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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장애인 화장실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이미 많은 분이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고 필자도 이미 장애인 화장실이 대부분 남녀공용임을 자적하는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장애인 화장실에 관한 글을 써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장애인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나를 포함한 모든 장애인, 특히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지체장애인에게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는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나도 그런 기사를 신문이나 TV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종종 접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화장실을 장애인 이동권의 시각에서 다루는 기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문제는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가득한 '청소도구' 때문에 있어도 쓸 수 없는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문제는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문제는 자연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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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하루 동안 밖에서 생활하면서 화장실 출입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외출을 삼가게 될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도 밖에 나가 있는 동안에는 조절해야 할 것이고 사람들을 만날 때도 이미 가본 곳, 그래서 화장실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고 이용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서는 곳이 아니면 갈까 말까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은 아무리 보조 기구가 잘 되어 있는 곳이라도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생각 없이 청소도구를 쌓아두어서 출입이 불가능하다거나 고장이 나서 이용할 수가 없는 경우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시설관리의 문제이지 장애인 화장실이 잘 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장애인 칸을 일반 화장실 안에 두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런 시설 설치에 관한 문제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바로 설치된 화장실이 관리가 잘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조금만 신경 써서 관리해주면 지금이라도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비품 창고인 듯 물건이 쌓여 있어서 그나마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화장실마저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때의 소외감

비품 창고인 듯 물건이 쌓여 있어서 그나마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비품 창고인 듯 물건이 쌓여 있어서 그나마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을 도저히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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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데 이런 일상적인 흐트러짐이 장애인에게 주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공간 구조 속에서 장애인이 제2의, 또는 제3의 선택지를 찾는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고 시간도 배 이상으로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익숙하지 않은 공간 배치나 높이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더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 때도 많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공동체에서 소외될 수 있을 것이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민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 늘 많게는 한두 시간 전에 외출 준비를 하기는 하지만, 하루 안에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닐 테고 일이 겹치기라도 하면 왠지 모르게 잘되던 일도 잘 못할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을 꿈꾼다. 그 성공의 기준을 말할 때 사람들은 돈이나 명예 등을 들곤 하지만, 난 사람들의 꿈이 그렇게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쓸 만큼 벌어서 필요한 데 쓸 수 있는 돈이면 될 것이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사람이 인정해주길 바라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서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그런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장애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좀 더 많은 삶의 변수에 적응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버려야 했을 뿐이지만. 하지만 있는 화장실마저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서 소외감을 느낄 때는, 내게 평범한 삶이라는 건 보통 사람이 백만장자를 꿈꾸는 것보다 실현 불가한 일이 아닌가 싶다.


태그:#장애인화장실, #장애인사회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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