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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토요일 강원도 홍천군 서석 청량학교 잔디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 '이크! 에크!' 하며 택견에 열중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택견 수업에 지루할 틈이 없다. 남녀노소 모여 한바탕 웃다가 바짝 긴장했다가 땀 흘려 발차기 하다가, 둘러앉아 두 사람씩 견주기를 유심히 살피기도 한다.

"가르칠 때 동작들의 특징을 잡아 가르칩니다. 왜 이 동작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쓰는 기술인지 알려주면, 그걸 해보고 싶어서 열심히 하게 됩니다."

수업 진행은 강원택견문화원(춘천 소재) 김동규 원장(46)과 사범들이다. 김 원장은 92년 강원대 '호래' 택견동아리에서 택견 수련을 시작했다. 그때 탄탄히 다진 기본기와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따며 배웠던 교수법으로 학생들과 즐겁게 만나고 수련하고 있다.

유쾌하고 즐겁게 택견을 배우고, 가르치는 강원택견문화원 사범들
▲ 강원택견문화원 사범들과 함께... 유쾌하고 즐겁게 택견을 배우고, 가르치는 강원택견문화원 사범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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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온 사범들은 직업으로써 택견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생활 택견인들이다. 지용태(22) 수석사범은 고2 때부터 5년째 함께하고 있다. 이수지(22), 이윤지(22), 안혜지(22) 사범은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하며 김 원장과 만난 인연으로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여러 마을 어린이(사람)들 모여 택견 겨루는 꿈

"농촌의 작은 분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앞으로 꿈이 한 다섯 개 마을의 작은 학교 아이들을 가르쳐, 한자리에 모아 마을끼리 택견도 겨루고, 장기도 뽐내고, 맛있는 음식도 나누며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막상 이곳에서 가르쳐보니 자연 속에서 수련하는 것도 좋고, 아이들이 순수하고, 경청하는 자세도 다른 것 같아요."

강원택견문화원은 주말에 농촌의 작은분교에서도 아이들에게 택견을 전수하고 있다.
▲ 서석온마을배움터 택견교실 강원택견문화원은 주말에 농촌의 작은분교에서도 아이들에게 택견을 전수하고 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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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춘천에서 먼 길 마다 않고, 먼 농촌 마을 작은 분교까지 찾아온 이유다. 협회장, 지역장들이 자기 인사말 하느라 바쁘고, 상 타기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무예 대회보다 서로 실력을 견주며 우정과 성장을 도모하는 수련의 장, 마을과 마을이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누며 화합하는 문화의 장을 만들어 가길 희망하고 있었다.

교육서비스 소비하는 학원 문화를 넘어

강원택견문화원은 택견을 전수하는 곳이지만, 운영방식은 학원과 다르다.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수련 시간이나 진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수준에 맞게, 모인 사람들에 맞게 가르친다. 9시 30분에 문화원이 열리면 수시로 택견을 하고 싶은 친구들이 와서 수련을 하고 간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성장해가고 있는 것이다.

"택견 차량 운행을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아이들 태우러 가면, 첫 번째 아이가 늦어지면 계속 늦어지게 되더라고요. 마지막 아이가 '아이! 왜 이렇게 늦게 와요?' 하는 거예요. 그 때 '내가 아이들 운전기사가 아닌데, 이건 잘못된 관계다'고 생각했지요. 제자가 스승을 찾아오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강원택견문화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맑은택견회'를 운영하며, 더불어 국궁수련도 해가고 있다.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활쏘고, 택견하며 마을적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 국궁수련 강원택견문화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맑은택견회'를 운영하며, 더불어 국궁수련도 해가고 있다.남녀노소 함께 어울려 활쏘고, 택견하며 마을적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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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관을 학원처럼 운영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칫 건방지게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돈'으로 보게 되면 싫은 소리를 하기 힘들어집니다. 제가 엄하게 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진행하거든요. 그렇지만 가끔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경우, 그럴 때 저는 엄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꾸준한 수련이 가르치는 힘으로

강원택견문화원에는 수시로 수련하러 오는 마을의 유치·초·중·고·대 학생들, 학부모들이 또 하나의 확대된 가족처럼 생활하며, 수련한다. 학부모는 모든 아이의 학부모고, 대학생들은 모든 아이의 이모, 삼촌들이다.

"강원택견문화원에 매일같이 놀러 와 수다도 떨고, 고민도 나누고, 수련도 하고... 사실 사람들이 좋아서 모이는 것도 있어요. 대학교 방학 때면 매일같이 모여 밥해 먹고, 놀고, 저희 사범들이 돌아가면서 문화원을 지키며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 이윤지 사범

둥그렇게 모여 앉아 서로 수련한 것들을 맞서며 견주어 본다.
▲ 강원택견문화원 맞서기 수련 둥그렇게 모여 앉아 서로 수련한 것들을 맞서며 견주어 본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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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평생직업으로 택견을 할 거냐고 묻는데, 직업으로서 생각하기보다 취미로 수련하는 삶으로 택견을 선택하고 있어요. 주위에서도 이렇게 택견 수련을 해가는 모습에 신기해하고, 재밌어하며, 함께 와보기도 해요." - 지용태 사범

도시에서 '수련'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마을공동체'

이뿐 아니다. '맑은 택견회'로 모이는 어르신들도 많다. 15~20명 정도가 모여, 택견도 하고, 국궁도 수련한다. 문화원에 들락날락거리며 꾸준히 함께 수련하고 가르친다. 정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몸수련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 같다. 이분들은 이곳에서 아이들의 든든한 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강원택견문화원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택견을 배우고 있다. 몸수련을 함께 하며, 새로운 마을적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 강원택견문화원 '맑은택견회' 강원택견문화원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려 택견을 배우고 있다. 몸수련을 함께 하며, 새로운 마을적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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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 덕분에 먹고 살기 편해졌는데, 이 사회를 만들어 오신 분들께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무료로 택견을 시작했어요. 벌써 5년째 하고 있네요"

택견을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련하는 관계, 참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세대가 함께하는 마을과도 같은 관계를 만들고, 또 마을과 마을이 서로 만나 화합하는 문화 꿈꾸고 있다. 강원택견문화원 식구들의 바람대로 강원도 곳곳에 그런 마을과 문화가 생겨나길 함께 바라게 된다.

강원택견문화원은 마을의 수련문화를 복원하여, 
마을과 마을이 함께 만나 서로 실력도 견주고, 우정도 키우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어 가길 소망하고 있다.
▲ 온마을이 함께 모여 택견을 겨루는 우정과 화합의 장 강원택견문화원은 마을의 수련문화를 복원하여, 마을과 마을이 함께 만나 서로 실력도 견주고, 우정도 키우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어 가길 소망하고 있다.
ⓒ 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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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밝은누리신문(http://admaeul.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강원택견문화원, #택견, #김동규, #서석온마을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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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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