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한국영(가운데)이 강원 유니폼을 받아 들고 있다. [강원FC 제공=연합뉴스]

지난 7일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한국영(가운데)이 강원 유니폼을 받아 들고 있다. [강원FC 제공=연합뉴스] ⓒ 연합뉴스


지난 9일,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강원FC와 상주 상무의 경기는 홈팀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승리가 꼭 필요했던 두 팀이지만 더 강했던 팀은 강원이었다. 강원은 공격과 수비에서 상주보다 우위를 점했고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한편 중동에서 뛰던 한국영은 데뷔전을 치러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강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먼저 한국영의 합류가 강원을 한 층 더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한국영의 효용 가치는 기대보다 상당했고 강원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두 번째는 선수단 전체의 유기적인 플레이다. 직접 평창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선수단의 위치 이동과 커버 플레이는 놀라움 이상이었다. 마지막은 이근호와 이범영의 활약이다. 이근호는 공격에서 '대표팀의 자격'을 입증했고 이범영은 종종 슈퍼 세이브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1 한국영의 강원 합류

 유기적인 수비 라인을 구성한 강원

유기적인 수비 라인을 구성한 강원 ⓒ 김동현


탈은 없었지만 말이 많았다. K리그가 아닌 다른 리그에서 활약하다가 왜 이제야 돌아오냐는 여론이 조성됐다. 군대가 급한 면도 있었다. 군대에 가기 위해서는 한국 땅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영의 진심이 통했다. '제2의 고향' 팀에서 치른 첫 경기는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국영은 정식 포메이션인 4-3-3에서 처진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모든 경기에서 실점한 강원의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경기에서는 더욱 처진 위치에서 플레이했다. 강원의 포메이션은 4-5-1의 형태였고 한국영은 5명의 미드필더 중 중앙에서 경기했다. 말 그대로 죽을 듯이 뛰었다. 전반 초반부터 상대의 공을 인터셉트하고 태클로 끊어내더니 몸싸움과 수비에도 서슴지 않고 뛰어들었다. 이어 2선 공격수와의 연계 과정에서도 한국영의 능력이 빛을 발휘했다. 그의 안정적인 플레이는 황진성과 김승용, 문창진 등에 더 많은 공격 찬스를 제공했다.

특히 전반 24분의 장면이 고무적이다. 패스를 받은 김병오가 한 명을 제쳐낸 상황에서 한국영의 수비가 반전을 이끌었다. 한국영은 빠르게 공을 뺏어낸 후 뒤로 건넸다. 이 공은 다시 이근호를 향한 깊은 패스로 연결됐다. 이근호는 페인팅 동작을 거친 후 두 명을 제쳐내고 골키퍼와 1대1 찬스까지 만들었다. 약간의 타이밍 미스로 득점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한국영의 플레이가 강원을 크게 도왔다.

 골을 만끽하는 강원FC

골을 만끽하는 강원FC ⓒ 김동현


대표팀에서 보여준 '진공청소기'는 살아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뛰더니 결국 다리 경련까지 일었다. 처음 경험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을 약간의 고산 지대에서도 한국영의 플레이는 빛이 났다. 처음 다리 통증이 있었던 때는 의지를 불태우며 다시 경기장에 들어오기도 했다. 57분에 오승범과 교체되던 그는 몇몇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6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분명 효용 가치가 있는 선수다. 한국영의 존재는 강원을 더 강하게 했다. 결국 강원은 19경기 만에 무실점을 거뒀다.

#2 유기적인 플레이, 강원은 진행형 완성체

앞서 언급했듯이 강원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경기 내내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왼쪽 라인의 스위칭 플레이와 좌우 대칭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경기에 앞서 강원 구단이 발표한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자 포메이션은 4-5-1의 형태를 띠었다. 포백에서 정승용과 오범석은 공격적인 위치까지 올라갔다. 특히 정승용은 공격 장면마다 센터 라인보다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했다. 그는 수비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격 후에는 곧바로 수비에 복귀하는 등 상당한 활동량을 보였다.

