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최윤아

신한은행 최윤아 ⓒ 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여자프로농구(WKBL) FA 최대어를 잡으며 집안 단속에 성공했다.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지난 13일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은 에이스 김단비와 계약기간 2년 연봉 2억5천만원의 조건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지난 2007년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한 김단비는 적어도 오는 2018-2019 시즌까지 신한은행에서 활약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김단비뿐만 아니라 빅맨 곽주영, 가드 김규희와도 재계약에 성공하며 '집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팀에 잔류한 것은 아니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WKBL을 대표하는 포인트가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햄토리' 최윤아가 14년의 선수 생활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신한은행에서 '레알신한'의 통합 6연패를 경험했던 선수는 김단비와 김연주 밖에 남지 않았다.

작은 체구의 핸드캡을 스피드와 투지로 극복하던 '햄토리'

대전여상 출신의 최윤아는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미란(KB스타즈), 정선화(은퇴)에 이어 전체 3순위로 신한은행의 전신인 현대 하이페리온에 입단했다. 루키 시즌 때부터 경기 당 13분을 소화하며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가던 최윤아는 2004년7월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윌리엄 존스컵에 참가하며 본의 아니게 농구팬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다.

당시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양 팀은 서로 신경전을 펼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급기야 대만의 간판 선수였던 첸웨이쥐안이 경기 도중 주먹을 휘두르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분노한(?) 한국의 최윤아가 첸웨이쥐안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고 양 팀 선수들이 두 선수를 말리며 상황은 종료됐다. 물론 운동 선수가 경기장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지만 이를 통해 최윤아의 악바리 근성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입단 초기 김영옥과 전주원의 백업 가드로 활약하던 최윤아는 2007년 새로 부임한 임달식 감독의 신임 아래 신한은행의 주전 가드로 중용됐다. 최윤아는 2007-2008 시즌 평균 9.1득점 5.2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BEST5에 선정됐다. 최윤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변연하와 함께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8강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한국 여자농구는 베이징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8-2009 시즌은 최윤아의 전성기였다. 최윤아는 34경기에서 평균 35분14초를 소화하며 11.91득점 4.9리바운드 5.9어시스트 1.9스틸로 맹활약했고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한은행 역시 2008-2009 시즌 37승3패로 .925의 승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달렸다. 최윤아는 자연스럽게 전주원으로부터 신한은행의 야전 사령관 자리를 물려 받았다.

최윤아의 정신적 지주였던 전주원은 2010-2011 시즌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났지만 신한은행은 '전주원도 없고 정선민도 없던' 2011-2012 시즌에도 최윤아와 김단비를 중심으로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최윤아는 우리은행이라는 신흥 강자가 등장한 2012-2013 시즌에도 생애 첫 어시스트왕에 오르며 WKBL 최고 가드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윤아는 신장도 168cm에 불과하고 통산 3점슛 성공률 29.2%가 말해주듯 외곽슛 능력도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하지만 대전여상 시절,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한 경험 덕분에 각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작은 신장에도 평균 4~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낼 정도로 코트에서의 투쟁심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최윤아가 불리한 신체조건 속에서도 리그 정상급 가드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고질적인 무릎 연골 부상으로 만31세의 이른 나이에 은퇴 결심

작은 체구가 가진 핸디캡을 빠른 스피드와 풍부한 활동량으로 이겨내던 최윤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에 부담이 축적됐다. 2009년 처음 왼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던 최윤아는 통증을 참고 경기 출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상태가 악화되면서 최윤아가 받는 고통은 점점 커졌다. 결국 2010년부터는 대표팀 경기에도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최윤아는 2013-2014 시즌 6득점 5.1리바운드 5.4어시스트, 2014-2015 시즌 6.4득점 5.1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출전 경기 수가 33경기에서 24경기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최윤아는 2015-2016 시즌 14경기 만에 무릎 부상 재발로 시즌 아웃됐고 신한은행은 단일리그 전환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최윤아는 작년 2월 다시 한 번 수술대에 오르며 선수 생활의 중요한 기로에 섰다. 남다른 근성의 소유자 최윤아는 반드시 재기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재활에 박차를 가했지만 크게 손상된 연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최윤아는 1년에 가까운 재활 끝에 지난 1월 7일 코트로 돌아왔지만 4경기에서 1득점1리바운드0.8어시스트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결국 선수 생활 연장에 한계를 느낀 최윤아는 은퇴를 결심했다.

현재 여자농구에는 최윤아가 은퇴하더라도 이경은(KDB생명 위너스), 박혜진(우리은행 한새) 같은 좋은 가드들이 있다. 하지만 소속팀 신한은행의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현재 신한은행에는 김규희, 윤미지, 김형경 등 포인트 가드를 맡을 수 있는 자원들이 있지만 최윤아처럼 경기를 조율할 수 있는 선수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도 최윤아의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신한은행은 에이스 김단비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윤아는 현역 시절 공격적이고 터프한 플레이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귀여운 외모로 신한은행의 마스코트로 농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엔 여자 선수들도 30대 중후반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에 만 31세 최윤아의 은퇴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넘치는 투지와 근성, 그리고 풍부한 활동량을 자랑하던 '햄토리' 최윤아는 여자 농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좋은 가드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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