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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6.15공동선언 17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00년 6월,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은 분단과 전쟁 그리고 극단적 대립으로 점철된 지난 남북한 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2000년 6.15 이전과 이후로 완벽하게 구분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남북한 사이의 당국/민간 사이의 접촉이 체계화되면서 남북한 관계에 있어 질적, 양적 발전이 동시에 이뤄졌다. 장관급 대화와 같은 고위 정치적 대화가 정례화되었고,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2000년 이전에는 1985년 단 한 번 있었지만 6.15이후 정례화되었으며 경제협력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남북관계는 매우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2016년 개성공단까지 폐쇄되면서 정부-민간 차원의 교류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김대중 정권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였다. 또한 남북관계 단절과 함께 한반도 외교는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남북관계와 한반도 외교의 파탄은 이명박-박근혜 9년 핵심 적폐 중의 하나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한반도 외교 전략인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럽다. 그런 점에서 올 해 6.15 17주년은 정권교체를 통해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이하게 되는 6.15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이처럼 역사적 의미가 큰 6.15는 현재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매년 6.15를 맞이해서 거행되는 각종 행사는 민간 주도로 이뤄진다. 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6.15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 매우 중대한 영향을 준 역사적 계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주장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두 손을 잡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 남북 정상의 첫 만남 두 손을 잡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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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과 관계된 기념일 하나도 없어

현재 우리나라에는 5대 국경일과 47개 정부기념일 그리고 30개 개별 법률에 의해 규정된 각종 기념일이 있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이 중에서 평화통일과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다 보니 통일부가 주관하는 기념일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화통일은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헌법전문을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나와 있다. 그만큼 평화통일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런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통일과 관련된 국가기념일이 현재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보수 세력인 노태우 정권 시기에도 1990년 전후에 북방정책과 연계된 담대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여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1991년 12월 합의, 1992년 2월 공식 발효)하는 등 큰 성과를 내기도 했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 시기에는 분단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나왔으며 노무현 정권 시기인 2007년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10.4 선언이 나왔다. 이렇게 볼 때 헌법전문에서 강조하듯이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이 그동안 꾸준하게 이뤄졌고 그에 따른 큰 성과도 있었다.

그러면 그에 맞는 국가기념일이 충분히 있을 법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것은 당위적 관점에서도 그렇고 지난 시기의 역사적 업적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6.15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야만 한다.

6.15 공동선언 합의를 축하하기 위해 맞잡은 두 손을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 6.15 공동선언 합의 이후 6.15 공동선언 합의를 축하하기 위해 맞잡은 두 손을 올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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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무책임한 대북정책

그런데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그 동안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6.15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대북정책과 한반도 외교 노선과 관련되어 있다.

우선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2005년부터다. 2005년 6월에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여 평양에서 민족통일대축전 행사가 열렸다. 이 때 남북한 민간단체와 해외동포들이 참여한 민족통일대회에서 5대 '민족통일선언'이 발표되었는데 여기에 6.15 공동선언 발표일을 기념하자는 것(대한민국은 6.15 공동선언 발표기념일, 북한은 우리민족끼리의 날)이 있었다.

이 때는 민간차원의 합의였는데 그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한 결과 남북한 정부 차원, 그것도 정상간의 합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인 10.4선언의 첫째 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며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중시하고 모든 것을 이에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변함없이 이행해 나가려는 의지를 반영하여 6월 15일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하였다."

여기서 보듯 6.15 공동선언 기념은 남북한 정상간의 합의사항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 뒤를 이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이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10.4선언과 6.15 공동선언까지 사실상 부정하였기 때문에 6.15 공동선언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노벨위원회도 높게 평가한 햇볕정책, 보수 세력들만 부정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이와 같은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한반도 외교를 파탄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수 세력들의 태도는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강조하는 국제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도 매우 문제가 많다.

노벨평화상은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노벨위원회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 이유가 3개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에 관한 부분이다. 이것은 노벨위원회가 발표한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선정 이유서에 나와 있다.

"햇볕정책을 통해 김대중은 50년 이상 지속된 남북한간의 전쟁과 적대관계의 해소에 노력해왔다. 그의 북한 방문은 남북한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 큰 동력이 되었다. 이제 한반도에 냉전이 종식되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보듯 평화통일에 대한 김대중의 활동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고 국제적으로 권위를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세력들은 평소에 국제적 기준, 국제적 시각을 매우 강조하곤 한다.

그러면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노벨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세력들은 6.15를 맹목적으로 폄훼했다. 이것은 국제적 평가와 권위에 대한 부정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
▲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
ⓒ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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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를 5.18과 함께 헌법 전문에 넣기 위한 공론화 필요

그렇게 볼 때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으므로 6.15 국가기념일 지정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6.15 국가기념일 지정은 여러 가지 긍정적 의미가 있다. 먼저 우리 헌법 정신에 부합하므로 당위적으로 옳다. 그리고 평화통일을 향한 우리 역사를 긍정적으로 기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있다.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게 되면 6.15와 10.4를 동시에 계승 발전시킨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 입장이 확인된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있다.

북한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고 이것을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했다. 일종의 적대적 공생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한국 정부가 6.15와 10.4 정신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 북한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북한도 김정일이 합의한 6.15와 10.4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6.15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사실 6.15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보면 개헌할 때 6.15는 5.18과 함께 헌법전문에 실리는 것이 옳다. 1987년에 개헌이 이뤄진 이후 지금까지 개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이 있었던 평화통일을 위한 주요 역사적 계기가 헌법전문에 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6.15는 국가기념일로도 지정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개헌에서 헌법전문에 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그렇다는 것일뿐, 헌법정신과 우리 역사 발전의 성과를 볼 때 6.15를 헌법전문에 넣으려는 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6.15는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이것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대한민국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함께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6.15를 헌법전문에 넣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태그:#김대중, #문재인,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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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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