물론 정승용이 수비에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도 많았다. 빠른 롱 패스나 깊은 스루패스를 막기 위해서는 육상 선수 이상의 속도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강원은 이를 커버 플레이로 커버했다. 전반전에만 정승용의 위치를 커버한 선수가 4명이 넘는 수준이었다. 바로 옆의 김오규는 물론 한국영과 황진성, 김경중까지도 협력 수비에 가담했다. 수비 직후에는 본인의 자리로 돌아갔다. 올해 영입된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라기에는 너무나도 강했다. 강원의 순위는 빠른 시간에 올린 조직력이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 장면에서도 이런 경우가 많았다. 특히 양 측면의 풀백들이 오버래핑에 가담하면 한국영이 김오규, 강지용과 함께 3선을 구축했다. 한국영이 경기에서 보여준 투지는 선수들에게도 전달됐을까. 마치 한국영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듯이 2선의 선수들은 마음을 놓고 공격에 가담했다. 최윤겸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런 전술적 플레이를 예상했다. "한국영은 활동량이 좋다 보니 그라운드 곳곳을 오가며 동료들의 뒤를 받쳐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황진성이나 쯔엉에게 공격 기회가 늘어난다.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영 효과는 문창진 투입 이후에 더욱 극대화됐다. 쯔엉보다 공격적인 선수인 문창진은 이전보다 늘어난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김승용의 패스를 받아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영이 교체 아웃된 이후에도 효과의 영향이 이어졌다. 문창진은 세 경기 연속골에 성공한 자신감을 이어갔다. 상대의 골문 앞에서 아쉬운 장면들이 속출했다.

강원은 진행형 완성체다. 7개월의 시간만이 흘렀지만 놀라운 속도로 조직력이 다져졌다. '디펜딩 득점왕' 정조국이 없는 상황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근호의 최전방과 2선의 조력, '조커' 디에고의 활약은 정조국의 존재를 잊게 만들었다. 그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남은 시간 때문이다. 현재 2위까지 오른 강원의 한계는 어디일까. 남은 기간 동안 강원의 플레이가 어떻게 발전될지도 궁금함을 자아낸다.

#3 이근호와 이범영, 팀을 이끄는 최전방과 최후방

강원 선수들 중 지난 수훈 선수는 세 경기 연속골의 문창진, 원더골의 김오규, 강한 인상의 한국영도 아닌 이근호와 이범영이다. 두 선수는 최전방과 최후방에서 팀을 이끌었다. 사실 두 선수가 스탯 면에서 보여준 결과는 다른 선수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은 다른 선수들의 배였다.

이근호는 투지와 열정이 커리어에서 역대급이다. 본인도 "그동안 보여준 컨디션 중 최고"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지난 개막전에서 상주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린데 이어 이번 경기에서 두 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첫 골에서는 공을 차지한 후 특기인 치고 달리기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상주의 두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했다.

하지만 김승용이 공을 잡으면서 어드밴티지가 선언이 됐다. 김승용은 공을 몰고 간 후 문창진에게 도움을 올렸다. 두 번째 골에서는 코너킥 장면에서 위치 선정이 좋았다. 황진성의 코너킥을 발리 슈팅으로 연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직접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근호의 발에 맞고 튕긴 공을 김오규가 멋진 하프 발리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범영 역시도 최고의 활약이었다. 초반 흔들릴 수도 있었을 강원의 골문을 안정적으로 지켰다. 특히 전반 27분 상주의 왼쪽 풀백인 김성주의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았다. 이어 전반 45분 이종원의 왼발 슈팅을 좌측으로 밀어냈다. 이종원의 슈팅은 강원의 철옹성 수비를 뚫어낼 절호의 찬스였지만 이범영이 차단했다. 흔들릴 시점이면 강원의 중심을 잡았다. 이범영이라는 골키퍼의 가치가 증명되는 순간이다.

강원은 팬들이 원하는 축구를 비로소 이뤄내고 있다. 비싼 티켓값에도 불구하고 강원의 평균 관중 수는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주전에는 히트곡 '무조건'을 부른 트로트 가수 박상철이 나르샤에 가세했다. 강원도 출신인 만큼 도움을 주고자 경기장을 찾았다. 강원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2위를 차지한 만큼 '2위 굳히기'와 '1위 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다음 경기에서는 또 어떤 경기를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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