상운동 관련 독립유공자들이 심사 중인데도 몰랐다"고 했다.

또 이들은 "고성문화원은 '후손과 연락이 닿지 않는 공적자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원고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라 밝혔지만, 고성군과 국가보훈처에 연락처가 있는 그 많은 후손들과 2년간이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고성문화원은 '생계형 친일'이란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논란과정에서, 문화원은 책에 수록된 생계형 공무원을 모두 친일이라 단정하는 것도 참으로 지나치며 과도한 친일 주장이라 했다"며 "이러한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것"이라 했다.

이들은 "친일파는 '자발적으로 또는 악질적으로 우리 민족을 못 살게 했거나 자신의 이익을 취한 자'들이다"며 "식민지시대 공무원들과 친일단체 회원들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한 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친일을 한 사람들이다. 일제의 총칼에 위협받아 어쩔 수 없이 소녀들을 위안부 보내고 이웃을 징용 보낸 게 아니라 먹고사는 자신의 일로 이웃을 민족을 못 살게 했다. 다만 그 죄질이 크지 않을 뿐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친일은 친일이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역사적 사실을 잘못 이해했거나 왜곡"

민족문제연구소는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고성독립운동사>의 잘못을 지적했다. 인물 서술과 관련해, 이 단체는 "책 '제4장 3.1만세운동과 독립운동 개인약전'은 3.1운동과 관련된 인물의 약전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독립유공자공훈록'의 내용을 전재했다"며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고 했다.

이어 "공훈록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가 보통이지만, 어떤 인물의 경우에는 공훈록을 요약하기도 했다. 그래야 할 특별한 이유는 알 수 없다"며 "한편으로는 공훈록 내용을 넘어 필자가 취재한 내용을 자세하게 수록한 경우도 있다. 인물사진, 주거 사진, 일기나 편지 같은 자료까지 실었다. 또는 독립유공자는 아니지만 관련 증언을 취재하여 독립운동 활동을 자세히 실은 인물도 있다"고 했다.

편집방향과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는 "고성문화원이 당당히 밝힌 책의 편집 방향은 실은 그렇게 당당하게 주장할 성격은 아니다. 그 자체로 공공성,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편집 방향이다"며 "특정 인물, 집안, 가문, 단체 등의 공적을 널리 알리기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라 했다.

이들은 "이 책은 고성군의 군비를 지원받아 발간하였다. 그렇다면 수록 인물의 선정과 내용은 공정성,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며 "연락이 되는 후손이 있는 인물은 생가와 묘소 사진까지 크게 싣고, 그렇지 않은 인물은 축소 서술하는 것은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문화원의 사업 방향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고 했다.

'역사적 사실 오류'도 있다는 것. 민족문제연구소는 "고성군 지역 항일운동, 노동농민운동, 사회운동 등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잘못된 역사적 평가를 전달할 우려가 있는 대목이 확인된다"고 했다.

이는 책에 있는 '제3장 고성의 독립저항운동'의 부분으로, 이 단락 말미에 '권농공제조합', '고성군농회', '고성군 미곡통제조합'의 조직 구성과 인물들을 나열해 놓았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이 서술대로라면 권농공제조합, 농회, 미곡통제조합과 그 구성원들은 일제의 식민통치에 대항한 농민운동의 한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1926년 도(道) 군(郡) 단위에 설치된 농회는 도지사와 군수가 각각 회장을 맡고, 고위관리와 지주, 자본가가 중추를 이룬 관(官) 주도 농업단체였다. 조선총독부는 '군(郡)농회→도(道)농회→조선농회'로 체계화하였고, 이를 통해 식민통치의 안정적 관리를 꾀했다. 미곡통제조합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어 "1936년 일제는 미곡을 통제, 관리하기 위해 '미곡자치관리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조선의 부(府), 군(郡), 도(島)에 미곡통제조합이 설치되었고, 이를 아우르는 도 단위의 미곡통제조합연합회도 설치되었다. 이들 미곡통제조합은 농회와 구역이 같았고, 조합원 대부분이 농회원이었으며, 임직원도 농회 임직원이 겸직하는 등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성문화원에서 펴낸 <고성독립운동사>의 '고성지역 농민운동' 항목에서 친일단체인 '고성군농회'를 설명해 놓았다.
 고성문화원에서 펴낸 <고성독립운동사>의 '고성지역 농민운동' 항목에서 친일단체인 '고성군농회'를 설명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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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는 "일제가 효율적인 식민통치를 위해 설치한 관변조직, 단체를 식민통치에 저항한 농민운동의 범주에 넣어 설명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잘못 이해했거나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 했다.

이갑용(李甲用) 등 인물도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고성군농회 부회장, 미곡통제조합 부조합장으로 소개된 이갑용은 읍회의원, 도회의원을 거쳐 중추원 참의에까지 오른 인물이고,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것은 물론 정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된 인물"이라 했다.

이들은 "식민통치에 활용된 관변단체, 친일인물을 다루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다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 평가를 호도한다는 의심을 사선 안 될 것"이라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역 단위의 독립운동사를 편찬하는 일은 큰 의미가 있다. 고성문화원도 좋은 취지로 이 책을 편찬했으리라고 생각된다"며 "그러나 그 의도가 어떻든 그 결과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한 평가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이를 바로잡는 노력을 하는 것이 고성문화원의 발전과 앞으로의 사업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고성군청의 안이한 태도도 비난했다. 이들은 "'돈만 지원했지 내용은 문화원에 맡겼다'라는 고성군의 항변은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현장공무원들의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고성군은 책을 발행하기 전에 공론화를 거쳤어야 하며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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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족문제연구소, #고성독립운동사, #고성군청, #고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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